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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08. 2020

콘차 이 토로 와이너리 여행

악마의 포도주

칠레의 사업가였던 돈 멜초르 데 콘차 이 토로(Don Melchor de Concha y Toro)와 그의 부인에 의해 1883년 설립된 콘차 이 토르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포도나무를 가져와 심으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와인의 상표는 돈 멜로초이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에 도착하여 입장하면 콘차 이 토로의 여름 별장이 나온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모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정원에서 와이너리의 역사를 들으며 투어가 시작된다.



투어는 아름다운 농장의 자연을 산책하면서 포도밭으로 이어진다.



포도밭에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리슬링(Riesling) 그리고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등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까르메네르 (carmener) 등의 레드와인을 만드는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그중 멜로초가 프랑스에서 가져온 포도나무인 까르메네르는 현재 칠레의 와인 중 가장 유명한 품종이 되었다. 까르메네르는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이나 보르도의 습한 기후 때문에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가 고온 건조한 칠레의 기후와 찰떡궁합을 이루어 현재 전 세계 재배 면적의 85%를 칠레에서 재배하고 있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의 색이 다른 이유는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를 사용하고 레드와인은 적포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레드와인은 껍질과 씨를 함께 오랫동안 발효해서 만들지만 화이트 와인은 껍질과 씨를 분리한 후 압착해서 만들기 때문에 포도 껍질에 있는 적색소가 와인에 투입되지 않아 화이트 와인이 된다.


이후 오크통이나 스테인레스 통에서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데 몇 년을 숙성을 하는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또한 그해 비가 많이 왔는지 일조량이 좋았는지에 따른 빈티지에 따라 같은 포도밭에서 재배했지만 가격이 다른 경우도 있다.


포도밭을 견학한 후 첫 번째 시음이 시작된다.



첫 번째 시음을 하는 와인은 트리오 쇼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이다. 칠레의 대표적인 포도나무 품종인 소비뇽 블랑에서 나온 트리오의 맛은 신선함과 상쾌함 그 자체이다. 와인을 들이키는 순간 풋풋한 풀 향기와 멜론 같은 과일 향이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풍미를 자랑하며 시원한 느낌과 청량감을  준다.


소비뇽 블랑을 100% 사용해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주로 오크통 숙성 없이 스테인레스 통에 담겨 출시 후 3년 이내 소비해야 신선함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와인 저장고로 이동하자 오크통들이 차례로 줄지어 여행자를 반긴다.



오크통은 와인 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프랑스나 미국에서 수입해온다고 한다. 오크통마다 생산연도인 빈티지가 적혀 있다.


저장고에서 두 번째 시음회가 열리는데 이번에 마실 와인은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인 까르메네르에서 나온 레드와인이다.



안데스 산맥을 따라 흐르는 강에 의해 형성된 최상의 포도 재배지인 떼루아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곳에서 생산된 떼루야 카르메네르는 콘차 이 토로의 가장 대중적인 와인으로 보랏빛 레드 컬러로 앞서 마신 화이트 와인에 비해서 묵직함이 느껴진다. 이는 포도껍질에서 나오는 탄닌의 영향으로 아주 진한 초콜릿이나 블랙티에서 나올법한 탄탄한 질감이 블랙베리와 자두와 같은 검은 과일의 향과 더불어 입안을 즐겁게 한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와이너리의 지하 저장고이다.



이 곳에서 영상으로 콘차이토로의 유명한 상표 중의 하나인 까사블로 델 디아블로 (Casillero del Diablo) 즉 악마의 와인이 탄생한 일화를 들려준다.


초기 와이너리를 시작할 무렵 와인이 종종 없어진다는 농장 감독의 하소연을 들은 멜초르는 하루는 퇴근하는 척하고 몰래 돌아 들어와서 지하 저장고에 들어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퇴근 때가 되자 일꾼 몇 명이 들어와 와인 몇 병을 가져가는 것이 보았다.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멜초르는 그들을 해고하지 않고 숙고하다가 며칠 뒤 다시 셀러에 몰래 들어가 인부들이 들어왔을 때 갑자기 귀신 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어 그들을 내쫓았다. 그 이후로 셀러에 악마가 산다는 소문이 일꾼들 사이에 퍼졌고 이후 밤에는 아무도 셀러로 내려가지 않았다.


가난한 일꾼들을 해고하지 않으면서도 분실 사건을 해결한 멜초르의 전설은 지금도 남아 지하 셀러의 입구에 악마의 셀러라는 이름을 남겼으며 간판이 보인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와인 브랜드까지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하 저장고는 맛있는 와인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80%의 습도와 13도의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지하 저장고를 올라오면 마지막 와인 시음이 이어진다.



와인은 마르케스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앞 선 레드와인에 비해 깊으면서 풍부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특히 과일향과 오크향 등 복합적인 향이 조화를 이루어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의 질감이 마지막까지 긴 여운을 남긴다.


마르케스는 1718년 스페인 국왕인 펠리프 5세가 콘차이토로 가문에게 수여한 작위명으로 콘차 이 토로의 자부심과 유산을 상징하는 브랜드이며 까베르네 소비뇽은 포도나무 품목의 이름이다.


1972년 빈티지의 마르께스 까베르네 소비뇽은 저가 와인 산지로 여겼던 칠레 떼루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고품격 브랜드의 와인으로 2010년에 세계 순위 56위에 랭크(리스트 내 유일한 칠레 와인)되면서 와인 애호가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호평을 받고 있다.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야외 바에 들러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한다는 콘차 이 토로의 알마비바(Almaviva)를 주문했다. 이 곳에서도 한 잔에 30달러나 하는 고가의 와인이다.  



알마비바는 앞에 소개한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르 그리고 까르메네레 등을 혼합하여 만든 포도주로 진하고 강렬한 루비색을 띠고 있다. 잔을 들어 코로 가져가면  잘 익은 블랙베리와 바닐라 그리고 커피와 검은 후추 등의 향이 풍부하면서 강렬하게 느껴진다. 참을 수 없는 향에 이끌려 한 모금 입에 물면 묵직하면서도 달콤하고 달콤하면서도 깨끗한 맛이 몸과 마음으로 퍼지며 와이너리 투어의 절정으로 여행자를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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