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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01. 2020

 
선택 머신

감정 식탁/ 조바심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커피머신이 들어오고, 냉장고가 설치되고, 포스가 들어오고, 주문한 식탁과 의자가 들어오고 

매장 안에 설비된 기계와 가구로 채워졌다. 

이제 진짜 내 몫에 일들만 남아있었다. 이 날을 위해  여행 다니면서 쇼핑하면서 사놓았던 예쁜 커피 잔들과 

그릇들, 소품들을 집에서 매장으로 옮겼다. 집과 매장이 가까워서 손수레를 빌려 피난민처럼 수없이 날랐다. 

지나 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뉴욕에서 사 온 코스터, 티스푼, 커피 잔들도 합류되었다.  집에서 가지고 

온 그릇 말고도 메뉴를 위한 그릇들은 새로 사서 채웠다. 

음료를 만드는 오픈 주방에 수납장에는 커피잔과 음료 잔을 채웠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하는 주방에는 육수를 낼 수 있는 큰 스톡 냄비, 프라이 팬, 조리도구들, 접시들과 요리를 담는 그릇으로 채웠다. 그리고 집에 있던 

책들을  매장 책장에 꽂고 소품들로 장식했다. 

텅 비어진 공간이 채워지면서 꿈꾸었던 것이 하나씩 이루 어지는 기분이 들어 벅찼다. 내 손때 묻은 찻잔, 

그릇들이 카페로 시집 온 느낌이었다. 내게는 두 개의 주방과 거실이 생겼다. 


***

그 수많은 시간 동안 카페를 하리라고 생각을 하고 준비했지만, 실제로 현실은 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였다. 나는 창업할 때 체인점을 선택하는 이유를  격하게 동감이 되었다. 공간을 채우는 일 말고도 결정해야 할 일들 턱까지 채워졌다. 


공사를 하면서 한동안 현관에 채용광고를 붙여 놓았다. 며 칠 후, 면접을 보러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카페가 예뻐서 공사할 때부터 채용 공고를 기다렸다고 했다. 

나는 체인점  카페에서 일한 경력이 매니저 한 명과  서빙하는 알바 두 명을 채용했다. 직원들과도 손 발을 

맞추어 봐야 해서 친한 지인들을 초대하는 개업식을 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메너저로 뽑은 직원이

 아르바이트생 교육과 포스 메뉴 등록하고 매장 운영하는 일을 맡아서 해서 내 일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


빨대는 무슨 색으로 해야 할지, 오븐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  테이블은 어떻게 놓아야 할지 내일 매일 결정과 

선택을 반복해야 했다.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했다. 연예인 스케줄처럼 하루가 모자라 밤을 새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해서 그런지 지치지 않았다. 내 정신은 팽팽한 고무 줄 같아서 그 위에서 춤도 출 수 있을 정도로 살아 있었다.




추천 레시피


결정권을 가진다는 것은 책임이라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달리는 것과 같다. 예민해지고, 중압감으로 피곤하다. 그래서 마음이 급해지고 불안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영양소 인  타우린이다. 자양 강장제로 좋다.  음식 재료 중 타우린 함량이 높은 것은 굴이다. 

결재 서류가 산처럼 쌓여 일하는 분들에서 추천하는 레시피이다.  


굴 가르 파초

Gaspacho aux huîtres


 파리에서 와인과 즐겨 먹는 요리가 굴이다. 프랑스에서도 한국처럼 생굴을 먹는다. 대신 초고추장 대신 레몬과 오일을 곁들인다.  생 굴을 올리브 오일과 레몬 즙, 소금 약간 얹어 레몬으로 장식한 접시에 올려놓는다.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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