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서 병역판정전담의사로, 새로운 도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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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육군훈련소 기초군사훈련을 무사히 수료하고 드디어 전문의이자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될 곳, 광주전남지방병무청으로 향했습니다. 첫 출근을 일찍 하여 병무청장님께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임명장에 적힌 '정형외과 전문의' OOO라는 이름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사진 1) 이 직함을 얻기 위해 견뎌온 힘든 전공의 수련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임명장을 받은 후, 제가 일하게 될 병역판정검사과에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제 업무 책상에는 함께 일하게 될 직원분들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정형외과 전문의 OOO'라는 명패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전문의이자 공무원으로서 3년간 몸담게 될 이곳에서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환영받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제 업무는 광주전남지역에 주소를 둔 미필 남성들이 신체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정형외과적 질환이 있다고 표시한 모든 수검자를 판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전문의로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제가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한 법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책상 위 명패에 적힌 제 직함을 보며 그 막중한 책임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2)
문득 십여 년 전, 신체검사를 위해 제가 살던 지역의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을 찾아 병역판정전담의사 분들을 만났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때 제게 나이가 무척 많아 보였던 그 판정의사 선생님들의 자리에 이제는 제가 서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선임 병역판정전담의사 분들께서 신규 판정의사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첫날 저녁 회식을 준비해 두셨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를 갓 수료한 우리 신규 판정의사들은 하나같이 빡빡머리에, 사회생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광주전남지방병무청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남광주시장이 있었고, 길 건너편으로는 전남대학교 병원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병역판정전담의사 분들 중 이곳 출신이신 선생님들이 많아 주변의 맛집들을 훤히 알고 계셨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남광주시장 어딘가에서 첫 회식을 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회식 자리에서 먼저 근무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대화를 경청하였습니다. 30여 년을 경상도에서 살아온 제게는 낯선 억양이었습니다. TV에서 자주 접하는 표준어와는 달리, 자주 듣지 못했던 전라도 방언에 생소함을 느꼈습니다. 그 억양 하나만으로도 고향에서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회식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많이 취하고 말았습니다. 육군훈련소에서 벗어나 민간인이 된 해방감에 기분이 한껏 들뜬 탓이었습니다. 다행히 함께 일하게 될 병역판정전담의사 선생님들과는 금세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회식이 끝난 후 관사로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함께 정형외과 전문의로 일하게 된 이선호 친구는 집에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관사에 입주한 첫날이라 주소와 호수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사히 돌아갔는지는 지금도 신기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근무 둘째 날, 무사히 오전 근무를 마치고 병무청 관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동기들과 커피를 마시러 나갔습니다. 그 순간의 짜릿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전공의 4년 동안 점심 후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창문 없는 수술방에서 배달된 점심을 사료처럼 먹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던 일상에서, 이제는 바깥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저는 제 삶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과의 정규업무 시간과 지도 교수님들의 개인 스케줄에 제 일정을 맞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 나서는 정해진 근무시간만 지키면 그 외의 시간은 제가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움에 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신규 판정의사 동기들 중 몇 분이 일과 후 함께 할 운동을 찾아보자며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훈련소에서부터 계획해 온 학업과 공부가 있어 완곡히 거절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거절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의미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New Chapter, New Adventures"
“전문의로서의 새 출발, 설레는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