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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Jan 31. 2024

내복, 그 한 끗의 차이

바람이 분다, 부산 바닷바람이


따뜻한 남쪽 도시 이곳 부산도 겨울이면  어김없이 "한파"가 찾아온다. 그러나 이곳 남쪽 도시는 낙동강 너머 위쪽 도시들의 체감 온도와는 사뭇 다른 "한파" 느낌이다.


아침마다  매일의 날씨를 확인하면서  최저 기온 0도 이하를 기록하는 날이면 우리에겐 위쪽 지방에서 체감하는 "한파"나 다름없는 추위라 생각하며 주섬 주섬 두꺼운 외투들을 챙겨 입고 외출한다.

최저기온 0도라 함은, 위쪽 도시 사람들에겐 콧방귀 뀌는 온도일 수 있겠지만, 부산에는 '바닷바람'이 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비록 해님은 따스한 온를 내려쬐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동서남북 사방으로 불어대는 '바닷바람'의 살스침은 금세 양쪽볼이 얼얼하게 얼게 만들고, 그로 인한 체감 온도를 최소 5도 이하 아래로 떨어트려주는 무적의 추위 군단이 되어버리기에, 우리들에게 있어 0도 이하의 추위는 위쪽 지방에서의 맹추위와 진배없다는 것을 아는가.


그래서 우리도 12월 들어서면 내복을 꺼내 입는다.

론 개인의 취향이니 모두는 아니고, 나의 이야기라 치자.


나는 12월에 들어서면 내복을 꺼내 입는다. 


워낙 따뜻한 온도에 몸이 적응되어 살고 있는 남쪽 지방 사람이라  약간의 추위에도 몸이 움츠러들며, 게다가 손발이 차디찬 체질이라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나는 더 추위를 잘 타는 듯하다.

내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템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그 옛날 아이 때 입었던 올록볼록 '보온 메리'나 "빨간 내복"은 아니고, 보온성이 뛰어난 티셔츠 두께의 얇은 히트텍 내복이다. 얇은 내복이다 보니 투터운 겨울 옷에 두께를 더하지 않아도 되고, 무늬 없고 색깔도 튀지 않으니, 내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내복, 그 한 끗의 차이


최근 부산도 영하 7도씩 떨어지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었다. 니트와 카디건을 겹쳐 입고 두꺼운 패딩과 머플러를 해도 바닷바람이 한번 몰아 스쳐 지나가면 볼이 얼얼해지는 추위가 며칠이나 지속된 적이 있었다.


아침마다 체크하는 최저기온에 마이너스 (-) 부호가 사라지길 바라던 나날들 속에, 며칠 전부터 마이너스 부호가 사라진 온도가 되어버렸다.

벌써 겨울이 끝난 것인가, 하는 섣부른 나의 판단이 순간 섰다. 

그리고 그 섣부른 판단은 그날 아침 내복을 꺼내지 않고 바로 니트 하나에 외투를 걸치고 출근을 하게 만들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분명 온도는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왜 스치는 바람은 차디차기만 한 것인지...

빠듯한 출근시간, 되돌아갈 수 없어 잰걸음으로 걸어갔지만 섣부른 나의 판단과 순간 망각해 버린 "부산 바닷바람"의 존재가 옷장 안에 고스란히 개켜져 있을 내복만 눈에 아른거리게 만들었던 하루였다.


내복, 그 얇은 면 한 겹의 보온이 이렇게도 크단 말인가.

그 한 끗의 차이란, 겨울 내도록 입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따스함이리라.


아직은 내복을 넣어둘 때는 아니다.

그 한 끗의 차이를 아직은 소중히 느낄 때다.

옷장 서랍을 다시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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