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언덕의 도시
루테치아 호텔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로 더할 나위 없는 만찬을 즐긴 후 호텔을 나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로마역에 도착한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서 리스본의 지하철과 트램 그리고 버스를 24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비바 비아젬 카드를 구입한 후 지하철을 타고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이동한다.
7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리스본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1755년 대지진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리스본의 중심지였던 이곳 역시 마누엘 1세가 지은 리베이라 궁전이 있었는데 대지진으로 파괴되었다. 당시 포르투갈 5대 국왕이었던 주제 1세가 재상으로 임명한 폼팔 후작은 혁신적인 재건 계획을 세우고 이곳에 코메르시우 광장을 만들었다.
포르투갈어로 무역을 뜻하는 코메르시우 광장 입구에 있는 개선문에는 마리아 1세가 아테나 여신과 리스본의 수호신에게 월계관을 수여하고 있는 조각상이 있다. 그 아래로 폼팔 백작과 바스코 다가마의 조각상이 보인다. 또한 광장 중앙에는 주제 1세의 동상이 있다. 그들은 모두 포르투갈의 경제적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들이다,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트램을 타고 30분 정도를 이동하면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나온다.
포르투갈에 막대한 부와 영광을 가져대 준 대항해 시대를 연 엔히크 왕자와 바스쿠 다 가마의 성공적인 항해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1502년 마누엘 1세가 짓기 시작하여 1627년에 완성되었다.
포르투갈의 가장 부강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수도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고딕 양식에 조개류와 물고기 그리고 선박의 밧줄 등을 가미한 마누엘 양식이 가미된 사각 회랑과 안뜰이다. 누구든 이곳에 들어서면 그 화려한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수도원과 연결된 산타마리아 성당에는 유럽에서 인도까지 직항로를 개척한 바스쿠 다 가마와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민족 시인인 카몽이스의 석관을 만날 수 있다. 인도로 떠나기 전 이곳에서 마지막 기도를 올렸던 바스쿠 다 가마의 석관 근처에는 밧줄을 쥐고 있는 손 조각상이 있는데 이를 만지면 순조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전설에 따라 많은 여행자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제로니무스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장식된 중앙 제단은 이곳이 제로니무스 수도원임을 일깨워준다. 성당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성당을 나서면 저 멀리 바다 같은 테주강을 배경으로 발견의 탑이 보인다.
중간에 기차가 지나다녀 기찻길 아래의 지하도를 통과하면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해상왕 엔히크의 탄생 500주년에 세운 발견의 탑이 나타난다.
1960년도에 완성하였으며 범선 모양을 하고 있는 탑의 맨 앞에 있는 조각상이 엔히크 왕자이고 그 뒤를 콜럼버스와 마젤란 그리고 바스코 다 가마 등 대항해 시대의 인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엔히크 왕자가 들고 있는 배는 이슬람 범선에 영감을 받아 왕자가 직접 만든 카라벨선으로 역풍에도 전진할 수 있어 동력선이 없었던 대항해 시대에 가중 중요한 발명품이었다.
발견의 탑을 둘러보고 수도원 옆에 있는 트램 정류소로 이동하면 에그타르트의 원조인 파스테이드 드 벨렘이 있다.
수도사의 옷에 풀을 먹이기 위해 계란 흰자를 쓰고 남은 노른자로 만들기 시작한 에그타르트 <나타>의 원조 맛집인 이곳은 1837년부터 5대째 영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입안에 넣는 순간 부드러우면서 달콤하고 바삭거리면서 고소한 맛으로 많은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간단하게 <나타>로 애피타이저를 먹었다면 트램을 타고 코르메시우 광장으로 이동하면 나타나는 타임 아웃 마케트에서 본격적인 점심식사를 즐기자.
리스본 최대 푸드 코트인 타임아웃 마켓에서 추천하는 요리는 연어 타다키와 문어 스테이크이다. 새콤한 소스에 버무린 야채와 함께 제공되는 연어 타다키는 입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육질의 고소한 맛이 뛰어나다. 또한 감칠맛이 뛰어난 문어 스테이크는 역시 부드러운 식감과 쫄깃한 맛으로 바다 도시 리스본의 맛을 만끽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해산물을 싫어하는 분들은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 비프 스테이크와 치킨 요리를 추천한다.
식당을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테주강을 뒤로하고 언덕을 오르는 푸니쿨라 비카 정류장이 나온다. 푸니쿨라는 오전에 구입한 1일권 비바 비아젬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언덕이 많은 리스본에서 푸니쿨라는 19세기에 대중들의 교통수단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리스본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리스본에는 글로리아와 라바 그리고 비카 등 세 곳의 푸니쿨라가 있으며 이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이곳 비카선이다. 1892년에 완성된 비카의 상단 정류장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리스본의 낭만을 그대로 보여준다.
푸니쿨라를 타고 언덕을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걸어서 내려가면 카몽이스 광장이 나타난다.
카몽이스 광장은 포르투갈 최고의 시인인 카몽이스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 광장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커피숍 그리고 쇼핑센터들이 즐비해 있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카몽이스 광장에서 언덕을 조금 오르면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언덕 아래 지역인 바이샤 지구와 언덕 위 지역인 바이후 알투 지역을 이어주며 시민들의 고생을 덜어주건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는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가 설계하여 에펠탑의 느낌을 준다. 처음엔 증기로 운행되었으나 현재는 전기 엔진으로 운행되는 엘리베이터는 비록 철제 구조물이라 할지라도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엘리베이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리스본의 아름다운 전경이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리스본의 심장이자 교통의 요지인 호시우 광장이 나온다.
예술을 사랑한 동 페드로 4세의 동상과 프랑스풍의 분수가 있는 호시우 광장은 북쪽에 국립극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유서 깊은 건축물과 가페 그리고 상점 등이 들어서 있다. 호시우 광장에서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닥에 보이는 물결무늬로 밤이 되면 무늬가 불빛에 반사되어 바닷물이 일렁이는 것 같아 광장을 로맨틱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호시우 광장과 접해 있는 피게이라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리스본에서 가장 높은 곳인 상조르주 성으로 이동하자.
1371년 포르투갈 공주가 영국의 왕세자와 결혼하면서 영국의 수호성인인 성 조지에게 바친 상 조르즈 성의 입구를 지나 전망대에 서면 저 멀리 테주강을 배경으로 리스본의 장관이 끝없이 펼쳐진다. 특히 이곳은 테주강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이 너무나 아름다워 저녁이면 일몰을 안주삼아 맥주나 와인 즐기는 연인들로 가득하다.
충분한 일몰을 즐겼다면 트램을 타고 리스본 대성당을 지나 시내로 내려오면 리스본에서 해물밥으로 가장 유명한 우마 식당에 도착한다.
포르투갈의 해물밥인 아로즈 데 마리스꼬는 새우와 조개 그리고 문어 등의 해산물을 넣고 끓인 국물에 쌀밥을 넣어 만드는 포르투갈의 음식으로 국물요리와 쌀요리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다.
특히 우마 식당은 리스본 해물밥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곳으로 싱싱한 해산물로 금방 만들어준 해물밥을 내어주는데 해물밥을 한 입에 넣는 순간 고향으로 돌아온 듯 익숙하면서 걸쭉한 국물 맛으로 리스본의 마지막 밤을 오래동안 잊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