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양의 고전 문학이나 철학에 대해 많은 글을 썼지만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고전들이 많다. 특히 격몽요결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를 쉽고 경쾌한 문체로 알려주는 좋은 고전이다. 격몽요결은 율곡이이 선생이 42세에 지은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둘로 나눌 수 있다. '격몽'은 '어리석음을 깨우치다'라는 뜻이고 '요결'은 '중요한 비결'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학문에 입문하는 사람'을 보통 아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이 책이 '아동 교육서', '아동이 읽는 책'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학문의 초심자는 단순히 아동이 아니라 성인도 해당된다. 물론 아동이 읽어도 좋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충분히 좋은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학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모든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삶의 지혜와 태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문을 넘어 사업이나 어떤 공부, 목표등에서 뜻을 정하지 못하거나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읽는 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격몽요결은 입지, 혁구습, 지신, 독서, 사친, 상제, 제례, 거가, 접인, 처세의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율곡 선생께서 성리학의 이념에 따라 쓴 책이라서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몇몇 부분은 시대를 관통하는 큰 깨달음을 준다. 이번 글에서는 '입지', '혁구습', '지신' 장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입지 - 뜻을 세우다.
율곡은 입지장에서 모든 사람이 스스로 뜻을 확고히 세운다면 모두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학문(성리학)을 하려는 자는 스스로 뜻을 확고히 세워야 함이 첫째라고 강하게 말한다. 또한 외모, 신체 등 이미 정해진 분수는 고칠 수 없지만, 자신의 내면만은 수양하여 아름답고 지혜롭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 모두가 뜻을 세우고 수양을 한다고 해서 성리학에서 말하는 '성인'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성인군자, 지혜로운 사람보다는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가지 인간의 모습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다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며, 지혜로움을 추구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와 무한 경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당장 현실에 집중하느라 지혜로움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율곡 선생께서 말한 뜻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자. 유교의 궁극적 목표가 '성인'이 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살아가는 현대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벌기'.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기'가 아닐까? 우리가 공부든 사업이든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한들 나 스스로 목표를 탐색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간다면 그 뜻은 불확실하기에 언제든 흔들리기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자경문 (自警文)
자경문 (自警文)
입지와 관련하여 율곡 선생께서 학문을 처음 시작하실 때 스스로 세운 목표를 알아두면 더 좋다. 자경문(自警文)이라는 글인데 스스로를 경계하는 뜻을 가진다. 자경문의 내용은 앞으로 소개할 구용, 구사 등 율곡 선생의 삶의 태도에도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혁구습 - 낡은 습관을 개혁하다.
뜻을 세웠다면 지체하지 않고 이를 이루기 위해 낡은 습관들을 고쳐내야 한다. 율곡 선생은 반드시 고쳐야 할 습관 8가지를 예시로 든다. 그것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 이 여덟 가지 악습을 보며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끼고 고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이 여덟 가지 습관은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도 큰 만약 조선시대에도 유튜브와 SNS가 있었다면 '자기 전에 유튜브, SNS보지 않기'가 추가되지 않았을까? 이때 율곡이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고쳐야 할 습관을 '단번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점이다.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뜻을 세우고도 저녁에 반복하느라 다시 헛되이 시간을 보낸다고 강조한다.
지신(몸가짐) 장 - 구용과 구사
격몽요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신이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신과 혁구습이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이라면, 몸가짐 장은 올바른 몸가짐과 생각의 중심을 잡는 것이다. 올바른 몸가짐을 가지는 9가지 방법이 '구용'이고 올바른 생각의 9가지 방향이 '구사'다.
구용과 구사를 보면 사람이 너무 딱딱해 보이고 너무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대에 나온 책들에서 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결국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평소 몸가짐에 대해 '어떤 몸가짐을 가지는 게 올바른 것인가'하는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율곡의 실천적 태도
격몽요결은 무언가를 결심하기 전 최고의 동기부여 책이다. 격몽요결의 한마디 한마디는 정말로 나를 깨워주었다. 격몽요결에서는 특히 율곡선생의 실용적인 관점이 잘 드러난다. 율곡의 실용적 면모는 격몽요결 곳곳에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격몽요결의 서문에 나오는 첫 번째 구절에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고서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라고 말하며, 사람의 기본은 학문, 즉 공부하고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율곡 선생이 말한 '학문'과 '배움'이란 무엇인가? 율곡의 학문(공부) 관은 현대에서 칭하는 지식 습득 및 연구 등 실제 생활과 차이가 있는 의미가 아니다.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지식을 알거나, 문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실천의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식견이 어두워지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여 이리저리 휘둘리기 때문에 공부를 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율곡 선생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배움을 강조한다. 율곡이 생각할 때는 사람이 일상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맞게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배움이자 성장이다. 조금 더 나은 사람, 스스로 주체가 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모든 과정과 경험이 바로 배움이며,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 당시 선비들도 그렇고 오늘날 우리의 교육도 그렇고 무언가 남들이 모르는 신비로운 것을 아는 것이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우리의 배움은 축소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율곡의 실천적인 학문관은 주어진 자유를 활용할 줄 모르고, 일상을 무시한 채 삶의 화려한 부분만을 원하는 현대 사회에게 성찰의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