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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Jan 15. 2022

그 많던 딸기는  누가 다  먹었을까?

<향모를 땋으며>중 딸기의 선물에 대한 단상


그 많던 딸기는 누가 다 먹었을까?      

-『향모를 땋으며』중 '딸기의 선물'에 대한 단상-


당신의 마을에는

딸기의 달에 딸기 꽃이 핀다지요

빗방울만 한 딸기들이

달콤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당신의 모습

고... 작은 딸기님들,

달콤한 방울방울을 따며

빨갛게 물든 손가락

당신의 마을에선

딸기님들은 공짜로 오는 선물이에요

선물은 보상이 아니라고 당신이 말했지요

딸기님들과 당신의 관계는 단순해요

들판이 당신에게 준 것을

당신의 아버지에게 주었고,

당신은 딸기님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덩굴이 닿는 곳의 잡풀을 뽑았지요

당신의 마을에선

"선물은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와" 한다지요

다시 돌아오는 딸기님들

당신의 마을에는 딸기의 달엔 딸기가 어김없이 오지요     


제가 사는 마을에는

딸기의 달은 따로 없어요

딸기님들이 나오기엔 조금 이른 겨울에도

딸기님들이 나오지요

딸기님들은 알이 굵고 윤이나요

무르지도 않아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워요

딸기님들은 공짜로 오는 선물은 아니에요

이런저런 마트마다 조명을 받으며 등장하지요

우리는 들판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받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요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었어요

대신 빗방울만한 딸기님을 잃었지요

그런데

그 많던 딸기는 누가 다 먹었을까요?

괜찮아요, 괜찮아

우리에게도 돌고 도는 선물이 있어요

돈님이 선물이지요

대지의 여신은 아니지만

거의 모두가 숭배하지요

돌고 돌아 내게 오지 않으면 화가 나기도 해요

당신의 마을에서 선물이 돌고 돌아 자신에게 오지 않으면

화가 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정말 괜찮은 걸까요?

그 많던 딸기를 누가 다 먹어도

정말 괜찮은 걸까요?

 




*『향모를 땋으며』 로빈 윌 커머리,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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