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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Q Aug 11. 2020

김환기 화백의 별 헤는 밤

뉴욕시대 판화 <10만 개의 점> 살펴보기



안녕하세요. 한 점 하실래요? 의 레드썬! 썬큐입니다.



오늘은 왠지 퇴근 후 술 한잔하면서 보면 마음이 스르르 녹는, 그런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아 물론 저의 하루가 고단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




여러분은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윤형근 화백 전시장을 찾은 BTS 리더 RM ⓒ 방탄소년단 sns


한국에는 BTS 리더 RM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윤형근 화백 이외에도, 박서보 화백, 하종현 화백 등 단색화 열풍을 일으킨 주옥같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단색화의 열풍을 일으킨 작품의 주인공, 김환기 화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환기 화백과 부인 김향안 여사 ⓒ(재)환기미술관


최근 몇 년간 국내외 경매에서 단색화 열풍이 불면서...

그 화두의 중심에는 항상 김환기 화백이 있었음을 기사를 통해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어느 날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중섭, 박수근, 그리고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두고 작품을 가격순으로 나열하는 퀴즈 장면을 우연히 보았는데,


게스트로 나오신 부부께서 망설임 없이 이중섭의 <소>를 1순위로 나열하는 걸 보고 '음 아무래도 국어 교과서에서 접했던 이중섭 수필의 힘이 크긴 크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댓글을 보니,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김환기 화백의 작품들이 연달아 선두를 차지한 것에 놀라고, 엄청난 가격에 또 한 번 충격받는 모습이 흥미롭더군요:)


'유 퀴즈 온 더 블록' 퀴즈 장면 ⓒtvN


당시 화제를 몰았던 김환기 화백 작품들은 모두, 뉴욕시대 작업으로 불리는 1970년대 작품입니다. 이 '전면점화' 시리즈들을 통해 작가님과 한국의 단색화를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매겨진 것 같습니다. 또한 해당 작품들은 모두 추상화여서, 캔버스에서 구체적인 형상이 읽히진 않지만, 농도가 다른 점들이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어, 화면을 통해 보아도 굉장한 울림이 느껴집니다.


참고로 2000년에 개최된 광주 비엔날레를 기점으로, 해외 전시나 보도에서도 '단색화'(Dansaekhwa)라는 단어가 따로 번역되지 않고 대명사로 통용되어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나이를 먹어가는 건지... 가끔은 풍부한 감수성이 주체가 안되네요 ㅎㅎㅎㅎ


무튼 오늘은 그 시리즈 중 한 작품을 추천드리면서,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김환기 화백의 대작은, 정말 기업체가 아니면 선뜻 소장하기에 쉽지 않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다행히 오늘 제가 고른 작품은 옥션에서 나와있는, 선생님의 실크스크린 사후 판화입니다. 여기서 사후 판화란 작가가 작고하신 뒤에, 유가족에게 저작권 동의를 얻어 제작한 판화를 의미합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류소리 작가의 아크릴 판화는 프린트 위에 아크릴로 압축 처리를 거쳐서, 투자 용도이기보다는 감상용으로 많이 소장하시는 판화라면, 오늘 소개해드리는 실크스크린 판화는 나무나, 금속 테두리에, 비단이나 나일론을 끼워 놓고, 가는 구멍에 잉크나 물감을 밀어 넣는 인쇄 기법으로 제작된 것이죠.


이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한 화가로는 대표적으로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있습니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제작된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시리즈 ⓒSotheby's
같은 기법을 통해 제작된 앤디 워홀의 플라워 시리즈 ⓒSotheby's


앤디 워홀 그 시절 광고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최초로 작품화한 아티스트인데, 그의 플라워 시리즈나 마릴린 먼로 시리즈가 이 기법으로 제작된 작업입니다.  또한 이 실크 스크린 판화는 종이나 천, 금속판 등 대부분의 소재에 인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60년대 이후 팝아트 예술가들에게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판화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소개해드릴 작품은 바로, 작년에 개관한 석파정 미술관 신관에서 소장 중인 <10만 개의 점>입니다.


김환기, <10만 개의 점 (04-VI-73 #316)>, 1973 ⓒ석파정 서울미술관


한국 추상화 1세대 작가로 불리는 김환기 화백은, 일본으로 넘어가 미술을 배우며, 화단에 등용하게 되는데요, 타국에서 미술을 수학한 그는, 한국적인 요소를 작품 속에 포함시키며 한국화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로 다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그의 ‘파리 시대’ ‘한국시대’ 작품으로 불리는 초기작에선, 푸른 배경 속에 항아리, 학과 같은 동양적, 한국적인 오브제들이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죠.


김환기 화백의 초기작에 속하는 파리 시대 작품, <항아리> ⓒ서울옥션


하지만 예술가의 도시인 파리에서도 작가님의 작품은 쉽게 인정받지 못해, 얼마 뒤 한국으로 다시 귀국하게 되는데요, 그런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미술 평론가이자, 아내 김향안 여사는 그에게 뉴욕에서 재도전해보기를 권유하며, 함께 뉴욕으로 넘어갑니다.


실제로 뉴욕에 있으면서도 두 분은 굉장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궁핍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뉴욕이라는 도시가 그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진 못했지만, 결정적으로 화폭의 사이즈를 전폭적으로 확대하고, 또 화풍을 정물화에서 수천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추상화로 변형시키면서, 그만의 전면점화를 탄생시킵니다.


뿐만 아니라, 이 1970년대의 작업들의 대부분은 길이가 2m를 초과하고, 점을 찍은 후에 그 주위를 사각 테두리를 그려 넣는 행위를 반복하며, 화폭을 빽빽하게 메워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작업 소요 시간이 굉장히 길고, 작품 수도 적어 희소성 가치가 굉장히 높아,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되어 오늘날에 한국 작가 최초로 100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신기록을 경신하게 됩니다.


서울옥션에서 85억에 낙찰된 김환기 화백의 '뉴욕 시대' 작품


물론 작품 가격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할 순 없지만, 한편으로는 국내외 경매사의 기록을 통해, 작가와 작품의 인지도를 판가름 낼 수 있는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한국 미술계에서 아주 상징적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죠.


그중에서도 이 <10만 개의 점>이라는 작품은, 작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점들로 이뤄져 있는데, 생전 작가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 점들은 그가 예술가로 살아온 수십 년간의 타지 생활 동안 인연을 맺어온 동료 예술가, 문인, 그리고 가족들을 뉴욕에서 그리워하며, 밤하늘을 이루는 무수한 별들처럼 그의 화폭에 한 명씩 새겨나간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위의 작품을 잘 살펴보면, 다른 뉴욕시대의 작업들과는 달리, 작품 가운데의 하얀 곡선이 여러 획을 이루면서, 산, 언덕, 달과 같은 형상들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통은 이 하얀 선이 없거나, 네모 형태로 그려져 있는데, 특히 '환기 블루'라는 별칭이 따로 있을 만큼,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 전반적으로 푸른 색감을 띄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저 수많은 점들 속에 하나가 되어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정말 지난주에 추천드린 정수정 작가님의 초상화 시리즈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이지 않나요?


오늘 소개해드린 작품 외에도, 김환기 화백의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부암동에 위치한 ‘환기 미술관(부인 김향안 여사가 설립한 환기 재단에서 지은 한국 최초사립미술관)에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내일 연재되는 ‘한 점 하실래요?’에서 마저 전달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만나요!



팟캐스트 '한 점 하실래요? 로고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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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디오클립 (팟캐스트)-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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