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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전문의, 병무청에서 새 시작

전공의에서 병역판정전담의사로, 새로운 도전의 시작

by 의사과학자 류박사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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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청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여정 】


논산 육군훈련소 기초군사훈련을 무사히 수료하고 드디어 전문의이자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될 곳, 광주전남지방병무청으로 향했습니다. 첫 출근을 일찍 하여 병무청장님께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임명장에 적힌 '정형외과 전문의' OOO라는 이름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사진 1) 이 직함을 얻기 위해 견뎌온 힘든 전공의 수련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진 1. 정형외과 전문의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임명장



임명장을 받은 후, 제가 일하게 될 병역판정검사과에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제 업무 책상에는 함께 일하게 될 직원분들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정형외과 전문의 OOO'라는 명패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전문의이자 공무원으로서 3년간 몸담게 될 이곳에서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환영받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 수검자에서 판정의사로 】


제 업무는 광주전남지역에 주소를 둔 미필 남성들이 신체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정형외과적 질환이 있다고 표시한 모든 수검자를 판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전문의로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제가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한 법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책상 위 명패에 적힌 제 직함을 보며 그 막중한 책임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2)


문득 십여 년 전, 신체검사를 위해 제가 살던 지역의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을 찾아 병역판정전담의사 분들을 만났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때 제게 나이가 무척 많아 보였던 그 판정의사 선생님들의 자리에 이제는 제가 서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진 2.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정형외과 전문의 명패



【 새로운 도시, 새로운 동료들과의 첫 만남 】


선임 병역판정전담의사 분들께서 신규 판정의사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첫날 저녁 회식을 준비해 두셨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를 갓 수료한 우리 신규 판정의사들은 하나같이 빡빡머리에, 사회생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광주전남지방병무청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남광주시장이 있었고, 길 건너편으로는 전남대학교 병원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병역판정전담의사 분들 중 이곳 출신이신 선생님들이 많아 주변의 맛집들을 훤히 알고 계셨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남광주시장 어딘가에서 첫 회식을 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 낯선 방언과 정겨운 첫 회식 】


회식 자리에서 먼저 근무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대화를 경청하였습니다. 30여 년을 경상도에서 살아온 제게는 낯선 억양이었습니다. TV에서 자주 접하는 표준어와는 달리, 자주 듣지 못했던 전라도 방언에 생소함을 느꼈습니다. 그 억양 하나만으로도 고향에서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회식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많이 취하고 말았습니다. 육군훈련소에서 벗어나 민간인이 된 해방감에 기분이 한껏 들뜬 탓이었습니다. 다행히 함께 일하게 될 병역판정전담의사 선생님들과는 금세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회식이 끝난 후 관사로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함께 정형외과 전문의로 일하게 된 이선호 친구는 집에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관사에 입주한 첫날이라 주소와 호수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사히 돌아갔는지는 지금도 신기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점심 후의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 】


근무 둘째 날, 무사히 오전 근무를 마치고 병무청 관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동기들과 커피를 마시러 나갔습니다. 그 순간의 짜릿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전공의 4년 동안 점심 후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창문 없는 수술방에서 배달된 점심을 사료처럼 먹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던 일상에서, 이제는 바깥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저는 제 삶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과의 정규업무 시간과 지도 교수님들의 개인 스케줄에 제 일정을 맞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 나서는 정해진 근무시간만 지키면 그 외의 시간은 제가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움에 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신규 판정의사 동기들 중 몇 분이 일과 후 함께 할 운동을 찾아보자며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훈련소에서부터 계획해 온 학업과 공부가 있어 완곡히 거절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거절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의미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New Chapter, New Adventures"

“전문의로서의 새 출발, 설레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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