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정성껏 차리고 남편을 불렀다. 평소 같으면 "밥 먹어!"라고 짧게 외치던 나였는데, 오늘따라 내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애교 폭탄이었다.
"어? 여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
남편이 툭 던진 한 마디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어머, 여보~ 갑자기 왜 그래? 부끄럽게."
평소 털털하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줍음 가득한 소녀처럼 굴었다. 밥 먹는 내내 남편은 나를 힐끗힐끗 보았다. 나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재잘재잘 떠들었다.
"여보, 오늘 낮에 있잖아~ 친구 만나서 커피 마시는데, 글쎄..."
평소 같으면 "아, 그래서?"라고 했을 텐데, 오늘은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남편이 귀를 기울였다.
"어머, 여보~ 내 말 듣고 있어? 무슨 생각해?"
남편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여보. 근데 오늘따라 더 예뻐 보여서 자꾸 딴생각이 나네. 애들은 학원에서 몇 시에 온다고 했지?"
"어머나, 자기야~ 또 그런다~"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식사 후, 늘 하던 설거지를 하는데 남편이 다가와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여보, 설거지하는 모습도 예쁘네."
"아이 참, 여보~ 또 놀린다~"
나는 웃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저녁 내내 남편은 나에게 다가와서 조잘조잘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 또 툭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 미용 기기 때문이구나.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진다고?"
"자기야, 내 얼굴이 그렇게 바뀌었어?"
"그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 좀 바뀌었거든. 꼭... 다른 사람 같아."
"그래?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혹시... 그 기계를 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어머, 여보~ 설마 그럴 리가~"
우리는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당신이랑 이렇게 이야기 많이 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남편은 그렇게 말하고는 곯아떨어졌다.
"나도 그래, 여보."
나는 남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근데... 자기 진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더 좋은 쪽으로."
남편이 잠결에 웅얼거렸다. "당신... 정말 예뻐졌어."
미용 기기를 처음 만져보고 이것저것 경험했던 시간들이 사르르 녹아내려 나를 빛내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미용 기기는 단순히 피부를 좋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 부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우리 다시 신혼 같지 않아?' 십수 년을 살아온 부부가 이런 생각도 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웃음이 났다. 남편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미용 기기는 껍데기를 바꿀 수 있지만, 진정한 변화는 내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밝아진 내 모습에 남편의 관심과 말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재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남편은 한결같이 부드럽고 자상했지만, 나는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만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남편의 따뜻한 숨결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아직 치약의 개운함이 남아있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숨결이 달콤했다. 어쩌면 부스터는 내 피부뿐 아니라, 메말랐던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준 건지도 모른다. 잊고 있던 나의 부드러움, 여성스러움, 그리고 사랑스러움을 다시 발견하며, 나는 오늘 밤 꿈속에서 더 아름다운 나를 만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