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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Apr 24. 2024

지극히 중요한 지속가능성⑦

5) 탄소를 줄이는 방법 _ ③ 순환 경제

뉴욕의 식당에서는 필리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등장했다. 

현대의 산업 구조에서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에는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구매 - 제조/생산 - 유통 - 판매 - 폐기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가지고 있고, 어떤 회사도 자사의 힘으로만 모든 가치사슬의 일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요. 최근 최저급여 인상으로 무인 레스토랑이 등장한 미국 뉴욕에서는 필리핀 근로자가 원격근무를 통해 매장의 고객을 응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어요. 

가치사슬이란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유통하면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인데, 고객에게 최종 상품을 제공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가치사슬의 과정에서 일부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 만든) 전기'를 사용하거나, 보일러를 가동하기도 할 거예요. 물건을 차량이나 기차, 배, 비행기로 옮기는데도 온실가스가 배출되지요. 예를 들어 커피 한잔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적도 부근의 고산지의 커피 재배지에서 커피를 (주로 배를 통해) 사 와야 하지요. 그리고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에서는 커피원두를 (가스나 전기를 이용해) 가열해 볶고(로스팅),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을 (전기를 이용해) 돌려야 되지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기반으로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는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구분하는 국제기준을 만들게 됩니다. 이게 바로 GHG Protocol(Greenhouse Gas Protocol)입니다. ESG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라면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으실 거예요. 엄청 복잡하거든요. 

※ 골머리를 앓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에 몰두하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골을 앓다', '골치를 앓다'가 있어요.


GHG Protocol는 온실가스 배출이 이루어지는 곳에 따라 기업의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에너지 및 기타)'로 구분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의 가치 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계산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주요소에서 등유를 사가지고 와서 난로에 주입하였다면, 난로 가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기업의 직접 배출(Scope 1)에 해당해요. 하지만 전기난로를 틀었다면, 전기는 한전(Kepco)과 같은 외부에서 공급받는 것이므로 간접배출(Scope 2)에 해당한다는 식이죠. 


어떤 원재료를 구매하는데, 원재료를 만드는 공급사가 직/간접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기타 간접배출(Scope 3)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경우, 2만 여종의 부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회사별로 Scope 3에 해당하는 범위는 엄청나게 넓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러한 온실가스에 대한 구분 기준 덕분에(?) 순환경제 체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어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서 자사의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관련된 대부분의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제품들은 몇 초에서 며칠 정도면 만들어지는데, 사용되고 버려지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보다 제품을 사용하고 폐기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지요.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2021년도 온실가스 배출량 중 Scope 3 배출량이 Scope 1,2를 합친 것보다 42.7배나 되었어요. 

※ 순환(循環(좇을(순), 고리(환), Circulation) : 주기적으로 자꾸 되풀이하여 도는 것




그래서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저감이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된 겁니다. 결국 제품의 제조 측면에서만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 시킨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재생원료를 다시 이용하고, 사용 과정에서 수명을 늘리고, 고장을 줄이고, 제품을 더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폐기나 재사용이 쉽도록 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해요. 이런 노력들이 이루어 내는 경제 체계를  '순환 경제'라고 하지요. 


선형, 재활용, 순환 경제 설명

세계 경제 포럼(WEF)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의도와 설계에 의해 복원되거나 재생되는 산업체제'라고 정의합니다. 기존 대부분의 산업에서 영위하던 산업체제를 '선형 경제(Linear Economy) 모델'이라고 합니다. 처음과 끝이 있는 선처럼 원료를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제품으로 변환하는 전통적인 제조/판매/폐기 방식이지요. 선형 경제 모델로 인한 자원 낭비와 지속적인 환경 파괴 문제를 안고 있어, 순환 경제 모델을 통해 제품의 수명 주기(Life Cycle)가 끝나 수명을 다해도 재사용, 재활용 또는 용도 변경을 통해 제품을게속 해서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

타이어로 아웃솔(outsole, 밑창)을 업사이클링한 신발 사례

재활용(Recycle)과 순환경제는 같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재활용의 목표는 기존 제품의 일부 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인데 반해, 순환경제는 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짧게, 빨리) 순환시켜 재료의 가치 범위를 넘어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순환경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업사이클링(upcycling)입니다. 최근 여러 패션브랜드에서 업사이클 기반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서 익숙할 수도 있는 단어지요. 업사이클링은 기존 재료의 품질을 낮추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 있어요.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재활용하는 상품들은 대체로 품질이 기존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마시는 알루미늄캔(Aluminum Can) 맥주의 국내 재활용률은 약 80%에 달합니다. 재활용되는 알루미늄캔은 다시 캔으로 '재사용'되는 'Can to Can'과,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되는 경우로 구분되지요. 이때 알루미늄 비율이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되는 경우, 캔의 품질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재활용 과정에서 알루미늄 손실도 많아진다고 해요. 

하이브리드(hybrid) 

동물이나 식물 따위의 잡종, 혼종, 이종을 뜻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가지 이상의 이질적인 기능이 합쳐진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가 같이 있는 차량이라던지, 포크와 숟가락이 결합된 포크숟가락, 체크카드와 신용카드가 결합된 카드 등이 하이브리드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필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만 살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 

최근에는 업사이클링에서 더 나아가 프리사이클링(Precycling)도 각광을 받고 있어요. 제품 구매 단계에서 포장되지 않은 상품을 사거나, 재활용 또는 재사용되기 쉬운 제품을 구매하는 거예요. 특히 화장품이나 세제와 같이 용기에 담겨 파는 제품의 경우,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리필 스테이션(refill station)이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re- : '(시간이나 장소에서) ~보다 이전, 앞'을 의미하는 접두사. 라틴어 'pra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순환경제를 위한 제품은 업사이클링 디자인이 필수입니다. WEF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의도와 설계'에 의해 복원되거나 재생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순환경제를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원 제품의 사용이 끝나도 동일한 품질의 재료를 추출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요. 따라서 순환경제는 재활용보다 더 발전된 콘셉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순환형 공급망'이 갖춰져야만 하지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시대에 걸맞게 최근 등장한 OTT 공유 플랫폼 

순환경제의 또 다른 활용법은 바로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는 거예요. 최근 엄청나게 발달하고 있는 AI 및 IoT 기술을 이용해 물건의 가치 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겁니다.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당근마켓 같이 물건이나 자산의 공동 이용을 촉진하고,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노력도 순환경제의 일부이죠.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을 10번 쓰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공유뿐만 아니라, 렌털(rental)처럼 사용 시간만큼의 이용료를 내는 비즈니스도 의미가 있어요.


순환 경제를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GE는 항공기용 엔진을 판매하면서, 항공기의 부품에 대한 유지 보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고 실제적으로 더 오랫동안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순환 경제 측면에서 보면 사용 단계에서 더 많이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은 시점에 고장으로 인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게 됩니다.


유럽의 대형 트럭 역시 이러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가 붙어 있는 유럽에서는 대형 트럭을 이용한 운송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 곳에서나 견인차를 부를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운송 도중 고장 날 경우 문제가 커지죠. 그래서 사전에 센서 등을 통해 타이어나 주요 부품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조치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는 메인터넌스 프로그램(maintance program)이 각광받고 있어요.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새로운 순환경제 규제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순환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2차 전지의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 리튬, 납, 니켈의 재활용률을 규제하고, 유럽 내에서 순환하도록 하는 EU 배터리법을 제정하고, 2031년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도 '순환경제 사업화 지원사업'이나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을 가열해 다시 석유(원유) 상태로 되돌리는 '열분해' 기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순환 경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나서서 순환경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폐기물 감소라는 환경적 측면 외에도, 주요 자원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EU나 미국이 내세우는 무역장벽에 대응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지구가 기후를 유지하는 방법, 지구 온난화의 진짜 문제점들에 대해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얘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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