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람인 줄 아는 거야?

by 앙니토끼

흰둥이는 얌전한 개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거나 큰 소리가 날 때만 짖었고, 핥거나 정신없게 굴지 않았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마구 좋아하다가 금방 얌전해졌다.


놀이시간도 다른 개들에 비해 짧은 편이었다.

장난감을 던져준다고 항상 놀지도 않았다.


밥 먹을 때는 촉촉한 눈망울로 간절하게 바라만 봤지 달라고 낑낑거리거나 상에 발을 올리지 않았다.



어느 날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흰둥이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흰둥아, 왜 그래?”


으르렁~ 왈왈!!


흰둥이가 TV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흰둥이를 품에 안고 말리는데도 으르렁 거리며 짖었다.


우리가 보고 있던 건 동물농장이었다.

화면에는 개가 왔다 갔다 했다.


사람이 나오는 다른 채널로 돌리자 얌전해졌다가 동물농장을 다시 틀었더니 헥헥대다 으르렁댔다.

다른 동물한테도 반응할까 싶어서 이것저것 보여줬는데 역시 으르렁댔다.

평소 보이지 않던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어서 그 뒤로 우리는 여러 가지를 보여줬다.


사자를 보여줬을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멀리서는 자신만만하게 으르렁거리며 짖더니 포효하는 사자가 나오는 화면에 가까이 데려가자 갑자기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화면이어도 사자는 무섭구나 싶었다.

정말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마지막으로 흰둥이를 안고 거울을 보여줬다.

이상하게 거울 속의 개에게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자꾸 시선을 피했다.

자기가 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가?



흰둥아,

네가 사람인 줄 알았던 거야?

있잖아.

동물농장을 보면 네가 자꾸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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