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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Sep 11. 2023

프리다이빙을 한다는 것(2)

다합에서 2달을 지낸다는 것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나서 다합의 해안가에 있는 많은 카페를 이용했다. 해안가에 있는 카페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선배드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돈으로 2천 원짜리 망고주스 하나를 시키고 무료 선배드를 얻어 다합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하루 종일 물속에서 놀았다. 힘들면 나와서 요리를 시켜 먹고 한숨 자고 또 바다에 들어가는 식으로 말이다. 다합의 바다는 너무 맑아서 수심 10m까지는 육안으로 잘 보인다. 많은 산호초들과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바닷속에 설치된 원형의 바를 통과하며 놀기도 했다.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저녁이 되면 친해진 친구들과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다합은 조그마한 동네이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잘 되어있어서 한국인들과 어울리기가 쉽다. 대부분 장기여행을 하고 있고, 쉬는 개념으로 다합을 들리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저녁을 만들기 위해 동네에 있는 앗살라 시장에 자주 갔다. 저렴한 물가 덕분에 신선한 재료를 풍성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살아있는 닭을 바로 잡아 줄 정도로... 신선하다... 우리는 매일 다른 요리를 해가며 음주가무를 즐겼다. 


매일 요리를 해 먹었지만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가 너무 그리웠다. 김치를 파는 곳은 없었다. 대신 식재료를 시장에서 팔았다. 함께 살던 부부, 친한 부부, 선기와 김치를 담가 먹기로 했다. 선기는 요리사였다. 우리는 배추, 무, 생강, 고춧가루, 양파 등을 시장에서 사 왔다. 액젓은 없었지만 피시소스를 넣었다. 김치통은 20리터짜리 생수통을 잘라서 사용했다. 선기를 필두로 각종 야채들을 손질했다. 양파, 사과는 믹서기에 갈았다. 찹쌀이 없어 현지 쌀로 풀을 만들었다. 재료가 모두 준비가 되었다. 선기가 갈아놓은 재료와 채 썰어 놓은 야채를 한대 버무려 김치 양념을 만들었다. 준비된 양념을 수육을 삶는 동안 삼삼오오 모여 배추 속에 채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버무리는 김치는 가슴속의 빨갛고 뜨거운 것을 올라오게 했다. 그리움이었을까, 익숙함이었을까, 추억이었을까, 새로움이었을까, 도전이었을까, 즐거움이었을까, 행복함이었을까 많은 감정을 보쌈에 담아 꿀꺽 먹으며 웃고 떠드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김치를 만들어내다니 신기하다.”

“여행을 오래 다니면서 김치가 너무 그리웠는데 감격이다.”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아무렇지 않게 무심히 먹었던 김치였는데, 그 김치의 소중함을 타국에 와서 느끼게 되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낯섦을 마주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 말과 함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한 것 같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들과 김치 속을 채우며 서로가 서로에게 채워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김치를 볼 때 추억이라는 양념이 묻어있어 이날이 기억 날 것이다. 

   

함께 김치를 담그던 멤버들과 대화를 하던 중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 있을까’라는 주제가 나왔다. 멤버 중 큰형인 동옥이형이 말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내일이라도 우리가 놀고 있는 다합의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자.”     

망치에 ‘띵’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베푸는 삶을 살자고 결심했던 나였다. 마음속 결심뿐이었다. 당장 행동 한 것은 없었다. 동옥이형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다음날 큰 마대자루를 하나씩 들고 바닷가에서 모였다.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았다.    

  

가지고 온 마대자루들이 꽉 찼는데도 쓰레기는 더 보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쓰레기가 가득 찬 마대자루들을 들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찍은 사진은 다합 오픈채팅방에 올렸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줍지는 않더라고 버릴 때 한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혼자서는 하기 힘들고 고민만 했던 일을 다 같이 모여서 하니까 바로 실천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내 마음속의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실천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보지 못 한 세상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보너스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용기도 얻을 수 있다.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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