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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에게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⑩] 창덕궁 후원

by 데일리아트 Feb 06. 2025

10,  조선왕실의 비밀정원 – 창덕궁 후원

           할아버지 그림

창덕궁 후원 앞의 주합루와 부용지


“오늘 가는 곳은 조선의 비밀 정원이다!”


내 말에 손자들끼리 주고받는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비밀이란 단어에 반응하는 것이 분명 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뭔가 비밀이라면 궁금함이 더해져 관심이 커졌던 기억이 있지 않던가. 아니나 다를까.


"비밀의 정원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우리 빨리 가봐요."


손자들의 재촉을 즐기면서 출발할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창덕궁 안에 있는 조선시대 정원으로 조선왕궁의 놀이와 잔치 장소로 활용된 대표적인 조원 유적지 「창덕궁 후원」이다. 창덕궁은 1405년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궁궐로 경복궁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궐」로도 불렸다. 


오랜 역사의 부침동안 수많은 재앙을 당하면서도 다른 궁궐에 비해 비교적 여러 건물들이 무사히 보존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지 모른다. 아마도 깊숙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격변하는 세류의 혼탁한 풍랑에 비켜서 있던 덕일 수도 있겠다.


동궐 창덕궁은 현재 43만 4,877 제곱미터에, 건축 당시 평지가 아닌 산자락에 지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은 조선 특유의 건축양식과 조경을 보여주고 있어 건축학도 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궁궐이다. 

           주합루의 어수문


창덕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아니 우리나라의 궁궐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창덕궁 후원울 꼽겠다. 아직도 창덕궁을 비원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창덕궁의 후원을 예전에는 비원(祕苑)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비원 (祕苑) 비밀의 정원, 궁원 (宮苑 ) 궁궐 속의 정원, 금원(禁苑) 금지된 정원, 북원(北苑) 북쪽의 정원이라 부르기도 했다. '비밀의 정원' 비원이 얼마전까지 가장 많이 부르던 이름이다. 이곳에 가면 왜 이곳을 비원이라 부르기도 하고, 금원이라고 부르기도 한 것인지 알게 된다. 뭔가 신비롭기도하기에 왕과 궁궐에 딸린 사람들만 드나들었던 금지된 정원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이런 아름다움을 도심안에서 감상한다는 것에 마치 내가 궁궐의 주인인 왕이된 느낌이다.  아니 이곳에 가면 실제로 팔자 걸음을 연습하는 곳도 있다. 왕과 신하들이 백성들 앞에서 체통을 지키기 위해 걸음도 연습한 것이다.  야트막한 언덕, 언덕을 돌면 나타나는 아름다운 정자를 보고 있노라면 '아! 조선에서 왕은 한 번 할만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건물 밖 담장 너머의 자연을 끌어와, 집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함께 느끼게 하는 차경의 원리, 자연의 굴곡을 그대로 이용한 건물 구성을 통해 우리나라 정원 조성 원리도 알게 된다. 

          부용정과 부용지


이곳의 여러 정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를 추천 한다면  부용정이다. 정자의 두 발을 부용지에 담궈 놓아 극한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한다. 부용정과 부용지, 북쪽 언덕의 어수문과 주합루가 한 폭의 동양화이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정경이 뛰어나 봄, 여름, 가을, 사계절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숲과 나무, 연못, 정자, 화단 등이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고즈넉하게 조성되어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뿐만아니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도 꼭 와보아야 할 명소이다.

           1986년 추석

           돈화문 앞에서 , 지금은 어엿한 역사학자가 된 아들과 미국에서 사는 딸의 어릴적 모습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말한 비밀에 아직도 꽂혔나?


"비밀을 찾아야 해!"


손자들은 비원의 아름다운 자연 속을 누비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사방을 관찰했다.


손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손자들의 부모인 나의 자녀들과 이곳에 함께 들렸던 기억이 새록새록하여 집에와서 앨범을 찾았다. 1986년 어린 자녀, 지금은 역사교수가 된 아들과 미국에서 사는 두 손자(형주,주원)들의 엄마가 된 딸과 이곳에 왔었다. 당시 서울 관광하면 남산에서 케이블카 타는 것과 창경원(창경궁)의 동물구경을 하고, 비원이라 부르던 창덕궁에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자녀들이 이렇게 장성해서 지금은 딸의 자녀인 손자와 이곳을 찾는 나의 마음이 감개무량하다. 대표적인 연못인 부용지와 부용정은 사진작가들이 촬영하기 좋은 장소여서 작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인원과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듯이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현장에서도 들여보내 주기도 하지만 인원이 몰리는 계절에 그냥왔다가는 낭패이다.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손자들에게 물었다.


"그래 정원에서 어떤 비밀을 발견했냐?"


나의 질문에 작은 손자가 입술을 삐죽었다.


"비밀이 어디 있어요? 전혀 없던데?"


그러나 큰 손자는 이렇게 응답했다.


"비밀의 정원이 아니라 신비한 정원아닌가요?"


창덕궁 후원은 창덕궁 입장권을 끊고 들어와야만 갈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을 나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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