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작업에서 칸디다는 소형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공간들과 주변 골목골목들을 누비면서, 타지 생활 중에도 고국의 향수가 묻어나는 장식적 요소와 같은 특징들을 공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직접 생활하는 모습도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아냈었는데요...
그러던 와중, 그녀는 자신이 작품을 촬영한다는 명목으로 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촬영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할 수도 있는 이기적인 행위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 시점으로부터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사람의 존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공간의 아우라만을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오늘날까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자신의 공간 속에 사람을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해요. 우선 자신의 작업으로 인해 그들의 소중한 관람시간과 동선을 방해하기가 싫었고, 자신 또한 작품에서 온전한 공간만을 담아내기 위해서이죠.
특히 유럽 같은 경우에는, 설사 사람이라는 피사체가 없더라도, 옛귀족들의 사택과 궁전으로부터 오늘날의 모두에게 개방된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과 같은 건물들로 재탄생될 때까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기에, 그 공간으로부터 그들의 숨결과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2. 완벽한 대칭이 주는 공간의 엄숙함
그에 비해 자연스러운 공간의 색감
칸디다는 공간을 특징을 가장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구도를 잡기 위해, 항상 대형 카메라와 세트로 삼각대를 준비해 갑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친구와 연인의 사진을 찍을 때, 위에서 아래도 아니고, 또 너무 바닥에서 찍으면 부자연스러운 것과 같이, 우리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공간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해내기 위해, 너무 바닥도 그리고 천장에서의 항공 샷도 모두 마다하고 있죠.
좌-Neues Museum Berlin VIII, 2009. 우- Trinity College Library Dublin, 2004. ⓒ Artsy
그녀는 원근법 또한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는 유럽의 옛 건축물의 특성상, 가운데 소실점을 기준으로 좌우대칭이 정확하게 이뤄져 공간의 크기를 더하고 있는 건축적인 특징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래 공연장을 담은 작품에서는, 텅 빈 공간뿐이지만, 딱딱한 사물들도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생동감이 넘치죠. 이러한 전경을 마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좌석에 앉아 기대에 부풀어 소곤소곤 얘기를 하고 있을 법한 모습이 연상됩니다.
Elbphilharmonie Hamburg Herzog & de Meuron Hamburg II, 2016 ⓒ Kukje Gallery
이러한 이유에는 작가 특유의 자연스러운 색감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모습에, 당연히 조명마저 사전에 철저하게 세팅을 해놓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오로지 창문으로 비치는 자연광과 기존 건물에 설치된 조명만으로 작업을 진행하죠.
또한 관객이 없는 오픈하기 전, 박물관에 양해를 구하고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서 촬영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매번 완벽한 구도와 조명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해요;-;
오늘의 작품:
자! 그래서 오늘 저의 원픽 작품은, 바로 칸디다 호퍼의 도서관 시리즈 Shelves(2009)인데요, 다른 대형 작품과는 다르게, 세로 폭이 많이 짧은 편이라 가정집이나 사무실에 걸어두기에도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을 듯하여 골라 보았습니다.
Candida Höfer, Shelves, 2009. ⓒ Weng Contemporary
또한 칸디다의 핵심 메세지, '깨달음(Enlightment)'을 얻어갈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인 도서관을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이기에,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해우소에 걸어두길 원하시는 의뢰인께도 더 와 닿을 거라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유럽공공 도서관들의 특징 중 하나인 웅장한 규모의 공간을 작품에서 작 구현하고 있어, 걸어두었을 때 창문보다 훨씬 더 공간의 깊이감을 더 해 줄 것 같지 않나요?