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소운 Aug 14. 2021

연인

남과 여

실수였다 그러면 바로 웃어주나? 만약에 잘못했다 그러면, 그래, 그러고 한번에 싹 용서하고? 난 그렇게 안돼. 화가나고 감정이 상하는데, 어떻게 내색도 없이 뭐든 다 맞춰줘?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아니, 그래야 되겠지?


혼자만 사랑이야? 잘못은 늘 한사람이 하는데,그게  자꾸 반복된다는 건, 그 사람이 상대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거잖아. 언제까지 가만히 기다려?


배려 문제가 아니라, 그냥 실수가 많은 사람도 있어. 네가 진짜 연애를 안해봐서 그래. 정말로 사랑하면, 그런것도 다 귀여워.


귀엽기는.. 예의없는거지.


야, 그럼 애인이거나 부부 사이에, 뭐 좀 잘못했다고 바로 헤어지냐? 용서하고, 봐주고 그러는 거지. 너처럼 살면 일년도 못 넘겨.


실수없는 사람 만나면 되지? 나도 실수같은거 잘 안하니까, 아마 잘 맞을거야.


난 갑갑해서 못 산다.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할것 같아.


오빠도 실수해?


하지, 많이 하지.


어떤 실수?


이것저것 다… 담배 배운것도 실수, 엊그제 세탁소 안들린것도 실수, 술먹고 지갑 잃어버린것도 실수.. 고등학교때 버스에서 자다가 종점까지 간 것도 실수…


그런 건, 다른 사람 화나게 하는 게 아니잖아. 내가 말하는 건, 실수로 남을 불쾌하게하거나, 슬프게 하거나.. 그런거 말야.


너 화나게 한 적 있잖아.


많지.


그렇지… (웃음)… 근데 왜 아직도 만나냐?


만나는게 아니라.. 우린 그냥 친한거고, 사귀는 게 아니잖아.


사귀는게 뭐 별건가? 이렇게 맨날 만나고, 가까워지고, 오빠하다 남친하다.. 그런거지.


그럼 난 오빠한테 막 실수해도 다 용서 되나?


아직 그정도는 아니고… 하는거 봐서.


치..나는, 무조건 내 편인 사람한테 갈거야. 절대 화 안내고, 맨날맨날 나만 이뻐이뻐 우쭈쭈 하는 사람…


잘 찾아봐. 그렇게 정신 나간 놈들이 어딘가 꼭 있더라.


그게 왜 정신 나간거야, 완전 잘해주는 거지.


바보야, 환심사려는 거잖아. 그게 흑심인거야, 뭐 바라는게 있는 거… 그걸 얻고나면 또 다른 여자한테가서 똑같이 우쭈쭈 할껄?


돈?


그렇겠지. 사람이 원하는 건 돈, 남자가 원하는 건 몸… 뻔하잖아.


남자들은 결론이 맨날 몸이야… 정말 결혼도 잠자리때문에 하나? 돈 안들이고 섹스하려고?


철없을때 얘기지. 그리고, 돈이 왜 안들어? 그때부터 왕창 더 드는데.. 그것도 평생…


내 생각에 있잖아, 여자는 자기집을 가지려고 결혼하고, 남자는 자기집에서 나오려고 결혼하는 거 같애.


(웃음) 맞아, 그럴수도 있어. 다 커서 부모님하고 사는거 힘들잖아. 자기가 주인이 되고 싶겠지. 자기 영역에서 줄줄이 거느리고 싶은 본능.. 숫사자같은거.


결혼하고 싶은 여자 있었어?


아니.


그동안 사귀던 여자들은 다 뭐야? 내가 아는 것만해도 스무명은 되는데?


얘가 큰일 날 소리?? 무슨 스무명이야? 내 기억에는 많아야 한 대여섯이다.


에~~ 아닌데? 학교때만 해도 몇명인데?


어릴때는 빼야지. 그땐 그냥 다같이 노는 거지, 사귀는 게 아니니까.


사귀는 게 뭔데?


장기간… 오랫동안 한사람만 만나거나, 미래를 같이 계획하거나, 그정도는 해야 사귀는 거겠?


우린 학교때부터니까, 무지 오래 알고 지냈고, 앞으로도 계속 볼거고.. 그럼 우리도 사귀나?


남들이 볼때는 그럴거야. 썸 이상으로 생각할껄?


오빠는? 나랑 사귄다고 생각한 적 있어?


언젠가 사귀게 될거라는 생각은 해.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진짜?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은 한번도 안했잖아.


달리기 시합이냐? 준비, 시작! 그래야 시작하게? 그냥, 이렇게 가끔 만나 놀고, 나이는 먹는데 둘 다 애인 안 생기고, 그러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누가 애인 먼저 생기면? 그때는 안 만나고?


그건 아니지. 다같이 볼수도 있는 거고… 물론 네 남자 친구나 내 여친이 신경쓰인다 그러면, 그때는 둘이 만나는 횟수는 좀 줄일거고...


만나기는 만나는거네?


애인 생겼다고 확 짜를 수는 없을 것 같애. 그런 이유로 생까기에는, 우린 너무 아무짓 안했잖아.


우리도 남사친 여사친 뭐 그런건가?


그거보다는 좀 가깝지 않냐? 내 동기들하고 너하고 놓고 생각해보면, 네가 훨씬 더 가까워. 여자 친구 지망생 쯤…?


아, 지망생이 뭐야… 여친 후보…?? 1순위해줘.


어이구, 욕심... 마음의 여유를 좀 가지라니까.. 너 전에 만난다던 사람하도 그래서 끝났지? 좋은 사람 같던데, 네가 또 빡쎄게 굴었을거야.


아니야, 그냥 별일 없는데 끝났어. 내가 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같대.


별일 없는게 아니라 그게 제일 큰거네. 좋아한다는 얘기 안했어?


그쪽이 안하니까 나도 못했지. 타이밍이 좀 안 맞았어. 친해졌는데 군대가고, 휴가때마다  만나기는 했는데.. 맨날 다시 시작하는 그런 기분있잖아. 어디까지 친해야 되는지, 어딜 춰야 하는지.. 제대하고나서는, 나는 회사 때문에 바쁘고, 그 사람은 복학하고… 자격증 준비한다고 또 못보고..


별로 열렬하지 않았나보네. 진짜 좋았으면 회사 끝나고 학교 끝나고 맨날 만났을거야.


맞아. 눈에 뭐가 씌일만큼 그런건 아니었나봐. 왜 있잖아, 결혼 상대로 너무 좋은 남자.. 근데 둘다 결혼 할 때가 아닌거..


몇년있다가 다시 만나. 우연인척 재회해봐.


그럴까? 어머, 오랜만이에요, 저 이제 결혼 하려구요, 언제가 좋을까요? (웃음)


(웃음) 그래, 해봐라, 잘될지도 모르지. 그 남자도 아마 너 오래오래 좋게 기억할거야.


됐어. 묻지도 않고, 변명도 없고.. 잡는 척 하나 안하고 너무 쿨했어. 좋아해서 만난 것도 진심이었고, 그만 만나야하는 것도 진심인것 같대. 그런것 까지 생각이 똑같애.


좋은 사람 덕분에 많이 행복했으면 됐어. 잘 될줄 알았는데 아쉽네.


잘 됬으면, 하나도 안 아쉽나?


음… 둘이 잘 됬어도, 조금은 아쉬웠겠지. 마냥 시원하지는 않았을거야.


오호… 진심 나오나요? 서운할까? 슬플 정도는 아니고..?


야, 너랑 나랑 진짜 뭐라도 하는 사이면, 딴 남자한테 간다소리 듣고 소주 한병은 까겠지만... 근데 지금처럼 이래가지고는 너무 어정쩡하지 않냐? 왜? 내가 슬펐으면 좋겠어?


어. 막 펑펑 울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가 속이 후련할것 같애. 거봐라, 후회하지말고 잘 하지 그랬어, 그러면서..


(웃음) 네가 나한테 아주 마음이 없지는 않구나? 솔직히 말해. 어느정도야?


음.. 오빠가 나한테 마음있는 딱 그만큼.. 진짜루 똑같이.


와, 정말 지는 거 무지 싫어해... 사랑도 자로 재서 하냐?


더 좋아하는 쪽이 슬픈 거야.


그건 헤어질때 이야기고.. 잘 되면 슬프지 않지.


잘 되어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더 참고, 잘해주고, 뭐 희생도 하고, 그렇잖아.


난 자발적으로 그러는 건 괜찮아. 다 해 줄수 있어. 그러면서 행복할거니까.


진짜? 나한테는? 나한테도 그럴수 있어?


글쎄다… 이번 생에는 아닌것 같고, 다음생에는 너랑 사랑해볼까?


아, 징그러.. 역시 이상해.


뭐가?


사랑한다는 말… 오빠 술 취하면 꼭 전화해서 그러잖아. 지금 나와라, 사랑한다, 보고싶다… 나 책임져라..


(웃음)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러니까. 기억도 못할꺼 왜 맨날 그러냐고..


남자는 원래 그런다며? 술 먹고 전화하고, 고백하고, 다음날 기억 못하고..  


다른 남자들이 그러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오빠가 하면 이상해.


왜 이상해? 뭐가?


다 이상해. 일부러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 술 깨고 다 기억하면서 거짓말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신경쓰여?


 쓰이지. 딴 사람들이야 안보면 그만이지만, 오빠는 갑자기 안보고 그런거 아니잖아.  


신경 쓰이면… 그냥 사귀던가?


(웃음) 뭐야? 뭐 그런 무성의한 발언을?


왜? 싫어? 이정도 오래 고, 따로 만나는 사람없고, 나이도 자알 먹고 있고.. 그럼 인제 사귀어도 되는 거 아냐?


아, 이 선수는 진짜 헷갈려. .. 오빠는 다 진짜같이 말해. 아니면 진짠데 건성건성 다 가짜같던가.


난 가끔 그런 생각해. 지금 너랑 안사귀면,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 그런거. 넌? 넌 자신있어? 나랑 안사귀는거, 나중에 정말 후회 한번도 안할거야?


(......)


서른, 마흔.. 물론 그전에 누굴 만나게 되겠지만… 뭐, 그게 너일수도 있을거고… 그래도 때가 되어서, 결혼 할려고 만나는 거 말고.. 진짜 마음가는대로 사랑하는 거.. 그걸 지금 억지로 안하고 있는 거잖아.


사귀다가 잘 안되면 불편해. 어색해지는거 싫어. 아 머리 아픈 것도 싫고… 자판기처럼, 원하는 거 탁탁 눌러서 맞는 사람 뽑아서 만나고, 결혼하고.. 그러면 되게 편할거 같애. 복잡한거 다 귀찮아.


그래 , 넌 정략 결혼 해라. 완벽한 사람 찾아서, 너랑 너랑 살아라, 그런거...


종교에 갈까.. 그런 사람들도 있잖아.


맘대로 해. 근데 난 분명히 말했다, 사귀자고… 네가 찬거야.


그게 뭐가 찬거야, 답을 안한거지. 답변을 보류했습니다..  


언제까지요? 각자 따로따로 결혼 할때까지요?


(웃음) 어, 그럴지도 몰라… (웃음) 와, 우린 도데체 이런 얘기만 몇번째야?


지겹다. 다음에는 네가 해라. 내가 거절해 줄께.


싫어.. 거절당하는거 제일 싫어.


그럼, 다음에는 사귀겠네. 네가 사귀자고 말 하고, 내가 오케이 하고.  


안할거야.


천천히 잘 생각해. 실수 하지말고.


(웃음) 할거야, 실수…. 그래도 다 봐준다며?


내 여자만 봐주는 거지… 나한테 사랑받고 싶으면, 네가 고백해라. 오래 못 기다린다, 알지?     


안하면?


술먹고 또 전화 해야지.


그래, 해… 안하면 걱정돼. 어디서 뻗었을까봐…


고백이지?


아니.


걱정된다며?


걱정만 돼.


고백 맞네.. 책임져라. 원래 책임은, 걱정되는 사람이 지는거야.


거봐, 더 좋아하는 사람이 더 힘들잖아.


지금 네 입으로, 네가 더 많이 좋아한다고 한거다?


아니야.


좋아, 봐준다. 내가 더 좋아하면 되지, 뭐… 근데 난 좋아하면 뽀뽀해. 하루 종일, 아주 많이.. 오늘부터 한다? 도망가기 없기.


(.......)


   



<깍지 낀 손가락을 꼭 조인다. 뺄 생각도 없고, 빠지지도 않을것 같다. 수없이 함께 했던 그 거리에서, 처음 손을 잡았다. 발을 맞추어 걷는다. 잘못되어도 괜찮다. 헤어져도, 불편해져도… 사랑하면 다 괜찮다니까, 나도 사랑하기로 했다. 적어도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은, 모든게 다 괜찮을거다. 끝>        

이전 01화 전남편은 영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