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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Apr 17. 2024

지극히 중요한 지속가능성⑥

5) 탄소를 줄이는 방법 _ ② 탄소 제거

이산화탄소 결합 이미지

이산화탄소는 탄소 원자(C) 하나에 산소 원자 2개(O2)가 결합한 화합물입니다. 고체 상태에서 해빙될 때 바로 기체로 승화하여 드라이아이스(Dry ice)라고도 불리죠. 기체 상태일 때 색, 맛, 냄새가 거의 없어 대기 중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심지어 대기 중에 0.04% 차지하지 않지만,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N2)나 산소(O2)와 같은 이원자 분자는 태양광 중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지만, 공기에 섞여있는 소량의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프레온(CFC)처럼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는 적외선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고 해요. 태양복사에너지는 투과시키지만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하는 적외선은 자연적 온실효과보다 더 많이 흡수하여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최대 200년까지 머문다고 하니 더욱 문제예요.


대한민국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운송 시 배보다 비행기가 100배 더 탄소를 배출한다. 물론 훨씬 느리다. [출처 : LG]

그래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중요하지요. 이산화탄소, 특히 탄소를 줄이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는 거예요.


극단적으로 현재의 모든 항공운송을 해상운송으로 교체하면 운송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95%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아직까지 대부분의 운송은 내연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연 기관 중 가장 효율적인 운송 수단인 비행기가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주범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을 극단적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전력이나 운송 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출량 저감 정책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탄소배출 저감 노력만으로는 줄일 수 없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저감 방법도 필요해요. 그 방법 중 하나가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것이지요. 사실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완화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 포집(捕集(잡을(포), 집단(집)), capture) : 일정 물질 속에 있는 성분(주로 기체)을 분리하여 잡아 모으는 일. 따라서 기체의 밀도나 물에 녹는 형태를 감안하여 알맞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실제로 2020년 9월, 세계의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는 국제기구인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탄소 포집 없이는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습니다. 2050년까지 감축해야 할 탄소 22억 톤 중 15%인 3.3억 톤은 탄소 포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심지어  유엔환경계획 산하의 IPCC는 2022년 4월  22억 톤 중 30~60%인 6~13억 톤은 탄소 포집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2023년 5월에는 IEA가 탄소 포집 기술를 통해 전체 탄소 감축량의 18%를 포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러니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당연하겠죠?


CCS는 탄소를 제거하는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인 탄소포집(Carbon Capture) 기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탄소를 어떻게 포집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려요. 크게 포집된 탄소를 격리/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 Sequestration / Storage)와 포집된 탄소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로 구분합니다.

탄소 포집 격리 / 저장  

격리와 저장은 상당히 유사한 개념입니다. CCS 기술의 핵심은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되기 전에 포집한 후 (거의) 영구히 저장(Storage)하여 대기로부터 격리(Sequestration) 시키도록 하는 것이 거든요. 그러니 포집된 탄소의 격리는 이산화탄소를 지질층에 저장하는 프로세스를 일컫습니다.




탄소를 포집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자연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나무 심기' 같은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이죠. 일반적으로 삼림이나 습지와 같은 탄소를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탄소흡수원보호하고, 회복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지구 차원에서 나무를 더 심고, 습지나 갯벌을 더 확대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거지요. 실제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한 168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131개 나라가 자연기반해법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어요.

※ 삼림(森林(나무 빽빽할(삼), 수풀(림), forest) : 넓은 지역에 걸쳐 나무가 우거져 이룬 숲. 비슷한 말로 산림(山林)이 있는데요, 산림은 산과 숲이고, 삼림은 숲을 의미합니다.


자연기반해법 중 첫 번째는 손상되지 않은 자연을 보호(protect)하고 손상된 자연을 복원(restore)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삼림은 지구 전체 표면적의 31%를 차지하며, 사람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약 4분의 1을 흡수한다고 해요. 숲이 파괴되면 탄소를 흡수 못 할 뿐만 아니라 토양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공기 중으로 풀려나기도 하지요. 2019년에 배출된 온실 가스 중 약 11%가 산림 벌채와 황폐로 인해 배출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성장이 끝난 나무 1그루는 1년에 평균 5.6kg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요. 전 세계가 배출한 탄소 중 절반을 줄이기 위해 5,000억 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숲의 재야생화도 필요하지요. 농지의 15%를 다시 야생화하면 연간 299 기가 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숲을 보호하고, 복원하기만 해도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더 늘리고, 배출을 더 막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생물다양성도 회복할 수 있지요. 이렇게 식물과 토양에 저장된 탄소를 그린카본(green carbon)이라고 해요.


주요 탄소흡수원인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2023년 4월 유럽 의회는 2020년 1월 이후 삼림 벌채를 통해 전용된 농지를 통해 생산된 제품의 EU 내 판매와 수출입을 금지하는 EU삼림 규정(EUDR, European Union Deforestation-Free Products Regulation)을 채택했어요. 이 법안으로 인해  커피, 소고기, 고무, 목재, 코코아 등 7개 농산품은 삼림 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증명하는 실사 선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EUDR은 2024년 12월 말부터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벌써 관련 기업들은 이 증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어요. EUDR 인증된 원재료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요.


또한, 갯벌이나 습지 역시 훌륭한 탄소 포집 장소가 될 수 있어요. 물속에서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강력하게 탄소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은 세계 최대 규모(2480㎢)로 연간 흡수하는 탄소가 26만 톤에 달한다고 해요. 나무나 식물을 심는 것보다 갯벌이나 습지를 조성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대기에서 흡수되어 바다에 저장된 탄소를 블루 카본(Blue Carbon)이라고도 하는데, 대부분은 바다에 직접 용해된다고 해요.





GE사가 추진 중인 DAC 필터

탄소를 포집하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방법, 즉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DAC) 방식이 있어요. DAC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 후 필터로 걸러 탄소만 분리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주로 공장의 굴뚝처럼 탄소 배출이 집중되는 지점에 탄소 포집 공정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애당초 대기 중으로 탄소가 배출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지요.


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촉매나 용매를 이용하거나, 활성탄을 활용하기도 해요. 탄소 화합물에서 탄소만 분리하기도 하지요.

촉매(Catalyst)와 용매(solvent), 활성탄(activated carbon)

촉매는 다른 물질의 반응과정에 참여하여, 반응속도를 변화시키는 물질입니다. 사람의 침에는 소화를 돕는 촉매인 아밀라아제가 있지요.
용매는 어떤 물질을 녹이기 위한 매개체가 되는 물질입니다. 예를 들어 소금물에서 물이 용매이지요.

활성탄은 탄소의 집합체로 목재나 갈탄, 무연탄 등을 원료로 제조되는 대표적인 흡착제입니다. 분자 크기 정도의 구멍이 많아 표면적이 넓어 흡착성이 강하고, 화학반응이 빨리 일어나게 되죠. 최근 많이 사용하는 샤워기 필터에도 활성탄이 사용됩니다.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한 이후, 처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어딘가에 묻는' 방법입니다. 탄소발생 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한 뒤 이를 선박이나 파이프로 운송해 해저나 폐광구와 같은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다시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지하공간을 활용하지요. 또한, 2022년에는 지하의 수소 매장지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집어넣어서, 수소를 생산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렇게 ‘폐기물 및 잔류물’로 만든 수소를 오렌지 수소(Orange Hydrogen)라고 불러요.


포집된 탄소를 처리하는 두 번째 방법은 '재활용'하는 거예요. 이산화탄소를 기체, 액체, 고체 상태로 변형하여 활용하는 거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얻고, 산소를 배출해요. 그러니 신선한(?) 이산화탄소는 비닐하우스나 밭의 작물에게 좋은 먹이(?)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즐겨 마시는 탄산음료에도 이렇게 포집된 탄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정용 소화기에도 액화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할 수 있어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고체 탄소(블랙카본)로 만들어 철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어요.


탄소 자체를 광물화(Mineralization)할 수도 있어요. 바로 '벽돌'을 만드는 거예요. 이산화탄소를 고체 무기물 탄산염으로 전환하여 벽돌을 만들면, 사용 후 폐기하여도 탄소 배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광물화된 탄소는 매우 안정성이 높아서, 수만 년 또는 수십만 년 동안 배출이 되지 않거든요. 현재 우리가 시멘트-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배출하는 탄소가 약 6%에 달하기 때문에 폐기물을 시멘트의 원료로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발적 탄소 제거 구매 챌린지 캠페인

지금도 탄소의 저장과 활용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어요. CCS/CCU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미국 에너지부(DOE)에서는 탄소 제거 크레딧을 구매하는 ‘자발적 탄소 제거 구매 챌린지(Voluntary Carbon Dioxide Removal Purchasing Challenge)’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챌린지 참여 기업은 바로 구글(Google)입니다. 향후 12개월 동안 3500만 달러어치의 탄소 제거 크레딧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해요.


흡수제를 이용하는 직접탄소포집(DAC) 장치를 생산하는 카본 캡처(Carbon Capture)는 아마존(Amazon), 아람코(Aramco Venture), 지멘스(Siemens Financial Services) 등의 글로벌 대기업들로부터 8000만 달러(약 1066억 원)를 투자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이렇게 보면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의 시장 규모가 3조 6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더 이상 허풍처럼 들리지 않죠?


자, 이제 탄소를 덜 배출하고, 이미 배출한 것을 흡수하여 저장까지 했으니 한시름 놓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잘 만들어놓은 친환경적인 흐름이 순환되도록 해야합니다. 더 어려운 숙제가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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