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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매거진 Jul 13. 2020

왜모태챌린지; 왜 짧은머리 못해?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본다



 여성이 편리함의 파이를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가끔씩은 모든 편리함을 기득권이 가지고 나머지 부분을 여성들에게 떠미는 것 같기도 하다. 여성들은 편해져야 한다. 하고 싶지 않다고도 하고, 하고 싶은데 못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못’ 한다고? 다 똑같은 인간인데 ‘편리함’을 ‘못’한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회의 여러 목소리들에 의해 우리의 권리와 능력은 그렇게 제한 당해왔다. 심지어 자기자신도 스스로에게 그건 못할 거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아니, 왜??? 못??? 해???




 그게 뭐라고. 긴 머리를 자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거였다. 아니, 정말 그 머리카락이 대체 뭐라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비용과 화학약품을 들이면서까지 단백질 덩어리에 이런저런 짓을 해댔을까? 답은 하나다. 예뻐 보이려고. 그걸 깨닫는 순간 머리를 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짧은 머리가 어떨지는 둘째 치고, 긴 머리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으면 일단 자르자. 잘못된 것들을 하나씩 없애다 보면, 우리는 당연하게도 그전보다는 덜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된다.



# BEFORE



 해보기로 마음먹었어?


 특별한 이유는 없어. 이제는 머리 자르는 게 별일이 아니더라. 예전에 레이어드 단발(숏단발)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거 자르기까지 진짜 사흘 내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어. 자를까, 말까를 하루에도 수십 번 물어보고 그것 때문에 일상생활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ㅋㅋㅋ (그때 시험 기간이었는데 말이야.) 하하. 왜 그랬나 몰라. 그때로부터 시간도 많이 지났고 그동안 내재적인 탈코르셋이 많이 진행된 탓인지 이번에는 자르기로 마음먹는 데까지 30초도 안 걸린 것 같아. 못 할 이유도 없고 주변의 반응이 그다지 걱정되지도 않았거든. 동생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 주변에서 디폴트 머리를 한 사람이 동생뿐이었는데 매일 같이 지내면서 보니까 좋아 보였던 적이 많았거든. 한마디로 그냥 안 할 이유가 없었어.



가 가장 좋아질 것 같아?


 나는 머리 감고 말리는 게 가장 좋아질 것 같아. 단발은 장발보다야 낫지만,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싸고 있어야 하잖아. 안 그러면 물이 떨어져서 티셔츠 목 부분을 적시니까. 그 축축한 느낌 뭔지 알지? 나는 그거 때문에 새 티셔츠인데도 갈아입은 적이 많아.



(여)  긴 머리를 고수했던 이유는 뭐야?


 내 탈코르셋의 기준은 줄곧 ‘편함’이었던 것 같아. 그동안 불편했던 순서대로 집어 던진 거지. 그 순위대로 차근차근 탈코르셋을 했어. 결국 불편함의 정도가 가장 작아서 나만의 탈코르셋 순위 거의 밑바닥에 있던 게 ‘긴 머리’였던 거야. 사실 최근까지도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못 했어. 아주 긴 머리가 아니니까 머리 감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고 옷을 입을 때 말려 들어간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거든.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편함’을 ‘탈코르셋’의 목표로 생각하고 ‘지금도 무척이나 편한데 굳이 머리를 잘라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꽤 오래 지냈던 것 같아. 그리고 그전에는 아주 긴 머리를 유지했는데 그건 정말 코르셋이었어. 긴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 그게 사실일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걸?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 ING

#


# AFTER


 때? (어때? 라는 뜻.)


 진짜 솔직히 좋아! 해 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는 동생의 말이 이해돼. 진짜 삶의 질을 높여줘. 이 머리 모양이 잘 어울려서 좋다! 이런 감정이 아니라 삶의 질이 올라간 기분이야. 그런 면에서 정말 좋아. 지금 자른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전에는 어떻게 그렇게 불편하게 살았지?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어. 이 좋은 걸 왜 나는 모르고 살았지? 샴푸를 세-네 번씩 짜고도 모자라서 머리를 두 번씩 감았지? 여름에는 목덜미가 찝찝해서 어떻게 머리를 내리고 다녔지? 고작 일주일인데 말이야. 그리고 이제는 디폴트 머리가 남자들만의 특권처럼 느껴질 정도야. 정말… 너무 편하거든. 편하다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될 만큼 좋아. 주변 친구들에게 마구마구 권하고 싶을 만큼!  앞으로 이 머리로 생활하는 게 정말 기대 돼.



자라거나 부족한 건 없어?


 아직까지는 없어.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까치집이 된다는 거 정도? 근데 그건 어떤 머리든 간에 마찬가지니까. 아, 겨울이라 목이 살짝 추운데 후드 티나 목 티를 입으면 돼. 뭐가 됐든 그 전과 비교하면 넘치도록 편한 삶이야.



(여) 까지 느낀 점

 

 왜 머리를 자르는 것이 탈코르셋 하면 떠오르는 행동인지 알 것 같아. 도전하기까지의 문턱이 높아서, 아니면 외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어떤 탈코르셋 행위 보다 삶의 질이 매우 크게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아. 화장하지 않았을 때도, 불편한 옷을 던져 버렸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탈코르셋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정말 나를 위한, 내 삶을 위한 행동인 것 같아. 코르셋을 벗고 나서 보니 내가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미워했는지 알 수 있었어. 머리가 짧고 날씬하지 않은 나를 가장 싫어하는 건 남들보다도 나 자신이더라. 탈코르셋을 남들에게 ‘전시’하는 의미보다 내 삶을 ‘점검’해 보는 의미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남들의 시선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 지, 사회가 강요하는 잣대에 상처받지는 않는지. 내가 스스로 고민한 결과를 내가 실천하는 거야. 이런 과정이야말로 정말 발전하는 것 아니겠어?



MISSION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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