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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니토끼 Jul 16. 2024

취향은 바뀌라고 있는 거지


남편이 캠핑에 맛을 들였다.


작년 여름휴가를 처음으로 캠핑으로 다녀왔는데 우리 가족들은 ‘거지캠핑’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장비가 형편없었다.

다이소 5,000원짜리 방수포로 타프를 쳤고, 텐트는 8년간 쓴 8인용 원터치 텐트.


그래도 즐거웠지만 조금씩 다녀보더니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남편은 캠핑용품을 야금야금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캠퍼의 티를 갖추었다.

큰돈은 쓰지 않았다. 대부분 당근마켓과 다이소로 해결했다.



여행 한 번 가려면 큰맘 먹고 계획을 짜야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즉흥적이다.

바로 다음날 갑자기 떠나기도 하고, 당일날 근교로 몇 시간을 나가기도 한다.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면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사실 그곳엔 이미 커다란 그늘막이 여러 개 있다.

잠을 잘 수는 없는 곳이고 시간도 많지 않았기에 고작 3시간 있자고 30분을 낑낑대는 남편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냥 저기 그늘막 밑에 테이블이랑 의자 펴고 앉으면 되지 않아? 왜 이 고생을 해? “


”이게 재미지. 저 옆에 좀 봐. “


우리 옆에도 굳이 힘들게 텐트를 치는, 남편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있었다.

평일이라 그늘막은 다 비어 있었는데…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여행 갈 때 제일 힘든 부분은 바로 짐 싸는 일인데, 이 캠핑이란 것은 그것이 몇 배가 되는 일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더욱…


짐 싸다가 스트레스받는 나에게 나르는 스트레스까지 주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게 재미지.”라며 큰소리 떵떵 치고 짐을 나르던 남편.

열 번 가까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이제는 아예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지 않고 싣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쓸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핑계를 대며.


설치하고 접을 때마다 ’ 집 나와서 왜 이 고생을 하나… ’ 싶은데 다 치고 나서 캠핑의자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실 때면 ‘좋긴 좋네.’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좋은 건 숙소비가 저렴하다는 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숙소비가 부담스러워 큰 맘을 먹어야만 갔던 여행을, 틈날 때마다 한 번씩,  그리고 성수기에도 훌쩍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 어느 순간 나도 이 비합리적인 일이 점점 좋아졌다.


나의 취향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며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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