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 여자 이야기
내가 그 남자를 만난 날,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잘 통하는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것들까지 잘 맞는 게 가능한가?'
라고 느낄 만큼
비슷한 점을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더 그에게 빠졌다.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장난
좋아하는 취미
모두가 다 같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늘 불안 불안했다.
서로서로 얼굴을 보며 웃고 있으면서도
마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느 날,
그가 먼저 이야기했다.
'우리 그만 만날까'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날이 언젠간 올 거라 예상했으면서도
듣는 순간 나의 세상은 멈춰버렸다.
일 년이 채 되지 않는 그 몇 개월간의
나는.. 그 순간 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니,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이따금 손톱으로 청바지만 사각사각 만지며
대답을 못 하던 나는
'그래, 그렇게 하자' 대답을 한 후,
그의 집을 나왔다.
집에 와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헤어지자고 한 이유를..
헤어짐에도..
때로는 이유가 없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책상에 있던 아무 종이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을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종이는 잘 접어 내일 날이 밝아지자 마자
그의 집 앞에 놔둬야겠다.
적어도 지난 몇 개월 동안
내 세상엔 온통 너뿐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