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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st Aug 05. 2024

열심히 하는 자는 세상이 돕는다

"ㅇ샘도 오실 거죠?"


어느 날 퇴근시간 무렵, 원장님이 세미나에 참석할 것을 슬며시 권했다. 막내 강사 A의 세미나였다. 강연자 외에 3명의 강사는 모두 하루 일과에 지쳐 피곤한 기색을 띤 채로 강의실에 띄엄띄엄 앉았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강의 주제는 3명의 강사가 선정한 문제를 강사 A가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이내 설명이 끝나고, 각자의 논평이 이어졌다.


"일단, 판서 연습 좀 더해야 할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만약, 문제가 ~~ 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그땐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원장님을 필두로 나를 포함한 강사들의 신랄한 지적이 쏟아졌다.


남의 강의를 평가하고 지적하는 세미나는 처음이었기에, 나름 의욕적으로 그리고 하드(hard)하게 비평을 했다. 그런데 강사 A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통 본인의 강의에 대한 평가를 자세히 듣고, 그에 관한 조언을 듣는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그런 조언 속에 강사의 연륜에서 녹아나는 귀중한 노하우들을 얻을 수 좋은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그 조언을 진지하게 들으며 받아 적는 모습이 없었다.


학원가에서 [담당 학생 수]는 강사의 생명줄이다. 담당 반의 매출의 일정 부분이 월급인데, 월급보다 매출이 적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때부터는 몸값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이는 곧 잘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반이 깨진다]는 말이 있다. [원생 수가 줄어들어 클래스가 사라진다]는 학원가 용어인데, 몇 번 반을 깨뜨려보고, 그러면서 잘리기도 하고,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하면서 얻은 귀중한 노하우를 귓등으로 듣는다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수준의 무례함이다.


물론, 비슷한 얘기들을 숱하게 들어서, 혹은 다른 이유로 이미 알고 있거나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받아 적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를 위해 이렇게 사람들이 모였고, 시간을 쓰고 있고, 무언가를 고쳐주고 알려주기 위함을 알고 있다면, 강사 선배들의 얘기를 받아 적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여줘야 할 자세이자 모습인 것이다. 또한, 시늉이라도 해야, 상대의 입을 더 열게 만들고, 그중에 하나라도 건질 게 있음은 당연지사이다. 결국 나는 입을 닫았다. 이런 면에서 강사 A는 어리석었다.


대학교 댄스동아리 시절, 동아리 에이스 선배 C는 항상 쉽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친구에겐 절대로 요령을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시도와 노력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그제야 조그만 팁(tip)을 슬며시 흘려주었다. 이것은 고작 동아리 활동에 불과한데, 사회에서 특히 생업이 걸린 부분은 오죽할까?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말한다. 노력도 안 하고, 남의 노하우를 날로 먹으려는 도둑은 미워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열심히 하는 자는 세상이 돕는다. 누군가 무언가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본능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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