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04 Zürich Basel
어느덧 취리히 일정을 마치고, 바젤로 이동하는 날.
오늘도 9시경 네 가족이 비슷하게 잠에서 깼다. 바젤로 향하는 기차는 12시 출발.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가기에 시간이 촉박해 보였다. 급하게 너구리 라면과 눌은밥을 대충 차려 먹고, 짐을 챙기고 방 청소를 완료하니 벌써 11시다. 호텔 열쇠를 열쇠함에 반납한 후 곧장 숙소가 위치한 Zürich Oerlikon 역으로 향했다. 역 앞 던킨도너츠에 들러서 11프랑(대략 13,000원) 어치의 콜드 브루 커피 한잔. 도넛 두 개를 샀다.
12:01분에 출발한 기차는 13:20경 바젤에 도착했다. 바젤에는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은 신혼여행 때였다. 당시 파리를 출발해 인터라켄으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중간에 바젤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당시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고, 우리는 역 앞에서 간단히 식사하고, 바젤역 안 매장에서 장인어른께 드릴 선물을 샀던 기억이 있다. 거의 역에만 있었기 때문에 사실 바젤을 경험했다고 하긴 어려웠다.
우리는 역 앞에서 트램을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바젤에서 예약한 호텔은 Dorint Hotel Basel이라는 이름의 호텔이다. 호텔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며칠 전 호텔 측에 메일로 연락을 했다. 요건은 우리가 이용할 방에 에어컨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애초에 에어컨이 있는 호텔만 검색해서 예약해야 했는데, 그걸 미처 알지 못해 이렇게 조마조마 긴장해야 하는지. 완전한 실수다. 그래도 오늘 아침 호텔로부터 에어컨 있는 방을 배정받는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3박이나 해야 하는데, 어찌나 감사한지. 바젤의 오후 날씨도 뜨거웠지만, 에어컨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오후 2시경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측에 이른 체크인이 가능한지 문의하였지만, 3시가 돼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우리는 어차피 낮잠 시간이니 아이들을 재울 겸 로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10분이라도 일찍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세온이는 아내 품속에서 잠들었지만, 현이는 도통 자려고 하지 않았다. 온갖 협박도 이제는 안 통하는 것일까. 자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때로는 겁을 주기도 했었는데, 과연 이게 맞는 방식인지 의문만 생긴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늘 이런 고민의 연속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내 방식이 옳은 것인지.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온통 의문투성이다. 덕분에 어디 가서 교사라 이야기하기도 민망하다.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다 14시 55분경 드디어 방에 들어왔다. 그래도 호텔 측에서 5분은 일찍 들어올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침대에 아이들을 눕히고 방에서 조금 쉬려고 했는데, 방에 들어오자마자 온이가 잠에서 깼다. 그리고, 세현이도 일어났다.
우리는 짐만 간단히 풀고 인근의 쇼핑몰 Rheinecenter에 방문하기로 했다. 쉬지도 못하고 길을 나섰다. 호텔에서 체크아웃 날까지 사용 가능한 교통티켓을 제공해주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자유롭게 바젤 안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쇼핑몰은 스위스-독일-프랑스 3국의 국경이 만나는 곳에 있다. 트램을 타면 옆 동네에 가듯 국경을 넘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트램을 타고 스위스에서 독일로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쇼핑몰에 도착해 보니 걸어서 다리만 건너면 프랑스. 유럽연합 공동체라는 명목으로 가능한 일이겠지만, 문득 훨씬 이전에 이런 지역은 어떻게 지냈을지 궁금증이 생겼다. 근대 국가와 국경의 의미. 그것이 주는 통제와 보호. 우리는 너무 국가라는 틀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다.
그러던 중 쇼핑몰에 도착했다. 우리는 먼저 저녁을 먹기 위해 푸드 코트로 향했다. 패스트푸드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행정구역상 독일이기에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는 간단하게 고기와 감자튀김, 슈니첼을 주문했다. 전문 식당이 아니기에 아주 맛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 대비 훌륭하다. 식사를 마치고 쇼핑몰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중간중간에 있는 놀이시설에 관심을 보였고, 우리는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보냈다.
쇼핑몰을 둘러보다 또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 쇼핑몰은 독일 영토 내에 있는데, 스위스의 비싼 물가 때문일까. 쇼핑몰 안 마트와 dm에 정말 많은 사람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실제 확인하니 기저귀나 분유 같은 아이들 물품은 스위스와 비교해 많이 저렴하긴 하다. 마트 물품들도 마찬가지. 아마도 이래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가 보다.
우리도 독일에서 살 물건이 조금 있었다. 독일 뮌스터 방문이 여행 초반이라 엄두가 안 나 못 사서 아쉬웠었는데. 이제라도 살 수 있어 감사하다. 선물용 치약과 아이들 물품. 그리고 바젤에서 지내며 해 먹을 식사 재료까지, 오래간만에 쇼핑다운 쇼핑을 했다. 아내는 화장품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데 관심이 많아서, dm에서 정말 즐거운 눈치다. 더 늦게까지 구경했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낮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일은 아침 일찍 베른에 방문하는 날. 우리는 모레 다시 쇼핑몰을 방문하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 7시 30분이 다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일찍 잠들었고, 아내와 나는 간단하게 정비를 마치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바젤은 취리히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인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트램을 타고, 또는 걸어서 3개 나라의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고 매력적이다. 부디 내일도, 모레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