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에덴동산
아침 일찍 호텔에서 출발한 버스는 3시간을 달려 페나 성이 있는 신트라에 도착했다. 동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페나 성이 있는 신트라는 자연과 중세 건축이 어우러져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포르투갈의 왕족과 귀족들은 이곳에서 낭만적인 여름을 보내기 위해 여름 별궁을 마련하였다. 일찍이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신트라를 <위대한 에덴>이라고 예찬했다.
버스에서 내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신트라 중심에 있는 신트라 왕국으로 이동한다.
14세기에 건축한 신트라 왕궁은 1910년 포르투갈이 공화국을 선포하기 전까지 왕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한 곳으로 원래는 무어인의 요새 중 하나였다. 흰색 굴뚝이 상징인 신트라 왕국으로 입장하면 다양한 테마의 방들이 청색 도자기 타일의 화려한 아줄레주 양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의 아줄레주 양식의 인테리어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으로 손꼽힌다.
왕궁의 화려한 연회실외에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곳은 백조의 방과 까치의 방이다. 백조의 방은 아멜리아 여왕이 27살에 시집간 딸을 그리워하며 27마리 백조를 그리도록 하여 만들어진 방이며 까치의 방은 주앙 1세의 아내인 필리파가 여자 형제에게 키스한 사건과 관련해서 모든 소문을 중단시키기 위해 궁전에 있는 여성들 숫자만큼인 136마리의 까치를 그려 넣어 완성한 방이라 한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까치의 부리에는 명예를 위해라는 뜻을 가진 <Por bem>이라는 글자를 물고 있고 까치의 발에는 왕비인 랭커스터 필리파의 가문을 상징하는 장미를 잡고 있다.
신트라 성을 나와 조금 걸어가면 골목마다 수많은 식당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오늘의 점심식사 장소는 신트라가 원조인 케이자다와 트라베세이루를 전문으로 하는 피리키타 식당이다.
식당 겸 카페를 겸하고 있는 피리키타 식당으로 입장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빵을 먹고 있다. 빵은 포르투갈어 <pang>에서 유래되었으며 카스테라 역시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의 카스티야 지방의 빵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로 오늘날 빵과 카스테라는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이 같은 발음을 사용한다.
신트라가 원조인 케이자다는 13세기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치즈와 계피를 넣어 만든 빵으로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럽다. 베개라는 뜻의 트라베세이루는 길쭉한 모양으로 달걀 크림이 들어간 파이를 말한다. 트라베세이루를 한 입 물면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과 더불어 단맛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따뜻한 홍자나 커피와 함께 즐기면 더욱 좋다.
점심식사를 마쳤다면 버스를 타고 페나 성으로 이동한다. 수세기 전 말이나 마차를 타고 가파른 비탈길을 올랐을 페나 성을 버스를 이용하면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해발 450m의 산 정상에 있는 페나성은 유럽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동화 같은 성이다. 16세기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있었던 곳에 지은 페나성은 페르난두 2세가 아내 마리아 2세에게 선물하기 위하여 지은 것으로 1839년에 완성했다.
디즈니 성으로 유명한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남긴 루드비히 2세와 사촌지간인 페르난도 2세는 노이슈반스타인 성을 지은 건축가 루트비히 폰 에슈테케를 초빙해 노이슈반스타인 성보다 더 환상적인 성을 지어달라고 요청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성안으로 입장하기 전에 여왕의 테라스를 먼저 방문하면 깊은 산을 배경으로 노란색과 푸른색의 타일 벽과 빨간 탑 그리고 녹색의 둥그런 지붕으로 이루어진 성의 모습이 지금 막 여행자를 동화 속 세계로 데려온 듯 설레게 한다.
페나성의 외부 절경을 만끽하였다면 성 관람을 시작한다.
성안으로 입장하면 왕실의 여름 별장답게 왕과 왕비를 위한 다양한 방과 연회장 그리고 80명이 일했던 식당과 주방이 나타난다. 대체적으로 성 안의 창문이나 가구들은 작고 오밀조밀한데 그 안에는 사연이 담겨 있다. 환상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각 방의 창문이 작은 이유는 대서양에서 몰아치는 힘센 강풍 때문이며 왕의 침대가 매우 좁은 이유는 평소 암살이 두려워 늘 앉아서 잠이 들었던 페르난도 2세의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 내부의 오밀조밀한 구조와 가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담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화려한 연회장과 주방에 잘 정돈된 그릇이나 놋쇠 집기들은 과거 왕족들의 품격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페나성을 나와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면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카보 다 로카가 나온다.
로카에 있는 곶이란 뜻의 카보 다 로카는 북위 38도, 동경 9도에 있는 유럽 대륙의 서쪽 끝에 있어 14세기 말까지 이 곳을 세상의 끝이라 여겼다. 버스에서 내려 해안을 따라 산책로를 걸으면 대서양을 배경으로 웅대한 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로카 곶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십자가가 달린 커다란 돌 기념비다. 기념비에는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루이스 카몽이스가 바다 너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난 포르투갈 탐험가들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은 시구가 새겨져 있다.
여기
땅이 끝나는 곳
그리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서쪽의 대서양을 제외하고는 3면이 스페인에 둘러싸인 포르투갈은 유럽이 변방으로 늘 스페인에 시달리며 소외되어 왔다. 그래서 그들은 육지 대신 바다로 나아갔으며 인도와 마카오 그리고 브라질을 발견하며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그들은 식민지에서 실어온 향신료와 금 그리고 커피 등을 유럽에 팔아 부를 축적하며 유럽의 새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호카곶의 백미는 노을이다. 무한히 펼쳐진 대서양에 해가 가라앉고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여행자들은 세상 끝에 선 자신을 돌아보며 뭉클함을 느낀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열정을 부여받는다.
호카곶을 지나 리스본으로 돌아왔다. 리스본의 호텔은 시내 중심에 있는 루테치아 호텔이다.
호텔은 시내 중심지인 호시우 광장에서 지하철로 5 정거장에 있는 곳으로 모든 시설이 현대적이다. 호텔에 들어서면 친절한 직원들과 어설픈 장식 없이 깨끗한 스마트 호텔이 여행자를 반긴다. 무엇보다도 화려한 아침식사가 여행자의 마음을 훔칠 준비를 하고 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휴식을 취한 후 저녁과 파두 감상을 위해 예약한 파두 극장으로 이동한다.
극장에 도착하자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예약해 둔 코스 음식이 나왔다. 전식으로 먹는 올리버유와 화이트 와인으로 맛을 낸 바지락은 쫄깃하면서 바다향의 감칠맛이 감미롭다. 본식으로 나온 대구요리는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고소하면서 함께 나온 감자와 철떡 궁합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디저트와 포트 와인은 기분 좋은 단맛으로 공연의 기대감을 높였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공연이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어로 파두는 운명 또는 숙명을 뜻하는 말로 애절한 멜로디와 슬픈 가사의 노래이다. 우리의 트로트와 비슷한 파두는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로 떠난 선원과 그들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담았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긴 후 애잔한 기타 소리에 맞추어 삶의 영원한 슬픔과 그리움을 노래하는 파두를 듣고 있다 보면 여행자는 알 수 없는 외로움과 향수에 빠진다. 그리고 파두의 아련한 가사와 리듬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맡긴다.
그리운 사랑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네.
그래야만
나 자신과 그 누구도
거리에 버려지지 않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