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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Mar 25. 2021

포르투 산책

포르투갈의 발상지


포르투의 중심지인 히베이라 광장에서 뒤엉켜 있는 중세 시대의 골목과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언덕 꼭대기에 거대한 요새 같은 대성당이 나타난다.


대성당의 광장으로 들어서면 비마라 페레스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는 9세기 스페인의 알폰스 3세가 임명한 포르투갈의 첫 번째 통치자로 이곳에서 무어인을 쫓아내고 포르투갈을 지킨 인물이다.



동상 맞은편에 보이는 대성당은 12세기에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으로 건설되었으며 18세기에는 화려한 바로크 양식으로 보수 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1387년에 주앙 1세가 랭커스터 가문의 필리파 왕비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1394년에 항해 왕자 엔히크가 세례를 받았다. 대성당의 하이라이트는 광장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의 아름다운 전경으로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포르투의 매력에 여행자는 금방 빠져든다.


대성당을 나와 바로 아래에 보이는 상벤투 기차역으로 이동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손꼽히는 상 벤투 기차역은 19세기 파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여행자들이 이것을 찾는 이유는 중앙 홀의 내부장식을 감상하기 위해서이다. 중앙 홀은 도자기 2만 장에 파란 유약으로 그려진 아줄레주 양식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포르투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곳의 장식에는 주로 항해 왕자 앤히크의 세우타 정복 같은 역사적인 전투와 운송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중앙 역을 나와 길을 건너면 리베르다드 광장이 나온다.



구시가의 중심지이자 최대의 번화가인 리베르다드 광장의 중앙에는 동 페드로 1세의 기마상이 있다. 그는 당시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을 독립시키고 브라질의 초대 왕이 되었던 인물로 그의 시신은 현재 브라질 독립기념관에 안치되어 있다. 시청사부터 시작하는 광장 주변은 호텔과 은행이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가 있어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리베르다드 광장에서 76m의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클레리구스 탑을 지나면 렐루 서점을 만날 수 있다.      



1906년에 문을 연 렐루 서점은 마치 목재에 조각을 한 것 같은 호화로운 석고 장식과 스테인드 글라스로 마법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포르투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던 조앤 K 롤링은 해리포터 소설을 쓸 당시 이곳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호그와트 도서관 장면 촬영도 바로 이 서점에서 했다.


포르투 시내에서는 호그와트 교복과도 같은 검은색 망토를 두른 젊은이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포르투 소재 대학의 교복으로 실제로 조앤 K. 롤링은 포르투 대학생의 교복을 보고 호그와트 교복을 상상하였다고 영감을 한다.


렐루 서점에서 조금 오르면 카르모 성당이 나타난다.



푸른 아줄레주 양식으로 장식한 카르모 성당의 외부에는 카르멜 수도회 기사단이 창립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수도승들이 머물렀던 카르모 성당 바로 옆에는 수녀들이 기거했던 카르메리타스 성당이 있다. 자세히 보면 두 성당 사이에 창이 두 개 있는 세상에서  가장 좁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당시 수녀와 수도승들이 머물던 성당을 붙여 지을 수 없는 교회법으로 인하여 두 성당 사이에 매우 좁은 집을 지어야 했으며 이 곳에서 수도사들이 생활했다.


성당을 나와 앞에 공원을 가로지르면 강 건너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빅토리아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도루 강 위로 펼쳐진 동 루이스 1세 다리와 대성당 그리고 수도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강 건너편의 와이너리가 모여있는 가이아 지역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면 아래에 있는 골목길을 따라 볼사 궁전과 성 프란시스코 성당으로 이동한다.



1910년에 건설된 웅장한 신고전양식의 볼사 궁전은 포르투 상인 조합의 상징으로 최근까지 증권거래소로 사용되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한 때 실제 거래가 이루어졌던 국가의 홀과 대형 연회장인 아라비안 홀을 만나볼 수 있다.



볼사 궁전과 붙어 있는 성 프란시스코 성당은 절제된 고딕 양식의 외부 모습과는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포르투갈에서 가장 눈부시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실내 장식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실내로 나무로 섬세하게 조각하여 금박을 입힌 아기 천사 조각상과 마누엘 양식의 성 요한 예배당 그리고 예수님의 계보를 상징하는 새의 나무는 놓치지 말고 감상하자.


성당을 나와 강으로 내려가면 엽서에 포르투를 상징하는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 강변 산책로인 카이스 다 히베이라가 나온다.



시원하게 탁 트인 도루 강 위로 떠 있는 동 루이스 다리를 배경으로 레고로 만든 것 같은 파스텔 색조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강변의 풍경은 여행자가 늘 꿈꾸던 낭만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환상적인 전경을 바라보며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길거리 음악을 듣다 보면 여행의 충만감으로 온몸이 들뜨게 된다.  


점심식사를 위해 예약한 라 리코타 식당으로 이동한다.



점심으로 가성비 최고의 풀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리코타 식당의 처음 제공되는 음식은 갓 구워 나오는 식전 빵과 신선한 올리브유이다. 고소한 빵과 올리브유의 조합은 배고픈 여행자의 입맛을 돋우기에는 음식이다. 잠시 후 이 집의 메인 메뉴인 대구 리소토와 문어 스테이크가 나온다. 살이 부드럽고 간이 잘 배어 있는 대구와 찰진 리소토가 환상적인 대구 리소토도 맛있지만 쫄깃함과 입안에서 바로 녹아버릴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의 문어 스테이크는 풍부한 감칠맛과 조화를 이루며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너 강 건너편으로 이동한다.


 

1886년에 건축된 2층 구조의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가 설계한 것으로 위층은 보행자와 지하철이 다니고 아래층에는 일반 차량이 다닌다. 층마다 있는 보도 위에서 바라보는 강과 구시가 전망은 배부른 여행자의 마음을 더욱 낭만적이게 한다.


동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너서 와인 냄새가 가득한 빌라 노바 가이아 지역으로 내려온다.



항구를 의미하는 포르투 지역에서 만들어진 포트와인의 탄생 비밀은 루이 14세 통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00년 전쟁 후 루이 14세가 영국의 수입품에 증과세를 매기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은 프랑스 와인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 이에 발 빠른 영국의 상인들은 영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 헤매다가 발견한 곳이 포르투 지역의 도루 벨리였다. 포르투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루 밸리에서 만든 와인은 이곳의 와이너리로 가져와서 보관 저장한 후 영국으로 보내졌는데 운송 도중 와인 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5~10 % 정도의 브랜디를 넣으면서 알코올 농도가 짙은 단맛의 포트와인이 탄생했다.


포트 와인을 만드는 가이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 테일러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자유롭게 투어를 할 수 있는 테일러 와이너리를 입장하면 거대한 오크통 저장고가 나온다. 포트와인은 크게 병에서 바로 숙성시키는 것과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것으로 나누어지는데 오크통의 크기와 시간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진다.


투어를 하다 보면 오크통 중에서 LBV 10만 리터가 들어 있는 거대한 통을 만나게 된다. LBV는 오크통에서 4~6년 정도 숙성시킨 와인을 블렌딩 하여 불순물을 제거한 후 병에 담아 나오는 와인으로 오크통에서 2년 숙성 후 병에 담아 다시 숙성시키는 최고급 빈티지 와인과는 달리 병에 담기 전에 이미 숙성이 완료되어 따로 디켄딩이 필요 없는 와인이다.


도루 밸리의 포도밭 소개와 포트와인의 생산방법 그리고 테일러 와이너리의 역사를 소개하는 40분 정도의 투어를 마치면 오크통 테이블이 있는 시음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2013년 산 LBV 레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먼저 가볍게 먹는 칩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19도로 단맛이 거의 없으며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함께 제공되는 21도의 LBV 레드와인은 화이트 와인보다 훨씬 독하지만 끝 맛이 달고 향기롭다. 양은 작지만 두 잔 먹고 나면 취기가 올라오니 향을 맡으며 천천히 시음하는 것이 좋다.


와이너리를 나와 강변으로 내려오면 포르투의 멋진 풍경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온다.



가이아 케이블카를 타고 천천히 전경을 감상하다가 내리면 모로 공원이다. 모로 공원에서 언덕을 오르면 포르투에서 가장 높은 세하 드 필라르 수도원이 나타난다.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의 일몰과 야경은 이루 말할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많은 여행자들은  아름다움에  말을 잊고 그저 묵묵히 상념에 잠긴다.



가장 위대한 여행은
전 세계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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