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지역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은 헝가리 건국 천 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1896년에 착공하여 1926년에 완성한 곳이다.헝가리의 건국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헝가리의 위대한 인물들의 동상을 세운 영웅광장의 중앙에는 높이 36m의 기념 탑이 있다. 그 기념탑 위에는 헝가리 민족의 수호신인 천사 가브리엘이 보인다.
대 천사 가브리엘은 왼손에 헝가리 초대 임금인 성 이슈트반의 왕관을, 오른손에는 이중 십자가를 들고 있다. 이는 1001년 헝가리 최초로 통일왕국을 세운 이슈트반 1세는 헝가리를 기독교 국가로 만들어 신께 바친 것을 상징한다.
원형 기둥의 아랫부분에는 헝가리 국가를 세운 마자르 민족을 이곳 지역으로 인도했던 아라파드를 선두로 한 마자르족의 7부족장의 기마상이 있으며 바닥의 동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마자르 인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들을 기억하며
가브리엘 천사상의 배경이 되는 뒤편에는 왼편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각각 7명씩 14명의 영웅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중 첫 번째 인물은 바로 초대 국왕 이슈트반이다.
그 옆에 있는 인물은 성 라슬로 국왕으로 헝가리의 영토를 크로아티아까지 확장하고, 크로아티아를 가톨릭 국가로 만든 인물이다. 또한 헝가리를 중흥시킨 임금으로 평가받고 있는 벨라 4세의 동상도 다섯 번째에 있고, 헝가리에 문화적 르네상스를 가져다준 마차시 1세의 청동상도 있다.
오른쪽 편에는 왕과 함께 헝가리 독립을 추구한 인물들의 동상이 있는데, 가장 알려진 인물은 14번째 동상인 라요시 코스트이다. 그는 합스부르크가 의 지배에 저항하여 1703년에서 1711년에 이르기까지 독립 투쟁을 주도했으나 실패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영웅광장에서 시민공원으로 들어서면 세치니 온천을 배경으로 안익태 흉상이 있다. 우리나라 애국가를 작곡한 그는 1938년에서 1940년까지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하였으며 이후 미국과 유럽을 다니면서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일제 식민지하에서 일본 여권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2009년 한국 헝가리 수교 20주년을 맞아 서울시의 비용으로 흉상이 만들어졌으며 제작은 헝가리 조각가가 맡았다고 한다.
시민 공원을 지나 페스트 지역으로 들어서면 2개의 건물이 눈에 띈다. 국회의사당과 이슈트반 성당으로 헝가리 정치와 종교의 중심이다. 이 두 건축물 모두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는 1896년에 세워진 선물로 높이를 모두 96m로 하여 그 상징성을 높였다.
헝가리를 기독교 국가로 만든 헝가리 초대 왕 이슈트반에게 바쳐진 이 성당은 헝가리 사람들의 정신적인 구심점이 되는 성전이다.
이 성당은 최대 8,5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로 성당의 가장 위쪽 삼각 부분의 중앙에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으며 바로 왼쪽에서 이슈트반 국왕이 성모자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라틴어 성경구절이 크게 새겨져 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성당의 입구 위에는 부활한 예수를 표현한 모자이크가 보이고 그 아래에는 십자가 있는 홀을 든 성 이슈트반의 부조가 있다. 그리고 입구 문에는 열 두 제자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성당 정면의 왼쪽에는 교황의 상징인 세 줄 십자가를 들고 있는 그레고리 교황의 동상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히브리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히에로무스 성인이 보인다. 히에로무스 곁에는 항상 사자가 함께 있다.
세속의 유혹을 이겨내고자 산속 동굴에서 성경을 번역하고 있던 어느 날 사자가 다가왔다. 두려움에 떨던 히에로무스는 사자 입안의 가시 때문에 사자가 아파하는 것을 알고 가시를 빼내어 주었는데 그 이후로 사자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래서 그의 곁에는 언제나 사자가 있다.
성당의 실내공간은 그리스 십자가 형태를 기본으로 그 중심에 쿠폴라가 올려져 있는 르네상스 양식이다. 성 이슈트반에게 바쳐진 이 성당의 중앙 제단 바로 뒤에 성 이슈트반의 조각상이 있다. 또한 중앙 제단을 돌아서 왼쪽으로 가면 조그만 경당에 이슈트반의 오른손이 미라로 보존되어 있다.
그의 유골을 발견하였을 때 오른손만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가 오른손으로 항상 십자가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과 독일은 서로 먼저 이 보물을 확보하기 위해 첩보전을 펼쳤는데 미국이 먼저 발견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전쟁이 끝나자 헝가리에게 돌려져 지금 이곳에 보관하고 있다.
성당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화는 헝가리 화가 벤추르의 작품이다. 이 그림은 성 이슈트반이 천사들이 보는 앞에서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에게 헝가리 왕관을 바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것은 성 이슈트반이 헝가리를 기독교화했다는 의미이자 이질적인 헝가리 민족이 유럽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당을 나오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인 96m 높이의 쿠폴라에 올라야 한가. 여기가 유일하게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 올라서면 도나우 강에 떠 있는 국회의사당을 비롯하여 왕궁과 마차시 성당 등 내 눈앞에 펼쳐진 부다페스트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슈트반 성당을 나와서 트램을 타고 10분만 가면 도나우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국회의사당이 나온다.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1884년부터 1904년까지 지은 국회의사당은 오랜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높이는 의미에서 오직 자국의 건축기술과 인력 그리고 자재만을 이용해 완공하였다. 런던의 국회의사당을 닮은 네오고딕 양식의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건물은 규모로 보면 헝가리에서 가장 크다.
국회의사당 외관을 보면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이 있으며 돔은 르네상스 양식의 복고풍으로 16 각형의 쿠폴라로 되어 있다. 쿠폴라 아래에 있는 16 각형의 중앙 홀은 국회의사당 실내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공간으로 역대 헝가리 왕들의 왕관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서 성 이슈트반의 왕관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홀은 금과 보석 그리고 카펫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하원과 상원 홀로 연결되는데 현재 헝가리 의회는 단원제이기 때문에 상원 홀만 사용하고 있다.
국회의사당을 나오면 광장 중앙에는 1848년 독립 투쟁을 지휘한 코스트 러시요의 동상이 보인다. 그리고 북동쪽 다리 위를 살펴보면 또 다른 동상이 보이는데 그는 다리 위에는 국회의사당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이 신사는 <임레 너지>라는 정치가로 헝가리의 현대사에서 가장 비운의 정치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헝가리는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수상을 역임하던 임레 너지는 일련의 민주적인 개혁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했다.
그러자 소련은 1956년 전격적으로 헝가리를 침략했고 헝가리 시민들은 대대적인 항쟁을 벌였다. 하지만 소련군 탱크 앞에서 모든 것이 실패로 끝나고 임레 너지는 체포되어 처형되고 말았다.
그 후 국회의사당의 돔의 꼭대기에는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별이 그려진 깃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990년에야 억압의 상징이던 이 깃발이 내려졌고 공산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국회의사당은 도나우 강의 진주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다뉴브 강가로 이동하면 강가에 신발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이 곳에 세워진 채 총살당했던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헝가리 출신의 영화감독과 조형예술가가 함께 만든 것으로 것이다. 철을 이용해 저마다 다른 크기로 만들어진 60켤레의 낡은 신발들이 아름다운 도나우 강 앞에서 넋을 잃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