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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라 하면, 벗어날 수 없다

과도한 내적 귀인

by 배은경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때 그렇게만 하지 않았어도...”

“다 내 탓이야.”


아마 한 번쯤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실수했을 때, 관계가 틀어졌을 때, 상황이 꼬였을 때...

자신을 탓하는 말들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 자괴감, 부족함이라는 감정이 하나둘 쌓이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마저 잃게 됩니다.


이런 사고를 ‘과도한 내적 귀인’이라고 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상황이 아니라 자기 내부로만 해석하는 패턴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약해집니다.


자책이라는 감정에 갇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책하는 마음은 문제 해결을 돕기보다는 자신을 더 깊은 무력감에 가두어 버립니다.


자책은 책임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책임과는 조금 다릅니다.

책임을 짊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가능성을 내려놓는 포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내 삶은 “내가 틀렸으니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 멈춰버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의 감옥에 갇힙니다.


책임이란 “다시 해보겠다”는 마음이라면, 자책은 “나는 틀렸다”며 멈춰버리는 마음이니까요.


“너는 왜 그것밖에 못하니.”

“왜 또 실수야.”

“네가 더 잘했어야 했잖아.”


이런 내적 대화는 마음을 점점 좁게 만듭니다.

자신을 향한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과 자책도 커지게 됩니다.


자책을 멈추려면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자책 속에는 지친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우리는 더 쉽게 실수하고, 더 쉽게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그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에너지 문제입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소진 상태에서는 판단력과 업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마음이 지친 상태라는 걸 모른 채 자신을 다그치는 것은

바닥난 연료로 계속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 알아차리는 게 먼저입니다.

문제는 ‘내가 나쁘다’가 아니라

‘내가 너무 지쳐 있다’는 사실일 때가 많습니다.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너는 왜 그렇게 힘들었니.”

“너무 애쓰고 있었구나.”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지쳤을 거야.”


자신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순간,

비로소 마음에 숨 쉴 공간이 생깁니다.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을 때

자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내 탓이라고 말하는 순간, 스스로를 가두게 됩니다.


실수했을 때, 이렇게 물어보세요.

“내가 지금 지친 건 아닐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일까, 위로일까?”


자책은 해결이 아닙니다.

자책하는 순간 우리는 문제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돌볼 때 비로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내 탓이라고 말하지 말고

내 마음에 이렇게 물어주세요.


“나는 왜 이렇게 지쳤을까.”

“내가 필요로 하는 건 뭘까.”


그 질문 하나가 자책에서 돌봄으로

비난에서 회복으로 한 걸음 옮겨놓을 수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에서 “어떻게 해볼까”로 질문을 바꿔보세요.

그 한 문장이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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