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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Mar 14. 2022

2022년 2월의 나는..

시드니로 돌아온 후의 별거 아닌 평범한 일상들과 소식들

시드니로 돌아온 후, 작업실에서 이스터에 계란 담을 그릇들을 만들었다. 

왜냐면 이스터를 기념해서 다른 아티스트 분들과 작은 전시회를 하기 때문이다. 

작업실에 오랜만에 혼자 있으니 좋더라. 더 큰 작업실을 신청해놨는데, 오퍼가 나면 좋겠다. 



스트레스가 쌓여갈 무렵, 당이 필요하다!라고 느꼈는데.. 마침 대학교 친구가 굳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로 놀러 오겠다고 했다. 왜냐면 그녀는 한국식 빙수를 꼭 먹어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한국식 빙수는 팥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녀의 선택으로 오레오 빙수를 먹었다. 

에라이, 여기 한인타운 온 김에 딸기 찹쌀떡도 먹어보거라! 


찹쌀떡을 낯설어하면서도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빙수랑 같이 참 잘 퍼서 먹더라. 

그 빙수를 다 먹고도 그녀가 헛헛해하길래 2차로 한국 카페에 데려가 줬는데, 케이크들을 보고 그녀는 눈이 돌아갔다. 결국 저것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시드니로 돌아오고 나서 너무 행복했다. 도시 생활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게다가 대학원 공부도 한 학기만 딱 쉬기로 했는데, 와... 5년 만에 공부 안 하고 시간 보내니 너무 행복했다. 


그래도 헛헛하더라.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서 다시 취미로 그릇에 그림을 그렸다. 

유치한 거 알지만 뭐 어때, 내가 좋으면 됐지. 



Artist Tika Robinson

내가 큐레이터로 참여하는 전시회의 10명의 호주 작가 중의 한 명인 티카 로빈슨. 

순둥순둥 푸근한 인상의 아티스트이다. 작품은 순둥순둥 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요즘 전시회 준비하는데,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된다. 


호주 사람들은 유독 좀 느린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 사람은 좀 빨리빨리라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 보니 호주 사람들하고 같이 일할 때에 답답할 때가 종종 있다. 전시회 기획서를 빨리 슈퍼바이저한테 넘겨야 하는데, 내 아티스트 분들께서 늦장을 부리시길래.. 또 키보드로 분노의 이메일을 따다다 다닥 썼다. 

내용인즉슨.. 

"이게 나만의 전시회야? 너의 전시회이기도 해!"

"너 바쁜 거 알아. 근데, 너만 바빠? 이거 왜 이래, 나도 바빠!!!"

"나 혼자 다 하라고? 헐.."

"이 이메일을 읽은 즉시 지금 당장 네 할 일을 지금 이 자리에서 끝내버려. 나중 에란 건 더 이상 없어."


"큐레이터는 노비네 노비"라며 비아냥 거리려다가 소심해서 그건 그냥 빼버림. 


몇 시간 후, 몇몇에게 정성스럽게 긴 글들이 왔다. 이메일을 쓰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 메시지로 연락이 왔다. 

왠지 잠시 살짝 짜증이 나고 화났던 내가 너무 나쁜 년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너무나도 따뜻하고 고마운 메시지들. 


감사합니다. 다시 열심히 일해보겠습니다.. 응?....

이게 아닌데.. 어쨌든.. 


그래도 다 같이 또 열심히, 재미나게 일해봅시다. 



시드니에서 같이 큐레이터 하는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서 놀러 갔다. 

같은 일 하는 친구가 생겨서 너무 다행이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이상한 사람인가 아닌가 몇 달을 지켜봤다. 예전에 나한테 미친 듯이 악플 달던 시드니에서 일한다던 그 큐레이터가 얘인가 의심도 했었다! (예전에 어떤 분이 본인이 시드니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라면서 나한테 막 지적하면서 악플을 다신 적이 있다. 시드니에서 한국인 큐레이터는 매우 한정적이라서 다 아는데.. 이분은 도저히 모르겠더라. 생각해보니 미술에 관한 지식과 자세도 상당히 부족하신 것 같고, 악플러가 그냥 얼굴 안 보이니 뻥친 듯 ㅡ_ㅡ) 나중에 이 친구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니 서로 웃겨서 빵 터졌다. 


어쨌든, 이 날.. 다른 한국인 아티스트 친구와 함께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매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재미로 셋이서 어플로 사주를 봤는데, 셋 다 팔자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 



새로운 취미, 골프. 

골프가 예전에는 왜 재밌는지 몰랐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이 날, 골프 치고 나서 친구랑 시드니 한국 식당에서 몇 년 만에 밥을 먹었는데.. 매운 족발이 맛나서 눈이 번쩍 뜨였다. 다 먹고 나서는 타로 맛 빙수를 먹으러 갔었다! 



왼쪽은 나의 특제 홍합 파스타. 오른쪽은 콩국수 먹고 싶다던 친구를 위해 만들었다. 

시드니로 돌아온 후, 친구들을 집에 하나씩 초대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번에는 수비드 스테이크 해줄게! 



생전 처음 먹어본 베트남 음식 분짜. 최근 새로 친구를 사귀었는데, 이 친구 덕분에 재밌는 경험들을 하고 있어서 매우 즐겁다. 



스튜디오에 일하러 가면 우리 깁시랑 꼭 인사하고 논다. 작업은 한 시간, 고양이랑 노는 건 두 시간.. 

근데, 우리 깁시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이쁜 것 같다. 순하고 똑똑하고 착한 고양이. 



스튜디오 앞에 한국분이 카페를 하셔서 김치 토스트란 메뉴가 있다. 

아직까지는 절대 질리지 않는 맛. 모차렐라 치즈와 김치의 조화가 바삭한 토스트와 함께 끝내준다. 



요즘 기도할 것들이 많아서 몇 년 만에 새벽기도를 갔다. 

새벽기도 끝나고 챙겨간 필터 커피.. 커피 내려서 청년들과 나누어마셨다. 


최근에 좋아하는 커피는 산미가 있는 시드니 오나 커피. 

근데, 딱 이거다.. 하는 커피빈은 아직 못 찾았다. 



또 다른 학교 친구랑 공원에서 산책하기로 했는데, 요뇬이 4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한 시간 전부터 오 분 후에 도착한다더니.. 몇 주 동안 비만 주야장천 왔던 시드니에 모처럼 햇살이 비추니 기분이 좋아서 공원에서 살랑살랑 바람맞으며 앉아있었다. 근데, 모르는 개가 와서 내 곁을 한참 동안 떠나지 않았다. 덕분에 개 주인이랑 한참 수다도 떨고.. 개도 실컷 만졌다. 



드디어 오셨다. 아..... 이러느라고 늦었구나......... 뭘 그렇게 차려입고 왔어...

화장은 또 왜 했어. 안 하는 게 훨씬 청순하고 예쁜데! 


낑낑거리면서 나 보여준다고 본인 집 개 두 마리를 끌고 왔다. 한 시간 반을 개를 끌며 산책을 했더니.. 정말 너무 힘들었다. 당분간 개는 그냥 남의 개 보는 걸로 만족하련다. 


우리가 만나면 할 말이 무척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걷는 것 자체로도 힐링이 되어서 별 시시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로 혹여라도 내가 상처받았을까 봐, 걱정해준 너무 고마운 친구. 


내 개떡 같은 영어 발음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줘서 고맙더라. 


요즘 이 언니, 타투샵에서 일하기 시작하셔서 왼쪽 팔뚝에 온통 타투 투성이던데.. 나중에 사진 찍었다가 나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내 친구라며 보여줘야겠다. 



3월 말에 호주 시드니 패딩턴에서 하는 전시회인데, 내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포스터도 내가 했다. 프린트하기 전에 한번 더 점검하고 고쳐야지! 이미 고쳐야 할 곳들이 보인다.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우리 슈퍼바이저들, 나를 믿어주고 참여해준 나의 아티스트들.. 

그리고 이 전시회를 보러 오실 관객 분들.

모두에게 폐 안 끼치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리라. 



사과 사탕이 너무 먹고 싶어서 사 왔는데, 이거 먹고 배탈 났다. 하아.. 



우리 리오, 보고 또 봐도 항상 보고 싶은 우리 리오. 

나를 참 하찮게 대하다가도 며칠 안 보다가 보면 꼬리가 끊어질 듯이 과격하게 흔들어대며 날 반겨주는 리오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달항아리를 한 번에 만들기 위해.. (도예 하시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 거다.) 연습하고 있다. 

점점 사이즈가 커진다. 내일은 더 크게.. 내일 모래는 더더 크게.. 


그러다가 보면 언젠가 :)



이스터 에그 컵이랑 에그



친구와 시드니 오나 커피에 가서 "라즈베리 캔디"라는 커피를 마셨다. 

한국의 커피 애호가들에게도 제법 유명한 라즈베리 캔디지만 나는 솔직히 그들이 말하는 딸기 우유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 나름 나 미식가라고 꽤 까다로운 입맛 가졌다고 생각하고 믿었는데...

내 입맛이 둔한 건가. 모르겠다. 


친구의 조언대로 오트밀 밀크랑 마셨는데, 맛이 무지개 같이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그냥 바리스타가 권하는 대로 이 커피는 우유랑 마시는 게 찰떡궁합일 듯. 

우유랑 마셨을 때는 좀 더 부드럽다. 훨씬. 



친구가 사준 점심! 



친구에게 점심 사줬으니까 답례로 도자기 가르쳐주었다. 



대학교 친구들 전시회가 있어서 잠깐 들려서 둘러보고 왔다. 



이자벨라 플루타의 전시회에도 갔다. 나는 이분 밑에서 공부를 한 적이 없지만.. 작년 내 교수님의 친구이셔서 내 전시회에 오셨다가 내 작품을 사고 싶다고 따로 연락을 주셨었다. 항상 지켜봐 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녀만의 감성이 담긴 작품들이 참 좋다. 


우리.. 작품 서로 바꾸지 않을래요?라고 하면 너무 무례할까. 



또 다른 전시회의 작품들. 개인적 취향은 절대 아니었다. 일단 큐레이팅도 솔직히 맘에 안 들었다. 그냥, 이건 개인 취향과 의견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갤러리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그저 즐겁고 기뻤던 날이었다. 



내가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아, 진짜 걱정이다. 


기존 우리 갤러리의 건물이 팔려서.. 지금 위의 갤러리를 빌렸다. 

내 전시회를 위해서 시드니에서 가장 비싼 땅 중의 하나인 패딩턴 지역의 갤러리 비용을 몽땅 지불해주신 우리 슈퍼바이저에게 감사를...



친구 초대해서 명란 파스타를 해 먹었다. 

저 나비 그릇은 우리 집 파스타 전용 그릇이 된 듯. 



내 스튜디오에 놀러 온 친구는 김치 토스트, 나는 크로플으르 먹었다. 



우리 깁시는 내가 오면 날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준다. 

냐옹! 



비 온 뒤, 물은 더러워졌지만 왠지 공기는 맑아진 것 같아. 



갤러리 오너랑 미팅이 있었는데, 마침 이 갤러리에 전시회가 열려서 한번 둘러보았다. 

개인적 취향은 아니지만 인상이 강한 작품들이었다. 



친구네 집에서 찰칵. 뭔가 낭만적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인데. 



콤부차 스코비도 키우는 요즘이다. 나의 반려 균. 



도자기 배우러 오신 학생분께서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도록 사진도 찍어드리고.. 



또 다른 학생분은 처음이셨지만 너무 즐거워해 주셔서 기뻤다. 



여성 아트 프라이즈에 제출했다. 이민자 여성으로서 겪은 인종차별 경험들과 감정들을 내가 만든 달항아리에 표현해보았다. 



요즘 꽂힌 빙수



한인 식당 가서 닭발도 먹고.. 



대학교 친구를 만나서 아침을 먹었다. 이곳을 너무 오고 싶어 하길래 한번 같이 가줬다. 응? ㅋㅋ

특이한 곳이었지만 두 번은 안 갈 곳. 그래도 친구랑 오랜만에 수다 떨면서 시간을 보내니 너무너무 즐거웠다. 친구가 겪은 직장생활에서 만난 미친놈은 사람들이 마시는 물에다가 소금을 폭탄급으로 탔다고 한다. 그걸 지켜보며 즐거워했다는 미친놈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말 미친놈은 어딜 가나 있는 듯. 



먹고 또 먹고.. 




삶은 슬프다가도 즐겁고를 반복한다. 

내일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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