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지금까지 레이스가 달린 옷을 좋아한다.
레이스 달린 원피스, 레이스 달린 치마, 레이스 달린 니트, 레이스 스카프.
참 많은 레이스들이 나를 스쳐갔다.
아이를 낳고 한동안 레이스를 멀리 하며 살았다.
아이를 돌보려면 일단 편한 옷이 최고였고, 아기띠를 두르고 그런 옷들을 입는 게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짧은 치마와 바지도 정말 좋아하던 나였는데 아기를 낳고 나니 왠지 그런 옷들이 민망하게 느껴졌다.
10년 가까이 무난한 옷들을 입고 살았다.
무채색의 티셔츠와 바지. 청바지도 번거롭게 느껴져 펄렁펄렁한 느낌의 고무줄 통바지를 자주 입었다.
거기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집 밖에 나갈 일도 거의 없게 되자 그나마 사던 무난한 옷 살 일도 줄어버렸다.
옷을 좋아하던 내가 제일 편한 옷들을 2년 동안 돌려입다가, 다시 바깥생활을 할 일이 많아지자 꾹꾹 눌러왔던 물욕이 폭발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정말 취향인 쇼핑몰을 발견했는데 굉장히 소녀스러운 옷들이 가득했다. 사고 싶은 것들이 넘쳐났지만 40대가 되어버린 내 나이를 생각하니 선뜻 결제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보고 또 보고 고민하다가 나름 무난해 보이는 디자인의 원피스를 구입했다.
그 원피스를 입고 20대 때부터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 같이 옷구경을 하는데, 내가 자꾸 레이스 달린 옷들을 집어 들자 대뜸 한 친구가 말했다.
”너, 레이스 별로 안 어울려.“(이런 솔직한 녀석 같으니라고. 옛날엔 어떻게 참았니…)
하지만 여전히 그런 옷들이 예뻐 보이는 게 나의 취향이라 어울리는 옷과 좋아하는 옷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요즘 아오이 유우로 대표되는 모리걸 룩이 다시 유행해서 그런지 리본, 셔링, 레이스 같은 디테일이 있는 옷들이 많이 보인다.
큰일이다. 너무 예뻐 보인다. 나는 아오이 유우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