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봉기 Oct 19. 2020

아바나 여행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

쿠바의 아바나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신대륙 지배를 위한 식민 기지로 1519년 건설된 후 식민지와 본국 간의 무역 중계지로서 중요시되었다. 스페인 식민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구시가와 아바나 방어시설을 담당했던 주변 요새들은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바나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는 말레콘이다. 말레콘은 도시의 북부 해안을 따라 넓은 콘크리트 방파제가 놓여있는데 그 길이만 8km로 장관을 이룬다. 이곳의 방파제는 높은 파도로부터 하바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파도가 높게 치는 날이면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여행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이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늘 로맨틱한 장소로 소개되는 말레콘은 해 질 때의 저녁노을이 일품이다. 그래서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달콤한 데이트를 하는 연인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수영을 하는 아이들을 언제든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여유롭게 말레콘을 산책하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였다면 이제 혁명광장으로 이동하자.



혁명광장 한편에 있는 내무부 건물 앞에 전 세계 사람들이 쿠바 아바나 하면 떠오르는 체 게바라의 벽화가 보인다. 그의 얼굴 오른쪽에는 체 게바라가 쿠바 혁명 이후 피델 카스트로를 떠났을 때 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적혀 있다.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
Hasta la victoria siempre



그리고 그 옆으로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한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수염을 기르고 모자를 쓴 카밀로 시엔 푸에고스의 벽화도 보인다.



정보통신부 건물 앞에 위치한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얼굴 아래에는 Vas bien, Fidel이라고 씌어 있다. 이 글귀는 혁명 이후 유명한 일화에서 가져왔다.


혁명 이후 피델이 연설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거지 카밀로? Voy bien, Camilo? 묻자 그가 잘하고 있어 피델 vas bien, Fidel이라고 답하여 유명해진 문구이다.


카스트로의 무한 신뢰를 받았던 그는 1959년 쿠바가 혁명을 성공한 해 10월에 사고를 당해 숨졌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본래 그는 1936년부터 시작된 스페인 내전을 피해 쿠바로 이주한 이민자 가족 중 한 명이었다.


체 게바라와 카밀로 시엔푸에고스가 붙어 있는 정부 청사를 등지고 돌아서면 별 모양의 혁명 기념탑이 보인다




쿠바 독립의 영웅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호세 마르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은 혁명기념탑은 높이가 109미터로 기념탑 앞에는 18미터의 호세 마르티 동상이 있다. 기념탑 내부로 들어가면 그의 생애가 담긴 박물관이 있다.



1853년에 태어난 호세 마르티는 쿠바가 독립을 이룬 1898년보다 3년 전인 1895년에 사망했다. 왼쪽 사진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동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며 오른쪽의 스케치는 호세 마르티가 직접 자화상을 그린 것이다. 호세 마르티는 독립투사이자 화가이며 작가였다.



이는 다음 전시관 보이는 그가 쓴 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 작품성이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1871년부터 평생을 조국의 독립운동에 바친 그는 추방을 여러 번 당하여 미국과 영국과 그리고 스페인과 남미를 다니며 활동했다. 특히 그는 뉴욕에서 신문을 창간하여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함께 독립을 이루는 대에 힘을 쏟아 라틴 아메리카 민중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혁명 기념탑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아바나 시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혁명광장을 나와 구시가로 돌아와도 쿠바 사람들의 호세 마르티에 대한 존경은 끊이지 않는다. 구시가 중심광장인 중앙 광장에 그의 동상이 있다.




야자나무가 많은 중앙 광장은 400년 동안 쿠바 권력의 상징이었다. 광장의 서쪽에는 총사령관의 궁전이 있다. 궁전은 쿠바에서 가장 장엄한 건물의 하나로 현재는 도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앙 광장은 아바나에서 가장 번화한 오비스포 거리로 이어진다. 헤밍웨이가 많은 시간을 보낸 이 거리에는 여행자와 현지 시민들로 언제나 붐빈다. 오비포스 거리를 지나면 비에하 광장이 나온다.



스페인풍 건물의 선명한 색감으로 물든 비헤아 광장은 노천카페들이 즐비하여 마치 유럽의 어느 광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올드 하바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 광장은 군대가 훈련하기 위한 장소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하바나에서 가장 큰 노예시장이 열렸던 역사적인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비에하 광장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럼 박물관이 나온다.



아바나 럼 박물관은 신선한 사탕수수 줄기에서 원액을 증류하여 참나무 오크통에 보관하는 럼의 전체적인 제조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쿠바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을 입장하면 아래층에는 넓은 돌기둥과 화분에 심은 야자수가 있는 그늘진 정원이 나온다. 이 곳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박물관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관람자는 가이드를 따라 돌계단을 올라간다.



첫 번째 전시장은 럼을 보관하는 참나무 통을 만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매우 섬세한 작업으로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음은 사탕수수 수송을 위해 필요한 증기기관차와 쿠바 시골마을의 상징인 굴뚝이 솟아있는 거대한 설탕 정제소와 럼 증류소가 레고랜드처럼  전시되어 있다.



들판에는 사탕수수를 운반하는 마차가 서 있고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며 건물 입구에서는 절단기가 큰 소음을 내며 사탕수수를 절단하고 있다. 그리고 럼 공장에는 증류탑과 탱크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파이프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투어의 마지막으로 지하에 있는 발효실을 방문한다. 서늘한 발효실에는 참나무 발효통이 성당의 조각상처럼 그늘진 벽감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안에 달고 깊게 익어가는 럼이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1930년대 아바나의 유명한 술집을 연상시키는 박물관의 시음실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가면 나온다. 이곳에서 최고급 하바나 클럽의 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음미할 수 있으며 쿠바 시가 및 여러 가지 기념품을 제공받는다.


럼 박물관을 나와 아바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알려진 대성당 광장으로 이동한다. 돌로 조성된 대성당 광장의 한 면에는 대성당이 있고 나머지 삼면은 유서 깊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지금은 카페나 상점이 들어서 있다.



광장을 압도하는 산 크리스토발 대성당은 18세기 바로크 양식 건물로 흘러내리는 촛농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형으로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안으로 웅장행 고딕 양식의 기둥과 돔이 보인다.


대성당에서 해안가로 가면 하바나의 마지막 성당 순례지인 성 프란시스코 성당이 나온다.



아바나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에 있는 성 프란시스코 성당은 우뚝 솟은 높은 종탑을 가지고 있으며 항구에서 가까워 해안 전망대로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1591년 이탈리아 프란시스코 수도회에서 지은 성당의 입구에는 십자가를 들고 원주민 아이와 함께 서 있는 프란시스코 성인의 동상이 보인다. 그는 로마 근교 아시시에서 무소유와 놀라운 기적을 행한 성인으로 전 세계 가톨릭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성당 앞에는 <파리의 신사>라고 불리는 동상이 있다. 그는 1950년대 자신을 파리에서 왔다고 소개하며 성 프란시스코 광장을 돌아다니며 철학과 종교에 대해 논하면서 아바나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당시 아바나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그의 몸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 번씩 그의 수염과 손을 만지고 발을 밟아 본다.


성 프란시스코 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아르마스 광장에는 매일 벼룩시장이 열린다. 이곳을 방문하면 30년을 넘은 카메라와 엽서 그리고 잡지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다.




아르마스 광장 한쪽에 위치한 바로크 양식의 카피타네스 헤네랄레스 궁전은 과거 스페인 총독의 거처였다. 아름다운 꽃과 호수가 어우러진 정원 중앙에는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석상이 있다. 궁전 안으로 입장하면 과거 총독이 사용한 가구와 장식품들을 전시되어 있다.




쿠바를 온 여행자라면 누구나 올드카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하바나를 돌아다니다 보면 1950년대에  만들어진 올드카들이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휴양지였던 이곳이 쿠바 혁명 후 미국의 경제 봉쇄가 낳은 결과이다. 올드카를 타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레콘을 질주한 후 바다 건너 보이는 모로 요새로 향한다.


아바나는 1519년 스페인 식민도시로 건설된  후 스페인의 신대륙 지배를 위한 전진기지이자 중계 무역지였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이곳에 본국으로 가는 상선들을 노리는 캐리비안의 해적들의 출현과 외적들의 침입이 빈번해 이에 대비한 방어시설로 모로 요새가 만들어졌다.




모로 요새는 1589년부터 1630년까지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건축된 곳으로 요새의 두터운 돌벽 안은 테라스와 돌을 깎아 만든 창고 그리고 운송 중인 노예들을 수용하는 데 쓰였던 작은 독방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미로처럼 복잡한 도개교와 계단으로 가득하다.




여행자들이 모로 요새를 찾는 이유는 바다 건너 아바나와 말레콘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에서 보는 노을은 여행자의 허가진 쿠바에 대한 갈증을 풀기에 부족함이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