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스무 살, 빌리 엘리어트를 보았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언제, 어떤 상황에 보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때의 나는 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림이 좋았지만 전혀 상관없는 학과에 진학했고, 만화동아리에 들어가 동아리 사람들과 노는 게 대학생활의 전부였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열정도 방향도 잃고 있던 그때, 빌리 엘리어트는 큰 울림을 주었다.
발레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사회에서 빌리는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치매 걸린 할머니와 가부장적인 아버지, 형과 함께 사는 탄광마을에서, 잿빛이던 빌리의 삶이 춤을 추며 달라지기 시작한다.
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빌리가 동네를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춤을 추던 장면이 스무 살의 나에게 너무나 강렬하게 남았다.
무언가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다니.
그것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빌리가 너무나 부러웠다. 그 장면을 보며 함께 벅차올랐다.
수년 후 다시 보았을 때는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에 마음이 저렸다.
그렇게 반대했던 아버지였는데, 빌리의 열정적인 춤을 보며, 그 진심을 보며 자신의 고집과 신념을 모두 내려놓는다.
동료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까지 찍혀가며 빌리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파업을 포기한다.
다시 탄광으로 내려가던 아버지의 표정.
영화의 마지막, 빌리의 공연을 보러 온 아버지의 상기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또다시 본 영화에서는 선생님의 사랑과 열정을 보았다.
빌리의 가족들에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빌리를 위해 아무 대가 없이 헌신한 선생님의 사랑을.
빌리 한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희생했는지.
글을 쓰며 <빌리 엘리어트>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번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몇 번을 봐도 기대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