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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Jun 08. 2021

그 남자와 그 여자  

아이러니 - 여자 이야기

내가 그 남자를 만난 날,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잘 통하는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것들까지 잘 맞는 게 가능한가?'

라고 느낄 만큼

비슷한 점을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더 그에게 빠졌다.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장난

좋아하는 취미

모두가 다 같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늘 불안 불안했다.


서로서로 얼굴을 보며 웃고 있으면서도

마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느 날,

그가 먼저 이야기했다.

'우리 그만 만날까'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날이 언젠간 올 거라 예상했으면서도

듣는 순간 나의 세상은 멈춰버렸다.


일 년이 채 되지 않는 그 몇 개월간의

나는.. 그 순간 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니,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이따금 손톱으로 청바지만 사각사각 만지며

대답을 못 하던 나는

'그래, 그렇게 하자' 대답을 한 후,

그의 집을 나왔다.


집에 와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헤어지자고 한 이유를..


헤어짐에도..

때로는 이유가 없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책상에 있던 아무 종이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을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종이는 잘 접어 내일 날이 밝아지자 마자

그의 집 앞에 놔둬야겠다.


적어도 지난 몇 개월 동안

내 세상엔 온통 너뿐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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