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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Q Sep 23. 2020

공간의 초상을 그려내는 칸디다 회퍼

한 점 하실래요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안녕하세요 '한 점 하실래요?'의 레드썬! 썬큐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의뢰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해드리는 시리즈로 찾아왔는데요!


오늘의 의뢰인을 먼저 소개해드리자면 바로:

'한국 신사'라는 닉네임으로 저와 같은 오디오 클립을 비롯한 블로그,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패션 팁들을 공유해주시고 계신 아주 멋쟁이 의뢰인이십니다:)




'한국 신사'님의 작품 취향은 아래와 같은데요:

1. 색감- 빨강을 비롯한 강렬한 원색

2. 종류- 구상보다는 추상화

3. 사이즈- 무관하지만 현실적으로 100호 이하

4. 평소 좋아하는 작가: 남춘모, 션 스컬리, 귄터 포크

5. 의뢰한 작품을 걸어두고 픈 공간: 해우소(解憂所)


위와 같이, 전반적으로 색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깊이감에 관심이 있고, 작품을 통해 행복감으로 채워지는 공간에서 근심을 떨쳐내 작품에 온전히 마주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자! 그럼 이에 대한 썬큐의 추천 작품을 함께 살펴보실까요?




이번 시간에도 두 작가의 작품들로 나눠보았는데요,

우선 오늘 소개해 드릴 작가는 바로 칸디다 호퍼(Candida Höfer, 76)입니다.


작업 준비 중인 칸디다 호퍼(Candida Höfer)


칸디다는 베를린 출신의 사진작가로 유명하죠. 특히 재작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대형 공간 사진이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해당 전시를 통해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La Salle Labrouste – La Bibliothèque de l'INHA Paris II 2017, 2017 외 공간 초상화. ⓒ Artsy


위의 사진들과 같이, 호퍼의 사진들의 가장 큰 특징은:

1. 사람의 부제 & 배움이란 깨달음을 얻는 특정 공간

2. 완벽한 대칭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자연스러운 색감

이렇게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각 특징들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1. 인간의 부제

    Enlightenment- 깨달음을 얻는 공간


칸디다 호퍼의 작품들의 살펴보면, 다른 전경을 담은 사진들과 달리, 천장화와 바닥이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옛 궁전이나 공연장들을 담아낸 작품들에서 그 특징들이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좌-Teatro Degollado Guadalajara III, 2005. 우-Monnaie de Paris I, 2018. ⓒ Artsy


사실 처음부터 이러한 스타일을 고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970년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같은 독일에 거주하던 터키 이민자들이었는데요.


Candida Höfer, Untitled from Türken in Deutschland 1979. © Candida Höfer


초기 작업에서 칸디다는 소형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공간들과 주변 골목골목들을 누비면서, 타지 생활 중에도 고국의 향수가 묻어나는 장식적 요소와 같은 특징들을 공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직접 생활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아냈었는데요...


그러던 와중, 그녀는 자신이 작품을 촬영한다는 명목으로 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촬영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할 수도 있는 이기적인 행위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 시점으로부터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사람의 존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공간의 아우라만을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오늘날까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자신의 공간 속에 사람을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해요. 우선 자신의 작업으로 인해 그들의 소중한 관람시간과 동선을 방해하기가 싫었고, 자신 또한 작품에서 온전한 공간만을 담아내기 위해서이죠.


특히 유럽 같은 경우에는, 설사 사람이라는 피사체가 없더라도, 옛 귀족들의 사택과 궁전으로부터 오늘날의 모두에게 개방된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과 같은 건물들로 재탄생될 때까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기에, 그 공간으로부터 그들의 숨결과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2. 완벽한 대칭이 주는 공간의 엄숙함

    그에 비해 자연스러운 공간의 색감


칸디다는 공간을 특징을 가장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구도를 잡기 위해, 항상 대형 카메라와 세트로 삼각대를 준비해 갑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친구와 연인의 사진을 찍을 때, 위에서 아래도 아니고, 또 너무 바닥에서 찍으면 부자연스러운 것과 같이, 우리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공간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해내기 위해, 너무 바닥도 그리고 천장에서의 항공 샷도 모두 마다하고 있죠.


좌-Neues Museum Berlin VIII, 2009. 우- Trinity College Library Dublin, 2004. ⓒ Artsy


그녀는 원근법 또한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는 유럽의 옛 건축물의 특성상, 가운데 소실점을 기준으로 좌우대칭이 정확하게 이뤄져 공간의 크기를 더하고 있는 건축적인 특징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래 공연장을 담은 작품에서는, 텅 빈 공간뿐이지만, 딱딱한 사물들도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생동감이 넘치죠. 이러한 전경을 마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좌석에 앉아 기대에 부풀어 소곤소곤 얘기를 하고 있을 법한 모습이 연상됩니다.


Elbphilharmonie Hamburg Herzog & de Meuron Hamburg II, 2016 ⓒ Kukje Gallery


이러한 이유에는 작가 특유의 자연스러운 색감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모습에, 당연히 조명마저 사전에 철저하게 세팅을 해놓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오로지 창문으로 비치는 자연광과 기존 건물에 설치된 조명만으로 작업을 진행하죠.


또한 관객이 없는 오픈하기 전, 박물관에 양해를 구하고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서 촬영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매번 완벽한 구도와 조명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해요;-;




오늘의 작품:


자! 그래서 오늘 저의 원픽 작품은, 바로 칸디다 호퍼의 도서관 시리즈 Shelves(2009)인데요, 다른 대형 작품과는 다르게, 세로 폭이 많이 짧은 편이라 가정집이나 사무실에 걸어두기에도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을 듯하여 골라 보았습니다.


Candida Höfer, Shelves, 2009. ⓒ Weng Contemporary


또한 칸디다의 핵심 메세지, '깨달음(Enlightment)'을 얻어갈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인 도서관을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이기에,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해우소에 걸어두길 원하시는 의뢰인께도 더 와 닿을 거라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유럽 공공 도서관들의 특징 중 하나인 웅장한 규모의 공간을 작품에서 작 구현하고 있어, 걸어두었을 때 창문보다 훨씬 더 공간의 깊이감을 더 해 줄 것 같지 않나요?




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썬큐의 글이 도움되셨다면 꼭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더 자세한 내용은 내일 연재되는 ‘한 점 하실래요?’에서 마저 전달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만나요!



팟캐스트 '한 점 하실래요? 로고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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