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에 서서
서점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900명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게다가 얼마 전 방호복을 입고 탈진한 의료진을 직접 눈 앞에서 본 상황에서,
몸 상태가 아직 안 좋은 이 상황에서, 외출이 어려웠다.
읽을 책도 다 떨어졌고 어떤 새 책이 나왔는지도 궁금했고, 교보문고의 그 향이 너무 그립고.
평범한 일상들이 너무 그립다. 코로나가 끝나면 나는 제일 먼저 마스크를 벗고, 그냥 이 곳 저 곳을 다니고 싶다. 여행은 그 다음이다. 그냥 평범해서 소중한 걸 몰랐던 그 때의 일상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 서점 가는 것조차 이렇게 두려워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지겹도록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토닥이고 생각하며, 외출 대신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다.
새 책도 많이 나왔고, 연말이라 사은품 행사도 꽤 많이 하고 있었다. 굿즈 보는 재미도 있고, 다이어리 구경도 찬찬히 하다가 베스트셀러 코너로 갔다.
종류가 꽤 다양했는데, 그중 몇몇의 베스트셀러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마음 챙김의 시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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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로의 글이었다는 것.
책의 종류는 대부분 거의 정해져 있지만 유행을 타는 것들도 제법 있다. 예전에는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소설이 인기가 많았고, 인기 작가가 책을 내면 한동안 그것만 유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 해는 수필과 에세이가 유행인 것 같다. 굳이 베스트셀러 코너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다독여주는 수필과 에세이들은 꽤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작년을 기억해보면, 그때도 위로의 책들은 늘 있었지만, 올 해가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 같다. 하긴, 지난달에 고터에 갔을 때 들른 한 서점에는 아예 마음을 치유하는 책 코너가 따로 있었다. 그 게 꽤 기억에 많이 남았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온 음악들도 비슷한 가사가 제법 많다. 물론 사랑 노래가 가장 많지만, 서로를 위로하는 가사의 음악들이 제법 눈에 띈다.
나 역시 그런 음악들을 좋아하고, 위로받곤 했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의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와 노래들의 그 공통점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어떤지 알려주는 것일 것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걱정 없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아마 내가 가진 고민과 걱정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무게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 데다가, 올 한 해는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코로나라는 큰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감정을, 누군가에게는 직업을,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을...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을 올 한 해.
일 년 내내 마스크에 가려져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대방의 표정을 본 게 언젠지도 모르겠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중이다.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살얼음판 걷듯이 걷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예민해졌고 무표정해졌다.
책을 주문하면서 생각했다.
그럼에도, 결국 생채기 난 우리를 토닥여주는 건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거,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작가들은 글로, 가수들은 음악으로, 화가들은 그림으로, 그리고 우리들은 서로에게 작은 문자 하나, 응원한 줄, 전화 한 통으로 서로에게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흔히 나는, 우리는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들 한다.
그런데 그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날이다.
그러니, 서로를 의지하면서 오늘도 힘을 내 봐야겠다. 그러면,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서로를 향해 웃어볼 날이 꼭 오지 않을까.
책들이, 음악들이 위로보다는 좀 더 다양한 것들로 채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