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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pr 10. 2021

론다 산책

절벽 위의 도시

세비야를 출발한 버스는 2시간만에 론다에 도착했다. 해발 750m의 웅장하고 거친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둘러싸인 론다는 독일의 시인 릴케가 꿈의 도시라고 예찬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과달레빈 강이 만든 타호 협곡 위에 위치한 이 도시는 험준한 자연과 인간의 문명이 만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버스에서 내려 론다의 구시가를 통과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장소가 투우장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론다의 투우장은 1785년에 만든 것으로 하얀색 둥근 외벽과 노란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투우장으로 입장하여 경기장 중앙에서 박수를 치면 전체 투우장이 울릴 정도로 음향효과가 좋아 투우가 있는 날이면 경쾌한 음악과 관중들의 열띤 함성소리로 투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투우장 안에 있는 박물관으로 이동하면 붉은 천으로 소를 유인하는 현대식 투우의 창시자인 프란시스코 로메로와 뛰어난 실력으로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페드로 로메로의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스타급 투우사들의 의상과 사진 그리고 투우 장면을 그린 포스터도 감상할 수 있다.


투우장을 나오면 바로 눈 앞이 알리메다 공원이다.



알라메다 공원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깊은 계곡 위로 끝없이 펼쳐진 안달루시아의 평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부터 시작하여 론다의 랜드마크인 누에보 다리까지 이어지는 아찔한 절벽 위의 헤밍웨이 길을 걷다 보면 그가 왜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가장 좋은 곳으로 론다를 추천하였는지 알 수 있다.


헤밍웨이 길 끝에 론다의 랜드마크인 누에보 다리가 있다.



신시가지와 구시가를 이어주는 누에보 다리는 1735년에  처음 세워졌으나 공사 중 다리가 무너지며 50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이후 1751년에 새로 짓기 시작하려 40년 만에 완공했다. 새로운 다리라는 뜻을 지닌 누에보 다리는 길이 30m의 짧은 다리이지만 이곳에 서서 험준한 협곡과 그 아래 흐르는 과달레빈 강을 내려다보면 아찔한 현기증이 온몸을 감싼다.


누에보 다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푸에르트 그란데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즐기자.



투우의 발상지인 론다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즐기는 음식은 소꼬리찜이다. 칼만 갖다 대면 살이 뼈에서 저절로 발라질 정도로 부드러운 소고리 찜은 우리의 갈비찜과 비슷한 맛이다. 소꼬리찜이 갈비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입에 넣자마자  위에서 살살 녹아내린다는 점이다. 야들야들한 소꼬리찜에 시원하면서 고소한 알함브라 맥주나 샹그리아를 곁들인다면 론다의 맛을 제대로 만끽할  있다.


점심을 먹고 누에보 다리를 건넌 후 하얀 집들이 있는 골목을 지나면 시청광장이 나온다.



시청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산타 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으로 16세기 이슬람 세력을 물리친 스페인 가톨릭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성당으로 기존의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건립되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지금도 이슬람식 기도실이 남아 있으며 중앙제단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론다의 수호성인이 모셔져 있다.


시청광장을 지나 론다의 협곡 아래로 내려가면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올리브나무와 푸른 초원이 펼쳐진 돌길을 따라 30분 정도 걷다 보면 론다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타호 계곡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타호 계곡에서 보는 누에보 다리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아스라이 깊어지는 골짜기의 공포를 밑으로 누르고 거침없이 하늘과 솟아 있는 누에보 다리의 위용은 감히 유럽 최고의 풍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의 한계를 넘어선 다리의 장엄함에 여행자는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 깨달으며 겸손해진다.


1시간이 넘는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버스는 2시간도 안되어 그라나다의 호텔에 도착한다. 오늘 묵을 호텔은 시내 중심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어반 드림 그라나다 호텔이다.



위치와 가성비 최고의 호텔은 친절한 직원들과 깨끗한 방 그리고 맛있는 와인과 안주를 겸비한 바가 있어 호텔에 도착한 여행자들에게 편리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호텔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저녁식사를 위해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카멜라 식당으로 갔다.



현대식 건물로 모던하게 장식된 카멜라 식당의 추천 음식은 바다 요리이다. 갓 구워낸 오징어 튀김이나 삶아서 올리브로 맛을 낸 조개 요리는 여행자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닭 날개 튀김에 간장과 사탕수수 시럽이 들어간 꿀닭 역시 바삭하면서 기분 좋은 단맛으로 여행자의 피로를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여유로운 저녁을 즐긴 후 내일 알람브라 궁전을 만날 설레임을 안고 호텔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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