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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LL Sep 01. 2020

결말 없는 글쓰기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 건 쉽다. 그런데 깜빡이는 커서가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오늘 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월요일의 저주일까? 오늘 하루는 내게 너무 무거웠다. 비닐봉지를 구멍 날까 질질 끌지도 못하고 손가락이 아파 왼손 오른손 번갈아가면서 들어야 하는 그런 무거움.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됐을 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글을 쓸 줄 알았다. 나는 나와 29년을 살아도 나를 모른다. 그러니 안다는 것은 얼마나 경솔한 걸까. 여의도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난 오늘 통장에 월급이 들어왔지만 영혼이 카드값처럼 빠져나간다. 이도 저도 아닌 붕 뜬 기분.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면서 자꾸 되묻게 되는 기분. 코로나 시국 때문이라기엔 기시감이 든다. 내 커서를 오른쪽으로 진행시키는 원동력은 고통과 원망인 걸까


행복은 언제 사라질지 몰라 단언할  없지만 고통은 계속될 것만 같아 단언하기 쉽나? 오늘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Adam levine Lost Star 들었다.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상이 그렇듯이 영화는 아직  봤지만 스트리밍은  사람보다  많이 했다. 덕분에 자전거 바퀴가 닿는 아스팔트의 돌멩이 하나까지도 가을처럼 느껴졌다.  앨범은 내가 대학교 4학년  나왔는데 그때도 오늘처럼  앨범을 들으며 매일  자전거를 탔었다. 어지간히 졸업할  되면 뭐가 돼있을  알았다, 심지어 나는 졸업  지영이는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될까 생각하며 설레기 까지 했다. 막연한 자기애는 고통을 줍니다... love is pain. 자전거 타고 방황하던 대학생 지영이와 현금과 영혼을 물물 교환하는 어른 지영이는 어쩜 이렇게 변함이 없을까?  정도 한결같으면 독립운동을 했어야 했을까. , 나는 현금과 영혼을 물물 교환하는 사람이구나 


내일도 출근을 하자. 점심을 먹고 일을 하자. 집중을 하고 생각을 하자. 회의가 끝나고 뭘 해야 할지 정리해서 각 팀과 공유를 하자. 빠진 건 없는지 확인을 하자. 감독에게 컨펌받을 것들을 말하고 피드백을 받자. 그리고 저녁을 먹자. 분위기가 다소 안 좋아도 신경 쓰지 말고 밥이나 꼭꼭 씹어먹자. 굳이 안 해도 될 말은 하지 말자. 딴생각하다가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니 조금만 딴생각을 하자.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 신나는 노래를 듣자. 버스 안에서 창밖 대신에 무신사에서 사고 싶은 옷들을 보자. 집에 와서  씻고 눕자. 노래를 들으며 책을 펴고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으며 인스타그램을 하자. 좋아요를 누르다가 스르륵 잠이 들면 그다음 내일도 출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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