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해계획을 세우는 이유
작년은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회사가 매각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러고 소개팅을 통해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으셨고, 그 후 회복과정에서 뇌출혈이 와 급하게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수술이 잘 끝나 회복 중이시다. 내가 주선해 준 커플이 결혼을 했고, 나는 대리로 진급했고, 블로그를 시작했으며, 3년 전 두 번 떨어졌던 브런치에 하루 만에 작가 등록 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만 다사다난했냐고 하면 그게 아니고 매년 다사다난했었던 것 같다. 2022년에는 어머니가 장폐색으로 수술을 하셨고, 물류파업으로 회사일이 바빴으며, 기숙사를 나가야 해 자취집을 구하려 다녔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작고 큰일들이 있었다. 나이가 많이 먹진 않았지만 정말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모르고, 전화위복, 새옹지마가 맞는 말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이런 인생의 불확실성 속에서 그나마 중심을 잡고 내 길을 걷게 해 주는 게 나에게는 새해 목표다. 누군가에게는 새해 목표가 단순히 연말, 연초의 불꽃같은 설렘과 의지에 사로잡혀 기분에 취해 작성하는 걸 수도 있고, 결코 오르지 못할 목표를 설정해 둔 뒤 닭 쫓는 개가 된 마냥 그저 허망히 쳐다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새해목표란 올 한 해를 돌아보고 자기반성과 점검을 통해, 새로 다가올 한 해를 정성껏 준비하는 과정이다. 여러분에게도 그랬으면 한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2024년 새해 목표는 아래와 같다.
1. 신체적, 정신적 건강 관리
작년, 친한 동생의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으로 돌아가셨다. 퇴근 후 떨리는 목소리의 통화를 받았던 순간이 끔찍하게 생생하다. 그리고 동갑내기 동료의 와이프가 갑상선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고, 옆부서 과장님의 아이가 급성백혈병으로 A형 피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또 다른 부서 과장님의 와이프가 폐암 말기라서 장기 휴가를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내가 돈을 모으는 것도 편하고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흔히들 신체 건강은 중요시하는데 반해 정신적 건강을 등한시한다. 하지만 나는 신체와 정신적 건강은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해야 신체가 건강하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2024년이 되었으면 한다.
2. 공적 커리어가 아닌 사적 커리어 관리하기
생업은 중요하다. 그래서 생업을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 주는 시대는 끝났다. 대기업에서도 1년 차 퇴사자가 쏟아져 나오고, 정년보장,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사라졌다. 회사에서의 커리어도 중요하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라면 잡일이든, 문서작업이든 무슨 일이든 열심히 배우고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연차가 4~5년 정도 쌓이면 회사에서의 공적 커리어가 아닌 사적 커리어 관리도 중요해진다.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내가 들어오고 싶었던 회사다. 최종합격을 했을 때 정말 기뻤고 지금도 감사히 잘 다니고 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회사 매각설이 터져 나왔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지리적 요건, 복지, 연봉, 워라밸 모든 걸 고려해서 선택했던 회산데 당장 근무 지역부터도 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되자 6년 만에 처음으로 이직이란 선택지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게 되었다. 내가 이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오다니. 그제야 내가 가진 강점과 약점이 적나라하게 짚어져 갔다. 내가 이 회사에서 잘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던 일을 다른 회사에 가서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회사마다 업무방식, 사용하는 시스템,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을 다른 회사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공적 커리어뿐 아니라, 지금 회사를 떠나게 되더라도 내 사적 커리어 관리가 잘 되어 있어야 원활히 다시 자립할 수 있다는 걸. 여러분도 사적 커리어를 잘 관리하시길 바란다. 그게 언어든, 재테크든, 자격증이든 무엇이라도.
3. 내 자산 명확하게 파악하기
생각보다 주변에 내가 정확히 얼마를 어느 통장에, 부동산에, 주식에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대충 5,000만 원 정도 있을 걸?'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새해에는 꼭 본인의 자산을 명확히 파악해 보길 바란다. 내 돈이 예적금으로 얼마, 부동산엔 얼마, 주식엔 얼마, 연금저축엔 얼마가 들어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재정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한쪽으로 퍼센트가 지나치게 쏠려있다면 적정히 분배하는 것을 권한다.
4.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자취하는 직장인이라면 방문은커녕 통화 횟수도 점차 줄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교적 본가가 가까워 자주 방문하는 편이지만 본가에 가서도 내 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가 많다. 그런데 올해 어머니가 60세라는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울컥했다. 6은 엄마의 수식어로 붙지 않을 것 같은 숫자였다. 그러고 보니 정말 얼굴에 주름도 는 것 같고 눈매도 더 쳐진 것 같았다. 살가운 딸은 못되지만, 그래도 올해는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 노력해보려 한다. 거창하게 여행을 간다거나, 비싼 걸 먹으러가 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란히 앉아서 같이 티브이도 보고, 귤도 까먹고, 동네 마실도 가고, 그러다 목욕탕 있으면 들어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고.
5. 고정비 20% 줄이기
방금까지 굉장히 따땃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너무 현실로 돌아왔나? 하지만 잊지 말자. 내가 새해계획을 추천해주고 있는 것도, 결국은 여러분이 빨리 돈 모아서 경제적 자유를 보다 빨리 찾기를 응원하는 마음에서다. 고정비 줄이기는 그 무엇보다 이 뜻에 맞는 목표다. 그럼 무슨 고정비를 줄여야 하냐고?
나는 우선 휴대폰요금을 첫 번째로 꼽고 싶다. 폰을 2년마다 한 번씩 바꾼다? 돈 모을 생각이 없다는 거다. 꼬박꼬박 2년 약정으로 3사 통신사 요금을 쓰고 있다면 올해는 꼭 알뜰폰으로 갈아타자. 한 달에 10,000원 내외로 요금이 나온다. 3사 통신사 요금을 50,000원이라고 가정하면 한 달에 40,000원, 1년에 480,000원을 아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카드정리를 했으면 한다. 지갑을 꺼내보자. 안에 카드가 몇 개나 있나? 나의 경우는 통신비 할인 신용카드 1개, 체크카드 1개, 이렇게 딱 2개만 쓴다. 카드가 5개 이상이다? 무조건 정리해야 한다. 3개 내외를 추천한다. 카드가 많을수록 필요없는 연회비만 나가고 최저사용금액을 못맞춰 혜택은 못받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통신비 할인카드는 포함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한 달에 15,000원~22,000원을 할인해 주는데 알뜰폰 요금제와 시너지를 발휘하면 한 달 통신요금이 거의 '0'에 수렴하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2024년 새해목표를 추천해 봤다.
나는 내 2024년 새해목표인 '브런치 주 1~2회 연재하기'를 지키기 위해 퇴근 후 밤 10시까지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하실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