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구인 ‘ 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바야흐로 문구의 시대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문구점에 가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나지만 그중에서도 발길을 그냥 돌리기 가장 힘든 분야는 바로 ‘노트’다.
서울 연남동에 살았던 시절, 홍대입구에 가면 꼭 찾아보는 분이 있었다.
도서관 앞 트럭에서 노트를 팔았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브랜드 노트가 아니라 종류도 크기도 같은 게 거의 없는 각양각색의 노트를 저렴하게 팔았다. 어느 공장에서 종이들이 조금씩 남으면 마구 재단해서 스프링으로 엮어서 파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트럭에서 내 마음에 드는 노트를 찾아내는 일이 마치 보물을 발견하는 것처럼 신이 났다.
아주 작은 사이즈는 300원부터 비싼 건 3,000원 정도였다. 그렇게 저렴한데 많이 사면 서비스도 주셨다.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중요한 건 종이질과 두께였다. 너무 미끄럽지도 너무 거칠지도 않은 질감의 종이. 너무 얇아서 뒤에가 비치면 안 되고 너무 두꺼우면 한 장 한 장 그리는 게 부담스러워서 적당한 두께를 찾아야 했다.
할아버지를 만날 때면 엄청나게 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몇 권씩만 샀다.
들고 가는 게 무겁기도 했고, 다음번에 또 보물을 찾는 기분을 아껴두고 싶어서.
결혼을 하면서 연남동을 떠나게 됐고, 그 후에 홍대입구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할아버지의 트럭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지금도 문구점에 가서 노트를 볼 때마다 트럭에서 사던 노트가 생각난다. 예쁘고 질 좋은 노트가 많지만 어떤 노트를 사도 보물을 발견하는 것만 같았던 그때의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