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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완전 꿀 아니야?

네, 아닙니다.

by 하루담이

0. "초등교사? 완전 꿀이네."라고 말하는 모든 분들에게


해보세요.

수업에 관심 없어 보이는 학생들 앞에서 1시간의 수업을,

무슨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1시간의 점심시간 버티기를,

학생의 말을 듣고 이미 화가 난 학부모와의 1시간의 방문 상담을,


'초등교사'를 검색했습니다.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이 있었습니다.

“교사 안 할래요”... 전국 10개 교대, 수시 모집서 637명 못 뽑아

제가 교사를 준비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왜 변했을까요.


학생들에게 체벌은 불가하니,

교사가 말로 지도 했을 때

학생들이 착하게 들어주기만 바래야 합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면?

사실상 그다음은 방법이 없습니다.


체벌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은 고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지도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학생들도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았을 때

교사가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행히도 오늘은 교사의 지도에

"아~ 쌤!, 알겠다고요." 하며 인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생님.'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교사가 살기 위해선

지도하지 않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못 본 척 지나가면 없는 일이 될 거라고요.


이쯤에서 한 가지 잘못을 고할 게 있습니다.

저는 체벌을 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를 죽이겠다며,

돌덩이를 밖에서 가져와

친구에게 뛰어가는 학생을 저는 못 본 척하지 못했습니다.


그 학생의 양 손목을 두 시간 동안 잡고 있었습니다.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이 손목을 잡고 있다간 교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공격 학생 손목 잡았다고"... 아동학대 의심 두려운 교사 92.9%

공공연하게 나오는 기사의 제목입니다.


거의 모든 교사가 이렇게 '아동학대'의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만두더라도 잡아야겠다.'

그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놓으라고 **아, 놔 죽여버릴 거야."

두 시간 동안 학생의 화를 같이 견뎠습니다.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아서

두 손목 꼭 잡고 기다렸습니다.


다행입니다.

이번엔 잘리지 않았습니다.


지도를 위한 최소한의 제재도

마음조리며 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이미 교직을 떠나신 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탈출은 지능순.

학생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지능은 좀 더 떨어져도 괜찮다고 버티시는 분들이

지금 초등교사입니다.


교사의 카리스마에 모든 걸 기대고

지도하는 현 교육이 맞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학부모 민원에 벌벌 떨어야 하고,

학생들도 이 사실을 아는 상황에서,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손과 발이 다 잘려나간 상태에서

맨몸으로 학생들 앞에 섭니다.

하루가 아니라 1년을,


마치 이런 느낌입니다.

앞에 길이 있는데 양 옆은 낭떠러지입니다.

그 길을 걸갑니다.

미끄러지면 다시 올라올 수 없습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아도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견디며 걸어가야 합니다.


교실이 있습니다.

양 옆은 '교실붕괴'입니다.

1년을 생활합니다.

교실이 붕괴되면 다시 살릴 수 없습니다.

반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견디며 생활해야 합니다.


옆 교실에서 교사의 권위가 무너져

'교실붕괴'가 일어났을 때

동료교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같이 슬퍼하는 일.

그뿐입니다.


우리 반에 그 학생들이 없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매년 반배정을 할 때

내 말을 들어주는 학생들이 모여있기를

간절히 바라기만 할 뿐입니다.


제가 아직 교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아직 뽑기 운이 좋았나 봅니다.


아프다고 갑자기 교실을 비울 수도 없습니다.

아침에 열이 39도 일 때도 출근했습니다.

수업은 계속 진행돼야 하니까요.


매일을 학생들과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 하고

'부모님께 얘기하면 교사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업 시간이니까 떠들지 말라는 교사의 지도에

"싫은 데요."라고 대답하는 학생에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업 시간이니까 교과서에 필기하라는 교사의 지도에

"안 하면 안 돼요?"라고 대답하는 학생에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쉬는 시간, 친구가 때렸다며

교사에게 신고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못한 점이 있으니 사과하라는 지도에

"제가 왜 사과를 해야 돼요? 얘도 잘못했는데."라고 대답하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이 수업시간에 화가 나서 가위를 들고

다른 학생에게 달려간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이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창 밖으로 몸을 던지려 한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뛰다가 부딪혀

부딪힌 학생의 이가 부러습니다.

'학생지도가 안 돼서 피해 입었다'며

교사와 학교를 고소하려는 학부모에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육 시간 운동을 하다가 머리를 부딪혀

피가 철철 나고 있는 학생 보고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급하게 보건 선생님을 찾고

병원으로 이송해서 응급처리를 했습니다.

"체육 시간에 왜 안전지도를 철저히 안 했냐"는 나무람에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에도 수십 번

'어떻게 해야 할까요'를 마주하며

1년을 보냅니다.


그 '어떻게 해야 할까요'에 대답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중입니다.


이 글을 쓰며

누군가에게 힘을 얻고

누군가에게는 힘을 드리고 싶습니다.


답은 없습니다.

저도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걸어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좋아하는 잠언시입니다.

교직생활을 하며 제가 한 고민들이

이 글을 읽는 분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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