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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RI Aug 23. 2022

INFP의 단상

변신 발가락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뭐야?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발가락을  번씩 확인해.

그리고 여행을 가면, 가끔 발가락 사진을 찍어. 내 시야에 든 발가락이 꼼지락 거리면 살아있는 기분이 들거든.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당시에 읽었던 카프카의 변신이 나한테 꽤나 충격적이었어.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여느 아침과 같이 눈을 떴는데, 자신이 흉측한 해충으로 변한 것을 알게 되었지. 그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느다랗고 여러 개가 이불 밖으로 나와 무기력하게 떨리고 있었데. 변신의 첫 장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나도 그 문장의 묘사가 너무나 생생하게  상상되어 뇌리에 박혀버렸거든.. 지금처럼 여름 끝의 꿉꿉한 날씨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문득문득 떠오르잖아? 스릴러보다 더 소름 돋는 이야기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침마다 발가락을 보는 일이  많아졌어. 아침에 눈을 떴을  귀여운 발가락이 빼꼼 이불 밖으로 나와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여전히 ! 나는 오늘도 나로 있구나.’


한참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다가, 다시 생각해


당연히 내가 벌레로 변할리 없지, 소설  이야기일 뿐이잖아.’


그리고 괜히 한 번씩 발가락을 꼼지락 접어봐. 누구나 가진 이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때문에 나는 하루 중 잠깐씩 행복함을 느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내일 아침은 조금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꼼지락 거리는 발가락에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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