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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Nov 12. 2021

코로나 백신 후유증으로 커피를 끊다.

 이전 나는 커피는 내 인생의 솔메이트라고 생각했다. 커피 없는 삶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임신 기간 동안 커피를 끊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 하루에 3잔씩 꼬박꼬박 마셔도 밤에 잠을 잘 잤다. 난 카페인 부작용과 아무런 상관없는 몸뚱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은 노화와 함께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1차 백신 맞았을 때 처음 며칠 동일 숨 쉬는 게 답답했다. 그런 증상을 처음 겪어봐서 심근염이 오는 거 아닌가 슬쩍 걱정은 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고 며칠 지나 없어져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2차는 더 아픈다고 하길래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2차 백신을 맞았다. 많이 아프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게 물백신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 안 아프지? 이상하다? 하고 쉽게 지나가는구나. 이제 끝났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게 찾아왔다.


 2차 백신을 맞고 이틀 지났을 때 저녁이었다. 그날은 이래저래 바쁜 하루였는데 저녁때 옆구리에 이상한 통증을 느꼈다. 만져보다 뭔가 오돌토돌한 게 느껴져 거울을 보니 포진이 올라와 있었다. 난 이제 뭔가 한눈에 알아봤다. 왜냐하면 십 년 전에 미국 출장 중에 걸려 응급실에 갔었던 그 병이니까! 대상포진에 걸린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백신 후유증인지 몰랐다. 백신 맞는지 얼마 안 됐는데 대상포진 약을 먹어도 되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화이자 백신 맞고 대상포진 걸린 사람이 나 말고도 엄청 많더라! 병원에서 의사도 백신 맞고 대상포진에 종종 걸린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찌 됐든 주사 맞고 일주일 약 먹으면 해결될 일이라 생각했다. 십 년 전에도 약 먹고 나서 바로 좋아졌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근데 대상포진 약을 먹으니 사람이 기운을 차릴 수가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일은커녕 계속 잠이 오고 누워 있고 싶기만 했다.


 여기서 진짜 문제가 시작되었다. 계속 누워 자고 싶은데, 몸은 진짜 피곤한데 잠을 푹 잘 수 없는 것이었다. 밤에도 진이 빠져 그런지 한두 시간 자다가 계속 깨길 반복했다. 그렇다 보니 푹 쉬질 못하고, 몸이 회복되질 않았다. 낮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밤에 깨지 않고 잘 수 만 있다면 무슨 짓이 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나 싶었다. 난 다음 날 당장 커피를 끊었다. 끊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 밤도 또 못 잔다고 생각하니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아기처럼 한 번도 안 깨고 푹 잘 수 있었다. 오! 하느님, 정말 커피 때문이었나요? 아니면 우연이 그렇게 된 것일까요? 그 뒤로 난 밤에 잠을 못 잘까 무서워 커피를 못 마셨다. 물론 일주일 정도 두통에 시달리며 카페인 부작용에 시달렸지만, 밤에 못 자는 게 더 무서웠다. 디카페인 커피를 사서 한 번씩 마시곤 하지만 너무 맛이 없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오전에 친구들과 카페 가서 오전이고 이제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서 커피를 한잔 마시게 되었는데, 그날 밤 영락없이 자다 깼다.


 나이가드니 밤에 깨지 않고 푹 자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닿는다. 이십 대 때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처럼 시체처럼 잠을 잤었는데, 이제 푹 자기 위해 내 사랑 커피를 끊다니!


 잠과 커피를 바꾼 나 자신이 너무 옹졸하게 느껴졌지만, 아직 초등학교 1학년 아들 키우고, 살림과 회사일을 병행하는 사십 대 체력이 버티기 위해서는 숙면은 필수 요소일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의 유일한 휴식처였던 커피를 앗아간 코로나 백신이 너무나 야속할 뿐이다. 결국 노화 때문에 커피를 줄여야 했을 테지만. 백신 부작용이 아니었다면 몇넌 더 커피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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