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27]
[Archive 027] 1999, Designed by Proto. ⓒ Dong Jin Kim
1990년대는 전 세계를 통틀어 카로체리아들의 '황혼기'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지금은 사라진 '베르토네'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이탈디자인은 자동차에서 종합 제품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이외에도 이데아, 자가토, 피닌파리나 등 실력 있는 카로체라아들이 자동차 제조사들의 간택을 받아 명성을 떨쳤다. 이 즈음 한국에서도 카로체리아의 새싹이 싹트기 시작한다, 김한철이 1994년 설립한 '프로토 자동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록 국내에서 카로체리아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은 아니었지만,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디자인 용역을 따내는가 하면 본인들만의 독자 모델을 제작하기도 하는 유일무이한 카로체리아였다.
프로토는 제2회 서울모터쇼에 참여해 본인들의 개발 역량을 대중들에게 과시했다. 그 중심에 서있던 차량은 단연 앨란 엑스였다. '자체적으로 디자인 한 컨셉트카를 1년에 한 번씩 공개하겠다'는 김한철의 선언 아래 출품된 이 차량은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기아 엘란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왜 더 저렴하고 데이터도 축적된 (1998년 티뷰론에 자체 개발한 바디킷을 얹은 RT-X를 출시한 바 있음.) 티뷰론 대신 엘란을 테스트베드로 선택한 것일까? 물론 백본 프레임에 VMRP 바디를 조립하는 엘란 특유의 설계 구조가 모노코크 구조의 티뷰론보다 차체 개조 면에서 수월한 점 역시 기인했겠지만, 이 차량의 개발 배경을 살펴보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
사실 엘란 엑스는 기아가 엘란을 출시한 1996년부터 고안되었다. 엘란은 크레도스, 아벨라와 부품을 공용화하고 서스펜션에 스페이서를 장착해 지상고를 높이는 등 현지화에 상당한 공을 들인 차량이었지만, '2인승 소프트탑 컨버터블'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탓에 국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토는 엘란을 '편안한 4인승 스포츠카'로 탈바꿈시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보려 했다. 참으로 카로체리아다운 발상이다.
그 결과 이 차량은 기존 엘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1998년 하반기부터 'E-4 (Elan-four seat)'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먼저 엘란의 보디 패널을 전부 제거하고 스트레치드 리무진들을 제작하며 쌓은 노하우로 백본 프레임을 240 mm 연장시켜 2열 공간을 만들어냈다. 차체가 커짐에 따라 파워트레인 역시 기존 1.8리터 DOHC T8D 엔진 대신 티뷰론의 2.0리터 DOHC 베타 엔진을 스왑해왔다. 엘란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팝업램프는 시대적 추세에 따라 고정식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불편한 소프트탑을 대신해 T-톱 루프가 검토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타르가 톱 방식이 적용되었다. 휠 역시 한국의 ASA 휠로 교체되었다. 결과적으로 기존 엘란과 고용하는 바디패널은 양쪽 프런트 도어뿐이다. 개발에 사용된 금액은 5억여 원으로, 프로토가 설립 5년 차의 중소기업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지출이다.
제원은 전장 4,104 mm, 전폭 1,780 mm, 전고 1,270 mm, 축거 2,490 mm으로 기존 엘란 (각각 3,880 mm, 1,730 mm, 1,270 mm, 2,250 mm)에서 대폭 커졌다. 다만 트레드는 앞 뒤 1,485 mm로 엘란과 동일하다.
김한철 사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베르토네와 이탈디자인처럼 세계적인 카로체리아로 상장하는 것이 꿈'이라는 장밋빛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IMF 사태의 여파로 기아와 대우가 도산하면서 용역은 뚝 끊혔고, 직원들의 월급은 이미 수개월째 밀려 있었다. 결국 프로토자동차는 1999년 말 도산한다. 때문에 프로토 명의로 공개된 컨셉트카는 엘란 엑스가 유일하다.
하지만 국내 카로체리아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김한철과 그의 직원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차량의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2001년, 국내 최초의 수제 스포츠카 'PS-II'를 완성하게 된다.
1999.05.10~1999.05.18 : 제3회 서울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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