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돕 Feb 23. 2024

엉덩이 체포!!

아낌없이 주는 사람

아이가 네다섯 살 즈음의 일이다.


그 당시 우리 막내는 여느 집 막내답게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손위언니는 그녀를 놀리고 구슬리고 또 놀리고 심부름시키며 혹독하게 조련하고 있었고, 동생이 너~~ 무 싫다고 포효하는 것도 일상이었지만, 이상하게 동생의 부푼 볼때기나 궁둥이를 토닥이는 것만은 좋아했다.


아이의 살결은 어쩜 그리 부드럽고 말랑한지. 나 역시 아이가 옆에 있으면 손을 그냥 두지 못했다. 만지고 쓰다듬고 두드리고 꼬집고.. 아이 역시 엄마에게 기대고 치대는 게 일상이었다. 언제든 아이를 품을 수 있어 충만한 시간이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아이의 엉덩이였다. 나는 아이의 토실한 엉덩이가 기특했다. 내가 열심히 만들어 먹인 결실이 엉덩이인 것 마냥 아이를 볼 때마다 엉둥이를 칭찬했다.


“우리 아가 궁둥이는 왜 이렇게 이쁘고 귀여워? 아까 먹은 당근이랑 호박이 우리 아가궁둥이를 이렇게 이쁘게 만들었나? 세상에서 제~~일 이쁜 궁둥이.”


애교 하나 없는 내가 아이 엉덩이를 만질 때면 혀 짧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이도 내가 이삐~~ 하고 부르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엉덩이나 볼때기를 들이밀었다. 그까짓 거 한 번 만져보게 해 줄게 하는 표정이었다. 엄마가 기분 나빠 보일 때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웃게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는 나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었다.

“엄마 내가 내 엉덩이 선물로 줄까?”

“아니야. 엉덩이는 땡땡이 건데 다른 사람 주면 어떡해. 소중한 거니까 땡땡이가 잘 갖고 있어.”

“괜찮아.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제발 가지면 안 돼?”

“그럼 정말 엄마가 가져도 돼?”

“응 그 대신 엄마도 나한테 쭈쭈 선물해줘

오잉? 쭈쭈는 엄마 꺼라 안된다고 했지만.. 제발 제발 주면 안 돼? 애원하는 통에 우리는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가 집에 와 엉덩이를 두드리며 이쁘다고 하자 아이가 말했다.


"할머니 이제 내 엉둥이 엄마 꺼라 막 만지면 안 돼요!"

"어? 그럼 이제 엉덩이도 허락 맡고 만져야 해?"

"네 어쩔 수 없어요. 벌써 엄마 줘서.."

"그럼 할머니는 어떡해? 할머니는 뭐 줄 거야?"

"한 번 골라보세요. "

"그럼 할머니는 똥배 줘. "

"안 돼요 그건 아빠 줬어요"

"그럼 볼때기는?"

"그건 언니 줬어요."

"그럼 할머니는 가질 게 없는데?"

"그럼 발은 어때요?"


엄마에게 엉덩이를 선물했다는 사실에 질투하는 척 항변을 해서 아빠와 언니는 똥배와 볼때기를 선점할 수 있었고, 이젠 할머니에게 발까지 주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이후 할아버지는 원치 않아도 엄지발가락을 가져야 했다. 아이는 가족 모두가 자기 몸 중 적어도 하나는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막내라 그럴까. 아이가 자라도 내게는 왜 아직도 아기 같고 귀여운지. 난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에 올 때마다 아이들을 안고 비며 황폐해진 내 몸에 온기가 도는 걸 느꼈다.

어느 날 아침 거실에서 아빠랑 자던 아이가 안방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옆에 누웠다. 난 아이를 꾹 안고 충만한 사랑을 느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아이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아구 이뻐라!! 라는 감탄사함께.

그랬더니 아직 잠에서  아이가 화들짝 놀랐다.


“땡땡 아 너무 아팠어? 미안해.”

“아니 엄마, 그게 아니고..엉덩이가 꼭..

 체포당한 것 같아!!”


ㅋㅋ난 상상치도 못 한 마디가 너무 재미있어 깔깔대며 웃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아이 엉덩이를 만지며 외친다.

엉덩이 체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