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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Jul 03. 2024

기계가 이상해

4. #나 혼자 한다

4. #나혼자한다

"여보, 오늘 칼퇴! 깜짝 놀랄 준비 해~"

출근하는 남편에게 윙크를 날리고, 신나게 집안 대청소에 돌입했다! 침구 정리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폭격 맞은 듯 흩뿌려 놓은 과자 부스러기까지 싹싹 치웠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빨래, 설거지까지 순식간에 해치웠다.

"훗, 이 정도는 해야 뷰티 여정을 시작할 수 있지!"

드립 커피를 따끈하게 한 잔 내렸다. 베란다 캠핑 의자에 털썩 앉으니 그제야 좀 여유로웠다. 난 이 좁은 베란다 캠핑 의자가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쉬고 싶을 때도 늘 여기 앉아 있다.

사실 난 화장이랑은 담쌓고 산 지 오래였다. 젊을 땐 풀메이크업도 겁 없이 했지만, 이젠 뭐 쌩얼도 자신감 뿜뿜이었다. 게다가 새로 이사 온 동네는 아는 사람도 없었고 일에 치여 친구도 못 만드는 신세였다. 그래서 더더욱 안 꾸미고 살았고 너무 편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안 꾸며도 피부는 좀 탱탱하면 좋은 거니까. 그건 어느 여자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찬찬히 얼굴을 살펴봤다."

퀭한 눈에 초췌한 모습, 어제보다 더 깊어진 팔자 주름까지.

'내 주름은 내 눈에만 더 잘 보이는 거겠지?'라고 애써 위로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안돼!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까 시작하면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당장 부스터프로를 꺼내 들고 설명서를 펼쳤다.

'고주파 에너지? 마이크로커런트? 이게 뭐야, 암호문이야?'

예전 같으면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했겠지만, 오늘은 맘이 급해서 다 넘겼다.

"에잇, 모르겠다! 일단 지르고 보는 거야!"

나는 가뿐하게 설명서를 던져버리고 유튜브를 켰다.

"오호라, 이렇게 하는 거구나!"

영상 속 언니는 나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역시 젊음은 최고의 무기인가. 하지만 나도 질 수 없다!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었다.

의지를 불태우며 부스터프로를 손에 쥐었다. 자, 이제 변신의 시간이 시작될 참이었다.

엄지 손가락에 호기심을 가득 담아 꾹꾹 버튼을 눌렀다.

"이건 뭐지? 리프팅 모드? 오, 이건 탄력 모드? 광채 모드? 나이쓰! 없는 게 없네."

혼자서 중얼거리며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연동된 앱을 깔았더니 앱에서 칼같이 알람이 나왔다. 끝난 것 같아서 안도를 잠시 했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처음이라 긴장을 한 것 같았다. 얼굴은 땀과 앰플로 범벅이 되어 흡사 물미역 같았다. 풋 웃음이 나고 왠지 모를 희열이 차올랐다.

"이 정도 고생은 해야 미인 되는 거지!"

나는 땀을 닦고 다시 거울 앞으로 돌진했다. 솔직히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피부가 좀 더 맑아진 것 같기도 하고, 팔자 주름도 살짝 옅어진 것 같기도.

"나쁘지 않네. 꾸준히 하면 대박 예감인데?"

나는 셀카를 켰다. 첫 기록을 남기기 위해 몇 장을 찍었다. 처음에 우중충하던 얼굴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위약 효과처럼 조금 밝아진 것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내 마음엔 이미 무지개가 뜬 것 같았다.

"#부스터프로 #첫경험 #회춘각"

오늘의 사진과 함께 기록을 남겼다.

흥얼거리며 화장대를 정리했다.

'과연 남편은 어떤 반응일까?'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이 기계, 완전 꿀템 인정! 이번 결혼기념일 선물 좋은데?'

나는 부스터프로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조금 달라 보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피부가 아니라, 어딘가 낯선 생기가 맴돌았다. 마치 잊고 있던 나의 한 조각을 되찾은 듯한 기분. 부스터프로는 단순한 미용 기기가 아니라, 잊힌 나를 깨우는 마법의 지팡이 같았다.

어쩌면 젊음은 단지 팽팽한 피부가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부스터프로는 그 용기를 깨우는 작은 불씨였고, 나는 그 불씨를 키워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만들 것이다. 내 안의 열정과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챕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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