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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st Aug 05. 2024

하수, 중수, 고수 학부모

고객도 고수, 중수, 하수가 있다.

징징대며 요구하고, 쪼아대면 잘 될 거라는 하수가 있는가 하면,

젠틀하면서 말 한마디 이쁘게 하는 고수가 있다.


지인이 철없던 시절, 커피숍 알바를 할 때,

4가지 없는 진상 고객들 커피잔에는 서비스 차원(?)에서

주문하지 않은 가래나 담뱃재 기타 다양한 것들을 담아 줬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음식점에서만큼은 절대로 컴플레인을 제기하거나,

종업원에게 막 대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신조(?)는 지금껏 지켜왔다.


하수란, 내가 이기는 것 같으나 패하는 것이며

중수는, 내가 이기고 상대가 패하는 것이며

고수는, 나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 것이다.


나도 어느덧 아이가 생기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학원에 보내는 시간이 다가왔다.

나름 목표는 고수인 학부모가 되는 것인데,

생각건대, 아직까지 하수는 안 되었던 것 같다.


극성인 학부모로 남지 않도록,

내 욕심을 버리고, 또 버렸다.

요구보다는 그저 응원과 감사의 말을 더 했고,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그저 공감을 해주었던 것뿐이었는데,

어린이집 알림장에는

'아버님 말에 눈물이 난다'는 댓글이 종종 있었다.


나라고, 왜 불만이 없겠는가?

나라고, 그들의 태도가 다 마음에 들었겠는가?

아침에, 퉁명스럽거나,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를 받아 가는 교사들을 보면,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때리고 멍들며 학대하지는 않았겠거니,

밥이라도 먹여주는 게 어딘가...

하는 마음으로 내 기준을 낮추고 마음을 비웠다.


나는 고작해야 10명도 안되는 아이들을,

그것도 그나마 성숙해서 말로 통제가 가능하며,

하루 4시간 수업만 하면 되지만,

그들은 말도 안 통하고, 더 통제하기 힘든

수십 명의 아이들을

타이르고, 통제하며

하루 종일을 마스크를 쓰며 보낸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 한 명이라도

덜 요구하고,

덜 진상이 되도록,

요구는 덜하고,

베풂은 더하다 보니,

나름 중수 이상의 학부모는 되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도 누누이 말하지만,

아이가 학원 수업을 빠지게 되면,

가급적 보충 요구는 하지 못하게 한다.

40만 원 학원비를 내고, 30만 원 서비스만 받는다는 생각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40만 원 내고, 50~60만 원 뽑아내야지 하는 사람은

결국, 그 커피잔에 가래가 섞여 나오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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