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Nov 01. 2020

개봉 임박

감정 식탁/ 뿌듯함


드디어, 사업자 등록증이 나왔다. 

나의 가게가 둘째 아이 같아서 그런지 출생 신고를 하고 등본에 찍혀있는 이름을 보는 것 같았다. 

사업자 등록증을 파일에 넣는데 울컥하는 감정에 목이 메었다. 매장 오픈이 코 앞으로 와 있었다.

지인들을 초대해서 오픈 전에 예행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지인들에게 메뉴 판을 만들기 전에 메뉴의 평가도 다시 받아보고 , 직원들과도 일하는 매뉴얼도 만들어야 했다.

주방에서 메뉴를 요리하는 시간, 서빙하는 시간,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왔을 때 매장에서 생기는 문제점 운영하면서 생겨 날 일들을 미리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인을 초대했다. 메뉴 판에 넣을 최종 메뉴들을 준비하고 손님을 기다렸다. 약속한 시간이 되고 매장에 초대한 손님들로 채워졌다. 3명, 2명, 4명…… 포스에서 주문서가 나오고 음식이 나가고 음료가 나갔다.

주문서가 받은 나는 주방에서 잠시 눈감고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손과 발을 움직였다.

“프렌치 오믈렛 데우면서, 파스타를 만들고 ……음…… 빵을 준비하고 ……음료 체크하고..”

나는 내게 말을 하면서 일을 했다. 내 안에 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대화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미친 사람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테이블로 주문한 음식들이 나가면 오픈 주방에 나와서 직원들이 잘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매니저가 있어 음료와 홀 서빙은 내 몫에 일이 아니어서 대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인들과 인사할 시간도 없이 설거지가 쌓였다. 주방에서 나는 동분 서주 했다. 음식에 대한 반응은 메너저와 직원을 통해 듣고 그 내용에 

반응할 여력도 없이 쉴 새 없이 음식을 만들고 치우 기를 반복했다. 


지인들과 함께 한 개업식이 끝났다. 직원들은 퇴근하고 남편과 딸만 남았다. 나는 12시간 만에 의자에 앉았다. 

오래 동안 서서 일해서  뻣뻣한 플라스틱을 접는 것처럼 앉을 때 힘들었다. 

자리에 앉고 나니 일 할 때 몰랐던 통증이 몰려왔다. 발바닥은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이 아프고, 허리는 딱딱해지고, 손은 부어 있고, 양 볼은 빨간색 연지를 찍은 것처럼 붉어져 있고, 앞치마는 지저분했다. 나는 구겨진 종이처럼 되어 있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딸이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힘내라고 했다. 남편은 와인을 가지고 내 앞에 앉았다. 꿈이 현실이 된 공간에서 우리 가족은 잔을 부딪히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했다.  

몸의  에너지가 다 방전되어 머리는 멍하고 벅찬 감정만 가슴을 채워졌다. 와인 몇 잔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술기운 때문인지 개업식의 긴장감이 가시지 않았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 한 동안 쓰지 못한 일기장을 폈다.

 "정지영! 이제 시작이야. 잘해보자. 할 수 있어!"





추천 레시피


우리는  잔치나  개업식을 할 때 올라가는 요리가 편육이다. 

어렸을 때 아빠 사무실 개업식에 쓰려고 엄마 따라 마장동 우시장을 간 적 있다. 돼지머리를 눌러서 큰 찜통에 넣고 찌는 것을 보았다.  시장에서 사 온 편육을 손님 상에 올리는 것을 보았다.

파리에서 편육 같은 요리를 찾았다. 차가운 햄이라고 하는데 만드는 방법은  편육과 비슷했다.

축하하는 파티의  술과 어울리는 요리이다. 



돼지고기 테린

Pâté à la viande et aux légumes


테린은 다양한 재료 사용할 수 있다. 요리법은 무스처럼 곱게 간 재료를 틀에 넣어 쿠킹 포일로 감싸서 중탕으로 180도 온도에서 한 시간 동안 오븐에서 익힌다. 익은 테린 식혀서 냉장고 넣어 차갑게 한다. 차가운 테린을 먹기 좋게 썰어 빵과 함께 먹는다. 식사와 술, 간식으로 잘 어울리는 요리이다.  만들어 놓고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전 12화   선택 머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