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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Oct 15. 2024

극 'J'의 우울증 극복법

새해, 떠오르는 해와 함께 이별도 우울증도 Bye

2020.01


새해가 떴다. 20대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다이어리를 꺼낸다. 표지에는 까만 날개와 노란 부리가 귀여운 펭귄이 그려져 있다. 그렇다. 펭수다. 이별의 아픔을 펭수를 보면서 달랬다.(ㅎㅎ) 그랬기에 새해에 고른 다이어리는 단연 펭수 다이어리였다.


'2020년 새해 목표'


다이어리 가장 앞장에 정갈한 글씨로 또박또박 적는다.(사실 그리 정갈하지 않다. 나는 악필로 유명하다.)

매년 초,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해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2024년 새해 목표 세우기(새해 목표 수립 Tip)>으로 브런치 첫 연재를 시작했다.)


학창 시절의 나를 돌이켜보면 계획만 열심히 세웠지, 실천을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학 복학생이 된 후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인지, 세운 계획을 철저히 지켰다. 

연초에 연단위 계획을 세우고, 달마다 일별 계획도 세웠다. 그랬더니 원하는 결과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나는 철저한 'J'로서, 회사원인 지금도 일별계획을 세운다. 필이 꽂혔을 때는 퇴근 후의 일정도 시간단위로 쪼개서 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아래와 같은 식이었다.


- 5시 30분 퇴근

- 6시까지 체육센터도착

- 7시까지 운동

- 8시까지 집도착 후 저녁식사 및 정리

- 8시 30분까지 씻기

- 9시 30분까지 책 읽기

- 10시 30분까지 글쓰기

- 11시 30분까지 개인시간

- 11시 30분 취침


물론 가난한 취준생이 아니라 먹고살만한 회사원이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계획을 지킨 날은 잘 없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계획을 세운다. 계획이 나를 있게 한다.






2020년, 새해를 맞아 내가 제일 처음 써나간 계획은 다음 2가지였다.

1. 홀로서기, 자존감 높이기
2. 우울증, 공황장애 극복하기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1, 2번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떠오르는 대로 줄줄이 적어나갔다.


1.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 --> 글쓰기. 근데 아웃풋이 있으려면 인풋도 있어야 하니, 책도 열심히 읽어보자. 그래. 한 달에 책 2권 읽기를 목표로 해보자. 그러면 글쓰기는? 일단 공모전 5개 도전을 목표로 해볼까?

2. 취미 가지기 --> 내가 좋아하는 게 뭐가 있지? 아! 나 아이돌 댄스 배우고 싶은데! 아이돌 댄스를 배워봐야겠다.

3. 운동하기 -->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는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마법의 문장이다. 일주일에 운동 2번은 하자!


이런 식으로 줄줄 써나가다 보니, 내가 2020년 세워야 할 계획이 명료하고 단순해졌다.


신입사원으로서 업무와 사람들에 치이다 보니,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 지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물론, 회사가 온전히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니고, 기저에는 풀지 못한 가정사와 그 속에서 움츠려 들었던 내가 있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오래된 남자친구도 떠나보냈다. 이제 나는 오롯이 혼자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나니 제법 살 만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하던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나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책을 많이 읽게 됐다. 그래서 처음으로 '독서 목록'도 만들었다. 한 권씩 쌓여가는 뿌듯함이 있었다. 뿌듯함은 성취감이 되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잘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고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도 마셨다. 클럽도 가보고 헌팅도 처음 해봤다. '이래도 되나'라는 죄책감 비스무리한 게 머릿속을 떠다녔다. 근데 뭐,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러다 불쑥 심술이 솟았다. 29살에 첫 헌팅이라니....... 순간 내가 한심해지기도 했다. 

그동안 참 많은 규칙과 굴레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다. 성격은 안 바뀐다고, 헌팅도 찰나의 일탈로 끝났지만 분명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극'J'답게 술은 정해진 횟수 안에서만 마신다. 그럼에도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가장 방탕했던(?) 순간은 단연 2020년 초다. 처음 느껴보는 자유 속에서 틀을 조금 탈피해서 변태해간다.


나는 이제 떠오르는 새해와 함께 출발을 한다. 이별의 아픔도 우울증의 고통도 떠나보낼 준비가 됐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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