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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05. 2020

우유니 사막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라파즈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우유니는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하는 최고의 여행지이다. 우유니 서쪽  끝에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사막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유니 사막을 방문하기 위해서 여행자들은 대부분 산크리스토발 마을에 머무른다.



가톨릭 성인의 이름에서 가져온 산크리스토발 마을은 해발 3775m에 자리 잡은 마을로 우유니 투어를 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휴게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 중앙에 산크리스토발 교회만이 유일한 볼거리이다.


우유니 투어의 첫 출발점은 기차 무덤이다.



우유니 사막지대에는 1907년부터 1950년대까지 볼리비아 광산의 은과 광물들을 싣고 태평양 항구로 향하는 기차들의 중간 기착지였다. 당시에 사용되었던 증기관차를 전시하고 있는 기차무덤은 우유니 사막의 황량한 풍경과 고철이 된 기차가 조화를 이루며 많은 여행자들의 낭만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다음으로 우유니 소금사막의 초입에 있는 콜차니 마을로 향한다.



콜차니 마을은 염전마을이자 소금사막으로 가는 관문 마을로 원래 소금을 채취하던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지금은 라마로 만든 각종 스카프와 티 그리고 기념품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지만 여전히 이 마을의 주요 산업은 소금 채취와 가공이다.


콜차니 마을을 벗어나자 하얀 소금으로 끝없이 펼쳐진 우유니 사막이 나타난다. 모든 곳이 똑같아 뚜렷한 목적지 없이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하얀 사막과 파란 하늘은 마치 초등학생 수채화처럼 동심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달려도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우유니 사막에 지친 여행자들은 차를 멈추고 내려서 주위를 돌아본다. 몸을 돌려 360도를 돌아도 오직 하얗고 푸른 빛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로 보면 그리스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와 하얀 집들이 끝없이 이어진 것 같고 한편으로 보면 눈 쌓인 겨울 들판이 티끌 하나 없이 맑은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여행자들은 무한히 펼쳐진 하얀 소금사막을 오랫동안 걸으며 각자의 상념에 빠진다.



해발 고도 3,680m의 고원 지대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 사막은 우리나라 경상남도보다 약간 넓은 규모로 안데스 산맥이 융기하기 이전에는 바다였다. 2만 년 전 빙하기를 거쳐 안데스 산맥이 융기하면서 우유니는 거대한 호수가 되었다가 강수량이 많지 않은 건조한 기후로 인해 물은 모두 증발하고 축적된 소금만 그대로 남은 소금 사막이 되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의 소금은 100억 톤 이상으로 볼리비아 국민들이 수 천년을 먹고도 남는 어마어마한 양이라 한다.


우유니 사막이 점차 지루해지면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미리 준비한 다양한 준비물과 함께 소금사막에서만 가능한 사진 촬영을 시작한다.



즐거운 사진 촬영 시간이 끝나면 우유니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는 유일한 섬인 잉카와시로 이동한다.


거대한 선인장들이 있는 잉카와시 섬은 멀리서 보면 마치 물고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물고기의 섬이라고 부른다. 섬에 입장하여 20m 정도 오르면 숨이 차기 시작한다. 작은 언덕이지만 높이가 3800m이기 때문이다. 섬 안에 있는 선인장들은 작은 것은 1m부터 큰 것은 3m가 넘는다. 일 년에 10cm씩 자라는 선인장의 크기로 선인장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금사막에서 채취한 소금으로 만들어진 소금 호텔을 방문한다.


태극기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깃발이 펄럭이는 호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벽과 탁자 그리고 의자들이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호텔을 장식하는 각종 액세서리 역시 소금으로 만들어져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소금 호텔을 나오자 점차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둘러 소금 사막에 있는 호수로 이동한다. 우유니 사막의 백미는 소금호수이다. 12월부터 3월까지 우기가 오면 끝없는 소금 사막의 한 부분이 물이 차고 호수가 된다.



호수가 된 소금사막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 되어 하늘과 세상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어린아이처럼 탄성을 지르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호수 속에 담긴 하늘과 나 그리고 풍경들을 즐긴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앉아서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눈에 담고 또 담고 싶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지기 시작하면 시뻘건 노을빛들이 넋을 잃은 듯 춤추며 수평선을 물들인다. 소금 호수는 수평선을 기점으로 데칼코마니처럼 호수 위의 붉은 하늘을 완벽하게 복사한다.


노을이 그리는 아름다움에 빠져 이리저리 헤매는 사이 어느덧 깜깜한 밤이 찾아온다. 그리고 사막의 무수한 별들이 하늘에 가득 차고 그 별들이 다시 사막 호수에 그대로 빠져 내가 있는 자리가 별들로 가득찬 우주가 된다.



우주가 된 사막의 별들 사이로 황홀경에 빠져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가끔씩 별똥별이 떨어질 때면 아찔한 가슴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할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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