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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01. 2020

배신의 수업료

감정/ 배신감


정신없이 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매장과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아파도 진통제로 버티면서 두 달을 보냈다. 

진통제로 해결될 게 아니었다. 점심 장사가 끝나고 매장이 한가해져서 매니저에게 매장을 부탁하고 병원을 

갔다. 쉬지도 못하고 더운 여름을 불 앞에서 지내서 그런지 두통에 시달렸었다. 

그 두통에 원인은 중이염이었다. 

치료를 받고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으로 들어갔다. 약을 기다리는 동안 전화가 걸려왔다. 친한 지인의 전화였다. 매장을 들렸다가 가는 길이라고 했다.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 도어스 사장님! 매니저 문제 있다. 그 메너저 매장에 두었다가는 가게 망하겠어요!”

 뒤통수를 누가 세게 때린 것처럼 멍했다.

“ 아… 무슨 일 있으셨어요?” 

 “ 손님한테 커피 한잔 개떡 같이 내려 주고, 테이블에 엎어져서 자요. 손님이 나가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어이가  없어요."

“ 아…. 진짜요? 죄송해요……”

“자기가 잘못한 건 아니지…… 직원 잘 관리해야 돼요…… 걱정돼서 알려 주는 거예요"

이럴 수가 창피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올라오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약도 받지 않은 채도 나는 매장을 향했다. 그 지인의 말이 맞았다.  메너저는 내가 들어 간지도 모르고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너무도 황당한 태도에 잠에서 깰 동안 나는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곧 매니저는 일어나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하품하던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 기분은 당장이라도 등 짝을 스매싱을 날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매니저를 응시했다.

“앗! 사장님 죄송해요. 어제 과음을 해서요……”

“그러면 나오지 말든지……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닌가?”

나는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를 썼지만 목소리에는 매운 고춧가루를 먹은 것처럼 화가 났다.

“ 그 생각도 했는데 제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왔죠? 죄송해요”

말은 죄송하다고 하면서 태도에서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 이야기를 이어 갈수록 화가 불이 더 번질까 봐서 매니저를 퇴근시켰다. 분이 풀이지 않았다. 

내가 초짜 사장이라고 내 위에 서려하는 매니저를 어찌해야 할지 늪에 빠진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서 매니저를 지켜보기로 했다. 매니저는 출근 시간이 되었는데 

출근하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에 장문에 문자가 왔다.

몸도 아프고, 힘든 일이 있어서 그만둔다는 내용이었다. 

월급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며칠 일한 것은 안 받겠다고 선심을 썼다. 어이가 없었다.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매니저가 빠진 자리를 채우려고 한 동안 고생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을 더 채용하고 음식과 커피를 만들면서 내 일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어떡하든 매장에서 생겨나는 문제가 해결하면서 힘겹게 나아갔다. 매장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 있었다. 정기 휴무를 만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쉴 수 있는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오픈하고 첫 휴무였다. 오랜만에 침대에 붙어서 뒹굴 거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매장에 와인을 납품하는 차장님의 전화였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제 입장이 난처해서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요……”

“ 왜요? 차장님?”

“지금 상담하고 나오는 길인데 사장님 가게에서 근무했던 매니저가 사장님 가게 근처에 매장을 오픈했어요. 

그래서 와인 납품하기로 했어요. 사장님 가게랑 리스트가 겹치게 안 들어갔으니까 걱정은 마세요. 사장님 가게에서 쓰는 업체를 다 쓰는 것 같더라고요.”

전화를 듣는 내내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진정시키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할 수 없죠.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욕을 하고 싶었지만 같이 천박해질 수는 없었다. 그동안 매니저의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이 이해됐다. 가게를 오픈한다고 말했다면 오히려 도와줄 수도 있었다. 물어볼 용기가 없어서 도둑놈처럼 매장의 노하우를 가져간  그녀가 불쌍했다. 일한 매니저가 가게를 차렸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았다. 그녀가 하는 매장은 내 가게와 콘셉트가 비슷하고 메뉴 판도 비슷했다. 

나는 메뉴 판을 새로 만들었다. 메뉴 판에 들어갈 요리를 다시 세팅하고 그녀가 몰랐던 레시피로 채웠다. 

그녀를 찾아가 머리 잡고 싸울 시간에 내 머리를 쥐어짜면 내 실력에 집중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인생에도 장사에도 수업료가 있다. 그녀의 배신이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고, 성장할 기회를 주었다.




추천 레시피

배신당한 사람의 심장에는 못이 박힌다. 심장에 박힌 못이 빼어내려면  술기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배부르지 않으면서 배신을 씹을 수 재료를 추천한다. 

술안주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좋은 레시피이다.




한치 버터 구이

Calamars au beurre et la salade verte 


식초와 소금은 넣고 한치를 데친다.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버터에 굽는다.  후추와 허브를 토핑 한다.

베이비 야채와 함께 곁들여 낸다.  맥주, 와인에 잘 어울리는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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