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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Sep 07. 2020

회사 다니면서 3주에 10kg 빼기

지옥같은 다이어트 NO! 나만의 건강 레시피 만들기

 퇴근을 하고 침대에 걸터앉아 거울을 본 어느 날은, '이게 뭐야' 싶게 놀랐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내 모습이 너무나도 변해있었다. 감상에 젖은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외형의 변화'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놀라서 후다닥 몸무게를 쟤보니 본 적 없는 몸무게를 찍었던 것이다. (내 몸무게는 약 15년간  72~3kg를 오갔었는데, 이미 80kg가 넘어있었다.) 더덕더덕 붙은 군살을 여태 왜 몰라봤을까. 언제부터 자리잡고 있었을까. 내 몸의 쉐입(shape)이 완전히 변해있었고, 얼굴은 푸석하기 이를데 없었다. 열심히 회사를 다닌답시고 참으로 덮어놓고 먹고 마시며 살았었다. 그 날따라 왜 유독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내 자신 스스로도 돌보지 못하고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회사를 다닌다'는 무조건적인 목표 아래 얼마나 내 자신을 나태하도록 내버려두었나.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을 먹고, 마시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마시고,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만나고. '왜 그렇게 살고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불현듯 각성했다.


 그 뒤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삶에 '건강'이라는 요소를 적절히 섞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 역시 의미했다. 생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규칙적인 운동, 식단관리 등을 해보기 위해서 유투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을 적극 뒤졌다. 믿을 수 없는 효과를 자랑하는 방법과 약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철저히 배제했다. 대신, 건강한 '습관'을 자연스럽게 들이기 위해서 많은 정보들을 흡수한 뒤, 나만의 '건강 레시피'를 만들고 톡톡히 효과를 봤다.


(과학적으로 맞는 방법들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나름 많은 정보들을 찾아보고 논리적이고 합당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내용들을 취합해, 내 삶에 자연스럽게 배합시킬 수 있는 방법들로만 구성했다.)




1. 반드시 공복 유산소 운동을 했다.

 일단 꼴보기 싫은 군살을 빼고 싶었다. 어디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몸이 무거워지니 게을러지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많은 운동 레시피들을 검색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반드시 '공복' 유산소일 것. 유산소 운동은 낮밤 가리지 않고 도움이 되겠지만, 군살을 빼기 위해선 공복 상태의 운동이 제일 효과적이라는 결론이었다. 단, 저녁 7시(공복 유산소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12시간 전부터) 부터 물, 아메리카노를 제외하고는 금식할 것.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는 인슐린 수치가 낮아져야 하는데, 무언가를 섭취하게 되면 인슐린 수치가 낮아질 수 없다. 인슐린 수치가 낮아 지지 않으면 우리 몸은 계속 무언가를 밤새 소화시키느라 쉬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더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운동은 탄수화물 등을 태워 운동에너지로 삼기 때문에 지방이 빠질 새가 없다.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 아침에 운동복, 출근복 등을 챙겨서 운동을 하기엔 여간 어렵고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숀리 바이크과 힘콩 철봉을 집에 들였다. (광고, 협찬 아님.) 비싸지 않고 집에서 자주 할 수 있는 기구들을 샀다. 굳이 아침부터 헬스장에 가는 부산을 떨지 않아도, 거지꼴이어도, 공복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평소 출근시간보다 1시간 빠르게 일어나 물 한컵과 바나나(약간의 탄수화물)를 먹고, 바이크 30분을 탔다. '약간 빠른데...' 싶은 속도로 탔다. 20분 정도가 지날 때부터 땀이 미친듯이 흘러내렸다. 바이크를 마치고는 약간의 근력 운동을 했다. 지나친 근력 운동은 나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 같아서, 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면 바로 그만뒀다. 근력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기초대사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식단도 관리해야했지만 기초 대사량을 늘리지 않고 굶기만 해서는, 금방 요요가 올 것 같았다. 근력이 증량되어야 기초 대사량이 늘기 때문에 근력을 키워 요요를 방지할 셈이었다. 아침 운동 후엔 단백질 음료를 섭취했다.


2. 저녁 미팅을 최대한 점심 미팅으로 옮겼다.

 나는 술을 너무 좋아한다. 2번이 나에겐 사실 제일 힘들었다. 평소 식사량이 과한 편은 아니었지만, 술을 먹을때 튀긴 음식을 폭식하는 스타일이었다.(주 3일은 치킨에 맥주를 먹을 정도로 사랑했다.)  '딱 2주만 술을 마시지 말아보고, 몸에 변화가 없으면 다시 마시자!' 라는 생각이었다. 정말 피치 못할 술자리(임원과 동행하는 영업자리 등)를 제외하고 에이전시 등 업무적인 저녁 약속을 최대한 점심시간과 오후 티타임 등으로 옮겼다. 친구들과는 가급적 커피를 마셨다. '술을 마시지 않고 사회생활이 가능할까..외톨이가 되는거 아닐까..술을 마시면서 네트워킹도 하고 해야하는데..'하는 두려움이 앞서긴 했지만, 딱 2주만 일단 참아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의외로, 점심 미팅과 오후 티타임 등으로 저녁 업무 미팅을 옮겨도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다. 다 술을 좋아하는 내 핑계였구나 싶은 생각이 나중엔 들었다. 함께 술자리를 즐기던 40대 형들이 섭섭해하긴 했으나, 2주 뒤에 약속 잡고 마시자며 달랬다.


3. 점심엔 마음껏 먹되, 맵고 짜고 튀긴것은 되도록 피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나만의 건강 레시피를 만들고 싶었다. 점심엔 먹는 양에 대한 제한을 두진 않았다.(원래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맵고 짜고 튀긴 것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최대한 참았다. 양념이 강한 음식은 염분기가 많아서 얼굴이 붓거나(아니, 내 얼굴은 대체 왜이렇게 잘 부어..호박즙을 매일 2-3포씩 마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놓은 공복 유산소 운동을 아깝게 만들었기에..최대한 참았다. 이왕이면 고기 위주로 점심 메뉴를 골라 먹었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려고 공기밥은 최대한 안먹었다. 대신, 고기 중심으로 반찬은 많이 먹었다. 가끔은 사랑하는 나의 떡볶이가 너무 먹고싶어서..그냥 먹었다...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줄이기 보단, 건강한 음식을 골라먹자는 생각이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 몸을 쉬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엔 입이 심심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중에 이 건강 레시피가 적응된 이후엔, 내가 즐겨먹었던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는 것 같은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 음식들인지 알게되었다. 나중엔 너무 짜고 자극적이라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더라.


4. 저녁식사는 공복 유산소 12시간 전에 간단히 해결했다.

 어차피 저녁 술자리는 가급적 잡지 않으려 했기에, 사무실에서 퇴근 전 삶은 계란/생야채/닭가슴살/삶은 단호박 등을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지겨우면 오래 못할 것 같아서, 메뉴는 가급적 겹치지 않게 일주일 단위로 돌렸다. 역시 양에 제한을 두진 않았다. 사무실 퇴근 후 집에 가서는 물을 주구장창 마셨다. 머리 맡에 물 한 통을 두고 뭐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대신 물을 마셨다.

 처음엔 술자리 없이 지나가는 저녁시간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졌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안 보며 참지는 않았다. 카페에서 만나 내 건강 레시피를 읊어대며, 참기 힘드니 술을 권하진 말아달라며 조르는 식이었다. 적응이 되고나니, 습관적으로 잡아대던 술자리들이 덧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다고 소원해지는 사이들이 과연 열심히 관계를 유지했다 한들 무슨 의미였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게 되기도 했다. 또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보게되기도 했다.  


5. 퇴근 후 오피스텔 도착, 1층부터 걸었다.

 우리 집은 11층. 나는 걷는 것을 좋아했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건 싫어했다. 출근 길에도 계단을 이용해 내려갈까 했지만 땀이 흐른 채 출근길을 오르는 것은 이미 출근 전부터 내 기분을 잡치게 만들것 같아서 퇴근길에만 하기로 했다. 처음엔 6층부터 고비가 왔지만, 나중엔 건강 레시피 중에 제일 쉬운 것이 계단으로 11층까지 걸어가기였다.생각보다 금방 적응됐었다. (다만, 가끔 계단을 혼자 걸어올라가면 무서울 때가 있었다. 세워진 자전거를 보고 흠칫 흠칫 놀라곤 했다.)




나만의 건강 레시피를 적용한 뒤 내 삶에 일어난 변화들은 아래와 같았다.


1. 급격한 체중 감소. 1주에 5kg, 3주에 10kg.

 위 건강 레시피를 철저히, 나 스스로에게 떳떳히 지킨지 딱 일주일만에 정말 5kg 가 빠졌다. 술과 야식을 피하고, 지방을 태우기 제일 적절한 타이밍에 운동을 했고, 섭취하는 음식을 건강하게 바꿨고. 이런 조합들이 빠르게 효과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근력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늘린 것도 효과가 있었을까? 단 1주일만에? 눈바디로 봐서는 어디에 근육이 생겼는지 알아보지는 못하겠던데...

 확실한 효과를 체감하니, 그 다음부턴 재미가 있었다. 그 재미에 더 신나게 나만의 건강 레시피를 예찬하며 잘 지키지 위해 애썼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나중엔 적응이 되었고, 그 이후엔 더 발전시킬 건강한 삶의 방정식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이젠 이런 레시피들을 지켜나가는게 그리 크게 어렵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운 단계가 되었다.


 2. 운동과 식단 관리라는 레시피가 정신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됨

 나를 아껴주고 사랑한다는 것이 곧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운동을 할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하고 나면 씻은듯이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건강을 위해 내가 애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뭔가 모르게 더욱 활기가 돌았다. 생산적인 활동을 일상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내 삶에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명확히 느낄 수가 있었다.


3. 쓸데없는 술자리가 줄어듬

 신나게 술을 퍼마시고 집에와서 씻기 바쁘게 잠들고, 주말엔 '평일 참 열심히 살았다'며 집에 널부러져 있을 때가 참 많았었다. 2주만 참고 기다려달라고 달랬던 형들과는 그 이후에도 자주 술자리를 가지진 못했다. 줄어든 술자리의 아쉬움을 운동모임에 참여하면서 채웠다. 주말에 등산을 간다거나(마치고 자연스럽게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피하지 않았다.) 한강을 걷는 모임들을 만들어 멤버를 모았다. 술자리에 모여 푸념을 늘어놓고, 궁상을 떠는 일이 줄어들었고 주말을 아낌없이 활용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피치 못하게 생기는 저녁 자리들까지 빠지는 유난을 떨진 않았다. 다만, 사회 생활을 한답시고 습관적으로 잡아대던 술약속들이 딱히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요리를 직접 자주 하게 됨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직접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시키는 음식은 맛있었지만 너무 자극적이었다. 양념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맛있는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아내고 싶었다. 영양소들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면서, 어떤 음식들을 어떤 방식으로 골고루 섭취해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5. 더욱 활동적이고 다양한 사회생활에 참여하게 됨

 술자리에 열심히 쫓아다니는 것 외에 딱히 사회생활이랄만한 것이 있었나 싶다. 그러한 시간을 줄이는 대신, 건강한 네트워킹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술자리를 줄이는 것은 사회생활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세상과 얼마나 적극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려하는가'라는 태도였다. 책 읽기, 등산, 걷기, 원데이 클라스 등 다양한 체험으로 삶의 반경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획득했다. 술자리를 아예 끊은 것은 아니다. 정말 꼭 필요하고 의미있는 술자리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나의 건강 레시피가 모두에게 알맞은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다양한 정보들을 수렴해, 내게 가장 어울리면서도, 지속 가능한 나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내게 너무 무리되는 방식은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어차피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고 돌보는 것에 소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근육질 몸짱이 되었다거나, 운동 전도사가 된 것은 절대 아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 꾸준히 생각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회사는, 세상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더 일하라고, 더 사람을 사귀라고, 더 먹으라고, 더 마시라고.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회사와 세상의 요구에 모든 것을 맞춰주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가 나서서 나를 지켜주고,

내가 더 건강하도록, 더 즐겁도록, 더 활기차도록 아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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