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고부랑 할머니처럼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걸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매장까지 5분 거리를 쉬었다가 반복하면서 30분이 걸려 도착했다. 몸이 내 명령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직원에게 매장을 부탁하고 매장 근처에 한의원을 갔다. 의사 선생님은
과로해서 근육이 경직된 거 같다고 쉬어야 한다고 하시며 침과 뜸을 놓아주었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나는 아침과 별다르지 않았다. 허리를 펴고 걷지 못하는 나를 본
요구르트 아줌마가 부축해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럴 수가 내가 걷지도 못해서 부축을
받고 있다니 충격이었다. 나는 하루 종일 침대가 누워 있었다. 구부러진 허리는 침대에서
펴기도 어려웠다. 가족들도 이런 내 모습에 놀랐다.
나는 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났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
남편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자고 했다. 척추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척추관 협착증이었다. 척추 관이 좁아져서 신경이 눌려 아픈 거라고 했다. 그대로
방치하면 디스크가 올 수 있고 수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휴식이 가장 좋은 치료라고 말했다.
척추가 협착된 부위를 넓히는 시술 주사를 맞았다. 마취를 하고 받는 주사여서 입원해야 했다.
입원 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중증 환자 같았다. 시술 주사를 맞고 마취 때문인지 하루 종일
잠만 잤다. 퇴원하는 의사 선생님은 휴식하고 몸을 덜 써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그렇게 90도로
꺾인 허리가 펴지기까지 고생을 한 달 동안 했다. 몸이 아프고 나니 내 몸을 유리그릇
다루는 것처럼 조심하였다. 아팠던 통증이 뇌에 저장되었다. 몸을 덜 쓰고, 매장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아픈 몸 때문에 다른 시선이 생겼다. 이미 맛 집, 대박 집이라는 경쟁구도에서 빠져 매장을
운영한지는 오래되었고, 이제 나를 지키면서 매장을 운영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아침 형 인간 인 나는 아침에 일을 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건강상
문제를 만든 것 같았다.
매장 오픈 시간을 10시로 하고 아침과 점심을 집중해서 운영하고, 저녁은 예약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주는 스트레스로 나를 괴롭게 하기 싫었다. 직원 없이 혼자서 운영하기로
했다. 그래서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을 만들었다.
하루에 15인분씩 만들어 파는 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혼자서 하는 1인 매장으로 운영을 바꾸었다.
혼자서 라는 단어가 나를 두렵게도 만들었지만,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몇 주 동안 매장을 닫고
혼자서 운영할 수 있게 재정비했다.
바뀐 매장 매뉴얼 중 가장 빨리 반응이 온 것은 브레이크 타임과 예약제였다. 주변의 분위기는 이랬다.
유명 셰프도 아닌 주제에 예약제를 하고, 브레이크 타임이라니 24시간 문을 열어도 장사가
어려운데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내 사정을 잘 아는 지인들 차라리 저녁에 생맥주를 팔고, 아침 장사, 브레이크 타임을 하지 말라고 했다.
만약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그 의견을 수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픈 통증이 몸에 저장되어 있어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짧은 영업시간을 메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해외로 여행을 가면 매장에서 쓸 주방 소품과 그릇을 사 왔다. 그리고 리넨 천을 좋아해서 천도 사 왔다. 사온 리넨 천으로 앞치마, 코스터, 식탁보, 홈 웨어를 만들었다. 만들고 사 온 것으로 매장 안에 작은 샵을 만들었다. 식사를 기다리면서 구경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프랑스 요리를 낯설어하는 손님을 위해서 요리를 그림처럼 설명하는 큐레이터가 되기로 했다. 미술관에서 혼자서 그림을 감상할 때도 좋지만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면 훨씬 좋다. 큐레이터 설명으로
보이지 않았던 그림의 매력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그림을 보듯 프랑스 요리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푸드 콘서트를 만들었다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다른 시선과 에너지로….
아름답다는 어원이 아프다는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픔이 없는 성장은 없다.
아이도 아프고 나면 커지는 것처럼 성장은 다른 세계로 이동을 의미한다.
두 가지에 상황에서 교차된 감정이 있다. 두 가지 맛이 담긴 요리를 추천한다
아름다움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레시피이다.
로제 소스는 크림에 느끼한 맛과 토마토에 신맛이 단점이 보완된 소스이다. 고소하고 기분 좋은 신맛이 균형을 준다. 크림소스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익힌 토마토를 으깨서 질감을 부드럽게 만든다.
버섯, 호박, 양파, 마늘, 바질을 볶은 팬에 만들어 놓은 로제 소스와 삶은 면을 넣고 끓인다. 중간 불로 저어가며 끓인다. 면으로 소스가 스며들면 접시에 담고 파마산 치즈, 파슬리로 토핑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