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 다시 간 그곳

채석강 격포해수욕장

by 앙니토끼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집에 자가용이 생겼다.

차가 생기고 신이 난 아빠는 2-3년 간 우리 가족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다.


중학교 3학년 올라가던 겨울이었던가.

격포에 겨울바다를 보러 갔다.


처음 가 본 겨울바다는 무진장 추웠다.

덜덜 떨며 핫도그를 사 먹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핫도그를 먹으며 사진을 찍었다.


채석강이 멋져서 우리는 층층이 쌓인 퇴적암을 여기저기 올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사실 겨울 바다의 낭만을 즐길만한 나이는 아니었던지라 오긴 왔는데 재미는 없고 너무 추워서 사진이라도 안 남기면 억울할 것 같아 열심히 사진을 찍었더랬다.


며칠 후, 사진을 현상하고 우리는 너무 허망했다.

카메라에 이상이 있었던 건지 필름에 빛이 들어갔던 건지, 바다를 배경으로 핫도그를 먹고 있는 뒷모습 사진 한 장 빼고는 모든 사진이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거의 30년 만에 그 격포에 다시 갔다.

이번엔 내가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난 격포는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11월 중순인데도 유난히 날씨가 따뜻해서 그때처럼 황량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채석강
신기한 퇴적암


퇴적암이 신기해서 우리는 사진을 찍고 바닥에 깔린 돌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둘째가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했다.

채석강의 돌들은 계속 쪼개져서 얇은 판 같았는데 판판한 돌 위에 돌로 그림을 그리니 분필로 그림을 그린 것 같이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동굴 같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한참을 놀았다.


둘째가 그린 커비


숙소는 변산생태탐방원에 잡았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약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했는데 11월 평일이라 예약이 되었다.

4인실에 6만 원, 프로그램을 필수로 같이 신청해야 했는데 그래도 7만 원 조금 넘는 금액에 다자녀 할인도 되었다.


숙소에 들어가 아이들은 신이 났다.

거실은 서랍 겸 의자가 있고 밑에 조명이 들어온다.

화장대 있는 쪽은 파티션으로 분리가 되어있고 방도 따로 있었는데 침대가 두 개다. 침구도 두 세트가 더 있었다.

모든 게 깔끔했고 좋은 호텔에 온 것 같았다.

왜 그렇게 예약하기가 힘들다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없다는 것인데 우리에겐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남편이 충무김밥을 만들어 와서 컵라면과 함께 먹었다.


모두가 좋아했던 저녁식사


밤에는 격포해수욕장에 가서 해변을 걸으며 남들이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서 돌아와 영화를 보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필수로 해야 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참여하러 갔는데 신청한 사람이 우리 가족뿐이었다.

알고 보니 비대면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대부분 그렇게 신청을 했나 보다.


우리 가족뿐이었지만 해설사는 열심히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셨고 우리도 열심히 참여했다.

밖에 나가서 격포해수욕장까지 걸으며 길가에 있는 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며 퀴즈도 내주시고 선물로 볼펜도 주었다.


하루만 묵기 너무 아쉬워서 아이들과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돌을 만지작거리며 신나게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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