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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01. 2020

절망 속  사과나무

감정 식탁/ 담담함 (淡淡)


편안한 길, 안전한 길, 이런 인생의 길이 눈 앞 펼쳐져 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런 길은 현실에서 소수에게만 허락된다. 굽이 치는 길, 어둠 속에 갇힌 길, 안개로 앞이 안 보이는 않는 길, 인생마다 다른 길을 만나게 되고 그 길을 걷기 위해 길을 만든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매장을 운영하면서 사람에게 치여 몸도 마음도 다치고 아팠다. 오래 일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몇 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했다. 구인 공고를 카페 문 앞에 붙이면 면접 문의는 금세 왔다.

면접 온 사람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나이가 많아서 채용이 안 됐다고 꼭 일하게 해달라고 애원해서 채용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몇 달 못하고 나이가 들어서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그만뒀다. 그리고 다른 직원은 손님한테 너무 불친절해서 주의를 주었다. 그랬더니 그만둔다는 말도 없이 안 나오고 노동청에 신고해서 월급을 받아가려는 직원도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해외 박람회 참석 때문에 장기간 나가야 해서 매장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라고 말했다. 그 직원은 당장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생활비가 없으면 안 된다고 울었다. 그래서 매장 문 열어 장사하게 해 달고 했다.  어려운 처지를 알기도 하고, 애원하는 손길을 뿌릴 칠 수가 없어서 맡기고 해외 다녀왔다. 이상하게 매출은 없는데 재료비 외상이 쌓여 있었다.  그 직원이 그만두고 안 사실이었다. 친구와 동업하려고 내가 없는 동안에 내 주방을 창업 베이스캠프로 사용한 것이었다. 그래서 매출보다 재료비가 많이 나온 것이었다. 직원들이 날리는 배신에 펀치를 맞고 늘 마음에는 생채기가 났다.  


긴 시간 노동으로 몸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래 시간 서서 일하고, 무거운 육수 냄비 들기 놓기를 반복했고, 뜨거운 불 앞에 있느라 몸은 항상 열이 올라 있었다. 나이 드는 것을 잊은 채 돌보지 못한 몸이 반항을 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해마다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사건들로 매장에 매출 타격을 입혔다. 메르스, 세월호,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붉어진 장기화된 촛불시위... 삶을 흔들어 놓는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차가운 경제적 겨울을 이겨 내야 했다. 세월호 때는 대한민국 전체가 상갓집이 되어 하루 종일 커피 몇 잔 팔고 마감한 적도 꽤 많았다. 장사가 안 된다고 직원 월급을 안 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손님 없는 매장에서 얼굴만 빤히 보고만 있기도 그렇고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도 아펐다.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노란 리본을 희생자 숫자만큼 만들어 문에 달았다. 그 리본을 다 만드는 동안 매장은 조용한 사찰보다 더 고요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남편은 그냥 살림이나 하지 그 고생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장사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런 말에 흔들리는 나 자신을 보았다. 그냥 수긍하고 남편에 말대로 살아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꿈꾸며 만든 공간이었다. 쉽사리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말한 인생의 길이 지금은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여도 영원히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현실을 넘어 있는 혜안이 필요했다. 그때마다 책에서 길을 찾았다.  파리 카페에 대한 책을 읽었다,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피츠 제럴드, 현대 문화에 대가들이다. 이런 거장들이 갔던 카페 셀렉트,  카페 플로드, 카페 두 마고였다.  그 시대에 그들은 젊고 아직은 새내기 인 예술가였다. 그들은 그 시대에 거장들이 닦아놓은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역행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막막한 좌절과 두려움을 그 카페가 보듬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거장이 되었을 때 그 카페들은 성지가 되었다. 그리고 백 년의 세월 속에서 지금도 파리에 골목에 존재하고 있다. 이 카페들의 이야기가 나를 위로했다. 핫 플레이스를 되려면 번화한 거리에서 매장을 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오래가고 싶었다. 시간을 담긴 노포처럼 그곳에서 먹는 한 음식이 위로가 되고 추억이 되는 공간이 되고 싶었다. 그런 공간이 도어스 앤 테이블이었다.

나는 시간을 살아내고 싶었다.


목표를 매출과 유명한 맛 집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다른 기준이 필요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결혼 생활에서 엄마라는 자리가 나를 잡아주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계속되는 절망 속에서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둘째 아이처럼 찾아온 곳이기에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절망은 계산기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장사가 힘든 것은 계산기를 눌러 지난달보다 지난해보다 줄어든 매출을 보며 절망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자식을 계산으로 평가할 수 없다. 생각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이런 절망에 계산기를 내려놓고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고 싶었다.

  



추천 레시피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의  환기가 필요하다.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소풍을 떠나보자.

 좌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좋아하는 곳에서 감정을 떨어내자.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희망을 기대해 보자.

  좌절에서 희망의 나무를 찾고  분에게  추천하는  요리이다.


파스타 도시락

Boîte-repas


감정을 떨어내고 기운이 나는 도시락이다. 소풍 도시락은 식어도 맛있고 든든해야 한다.  오일 파스타, 샐러드, 계란을 품은 아보카도는 간편하지만 영양소가 고르게  담긴다.

아보카도는  씨를 제거하고 나면 오목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이 안에 계란 노른자를 넣고 오븐에서 익힌다.

아보카도에 고소함이 계란 노른자가 더해져서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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